메뉴 건너뛰기

close

17일 김대중 전 대통령 추모 1주기 추모 문화제가 시민과 각계 대표 1천여 명이 모인 가운데 오정해 문성근씨 사회로 열렸다. DJ가 주례를 맡았던 오정해씨는 시종 울먹이는 어조로 사회를 봤다.

 

김덕수 사물놀이패 공연으로 시작된 추모제에서 황지우 시인이 "그분이 가셨다'라는 제목의 추모시를 낭송했다. DJ는 한 시대를 가로지르는 목소리였고 우리는 동시대인으로 행복했다, 죽음과 어둠으로 몰아넣은 자들까지도 용서와 화해를 한 성인이었다는 줄거리였다.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이희아양은 아리랑변주곡을 연주한 후 "벅찬 사랑을 주셨던 김대중 대통령님이 너무 그립습니다. 정말 사랑합니다"라며 소리치며 울먹였다. 그녀는 공연 후 휠체어를 타고 헌화와 함께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적어 추모게시판에 붙였다.

 

이날 현장에서는 김 전 대통령에게 문자메시지 보내기 행사도 열렸다. 실시간으로 전광판에 공개됐는데 대부분 "그립습니다", "남북경색을 풀어 달라", "선생님의 발자취를 따르겠습니다", "빈자리가 너무 큽니다", "이희호 여사님 힘내세요" 등이었다. 고르바초프, 클린턴, 국제엠네스티 사무총장 추도문이 전달돼 대독되기도 했다.

 

 

이러한 행사 내용 못지않게 취재진의 진풍경도 볼거리 중 하나였다. 청문회와 민주당 전당대회 등 정치현안이 이슈화 된 시점 탓에 취재 열기는 더욱 뜨거웠고, 시종 동교동계와 민주당 사람이 포커스였다.

 

정치 권력의 단면을 여러 각도에서 해석하게 만든 대목이다. 죽은 김대중이 동교동계를 되살려 카메라 플래시를 연방 터뜨리게 한 반면, 동교동 중심 민주계를 비주류로 전락시킨 채 주류계로 군림하다가 무장해제 된 정세균 전 대표는 맨 앞줄에 말없이 미동도 않고 언론 밖에서 홀로 떨어져 있었다.

 

제일 분주하게 움직인 사람은 어쨌든 일시적이나마 비상 당권을 거머쥔 박지원 대표. 취재진 카메라가 그의 동선을 따라 움직였다. 행사 도중 이희호 김대중 평화센터 이사장이 나타났다. 그가 마중을 가자 카메라도 따라갔다.

 

이 이사장이 휠체어를 타고 행사장으로 들어설 즈음 안전문제가 걱정될 정도로 취재열기가 뜨거웠다. 시민들과 함께 앉아 있던 권노갑, 김옥두, 장성민 전 의원이 일제히 일어나 이희호 이사장을 맞으며 감쌌다. 이 이사장은 동교동계로 둘러싸였다.

 

DJ의 영원한 그림자이자 동교동계 좌장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은 이 이사장 앞에 앉았다. 그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을 생각하면 제일 먼저 무엇이 떠오르느냐고 묻자, "지팡이가 생각난다. 생애 겪은 모든 고난과 시련, 박해의 상징이다.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 평화, 통일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정치활동을 재개하느냐고 묻자, "전면에 나서지 않는다. DJ의 사상과 철학을 계승할 새 인물을 발굴하고 방파제 역할을 해나가겠다"면서 "민주당도 김대중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고 김대중 정신을 계승해야 집권 여당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희호 이사장 옆에 김옥두 전 의원과 동교동 막내이자 대변인격인 장성민 전 의원이 자리 잡았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장 전 의원에게 비공식적인 출마의 변을 부탁했다. 장 전 의원은 "DJ정신을 잇겠다"고 짤막하게 말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하자,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민주주의, 민생, 한반도 평화는 필생의 업이었다. 16일 부산에서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주최 김대중 대통령 1주기 추모강연에서도 지적했지만 이 대통령 통일세는 뜬금없다. 김정일 위원장 흔들기다. 개헌은 박근혜 흔들기다. 특히 위기에 빠진 남북관계를 되살리겠다. 외교국정 경험자 486으로서 새로운 정치지형을 주도하는 진정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동교동계는 이달 말쯤 전체 모임을 갖고 특정후보 지지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전 의장, 정세균 전 대표 등 당권도전 의사를 밝혀온 각 주자 진영이 촉각을 곤두세운 가운데 동교동 쪽에 구애의 손길을 내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민주당의 새 얼굴은 누가 될까? 누가 전당대회의 흥행을 불러오고 김대중 정신을 이어갈 수 있을까. 죽은 김대중의 정신을 재대로 구현할 인물은 누구일까. 추모제에 참석한 대다수 국민들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고 빈 자리가 너무 크다고 안타까워했다. 그 공간, 그 정서적 눈높이를 맞출 DJ적자는 누구인가. 누가 어떤 전문성과 새로운 이미지로 민주당의 얼굴이 될 것인가. 자못 궁금해진다.

덧붙이는 글 | 박상건 기자는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이다.


태그:#김대중, #민주당, #동교동, #추모제, #언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시인, 언론학박사, 한국기자협회 자정운동특별추진위원장, <샘이깊은물> 편집부장,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위원, 한국잡지학회장, 국립등대박물관 운영위원을 지냈다. (사)섬문화연구소장, 동국대 겸임교수. 저서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섬여행> <바다, 섬을 품다> <포구의 아침> <빈손으로 돌아와 웃다> <예비언론인을 위한 미디어글쓰기> 등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