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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노세키와 모지를 연결한 칸몬대교
▲ 칸몬대교 시모노세키와 모지를 연결한 칸몬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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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겨울 도쿄에서 일본의 한 지인으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100년 전, 한국병합을 치하하며 누군가에게 건넸을 '한국병합기념장'이었다.

어떤 경로로 그 분이 소유하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꼭 필요한 사람이 이 물건의 주인이 되길 바랐다'는 편지와 함께 이 기념장을 건네주었다. 그 후로 가끔 이 '한국병합기념장'을 열어보며 강제병합 100년을 지나는 이 시기에 나는, 또 우리는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곤 하였다.

2006년 이후로 해마다 한국의 청소년들과 일본의 평화운동가들이 함께 참여하여 강제병합의 역사 속에서 가려졌던 진실을 찾아가는 스터디투어를 일본의 규슈와 간토(関東)지역에서 진행해 오고 있다. 올해에도 아힘나 평화학교 학생들과 일본어교사, 교육활동가 40명이 8월 4일부터 11일까지 7박 8일간의 일정으로 일본 청소년, 한일역사문학작가, 일본평화운동가, 조선학교 및 재일동포 청소년들과 다양한 만남을 할 계획으로 대장정에 올랐다.
  
칸몬해저터널을 걷고 있는 아이들
▲ 칸몬해저터널 칸몬해저터널을 걷고 있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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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와노야수오님의 설명을 진지하게 경청하며, 기록하고 있는 참가자들
▲ 2010년아힘나역사기행 쿠와노야수오님의 설명을 진지하게 경청하며, 기록하고 있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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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밤새 칠흙같은 현해탄을 지나 모지항에 도착하자 후끈한 열기가 온 몸을 휘감았다. 이제부터 강제병합 100년의 역사을 배우고 그 이후의 역사를 스스로 써가기 위한 7박 8일간의 대장정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첫걸음을 내딛는 순간 맞이한 그 후끈한 열기가 앞으로의 일정이 녹록치 않겠단 느낌을 줬다.

마중나온 아힘나일본지부법인 'NPO Ahimna Peace Builders'의 김령순 이사(다문화공생센터 이사장)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우린 인사를 나눈 뒤에 버스에 올라 바로 시모노세키로 향했다.

버스로 칸몬해협(関門海峽)을 건너 칸몬해저터널에서 만난 분은 카미노세키에서 원전반대 운동과 한일평화운동을 하시는 'NPO Ahimna Peace Builders'의 쿠와노야수오(鍬野保雄)이사였다.

칸몬해저터널공사에서도 강제동원조선인들이 강제노역을 밝힐 수 있는 역사적 근거를 찾아야 한다고 역설하는 일본 평화운동가 쿠와노 야수오
▲ 쿠와노야수오 칸몬해저터널공사에서도 강제동원조선인들이 강제노역을 밝힐 수 있는 역사적 근거를 찾아야 한다고 역설하는 일본 평화운동가 쿠와노 야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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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나는 쿠와노라고 합니다.(한국말로 인사) 

여러분이 계신 이곳은 칸몬해저터널입니다. 이 터널은 1937년에 공사를 시작해서 1944년 12월에 관통했지만, 전쟁공습을 받아 공사가 중지되었다가 1952년에 공사를 재개하여 22년만인 1958년에야 개통되었습니다. 여기는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시인데, 같은 야마구치현에 우베시에 여기와 같은 해저에 조세탄광이 있었습니다.

여러분 덥죠? 그러나 여기 해저터널은 공기가 잘 통하게 되어 있지만, 조세탄광은 작업조건이 매우 열악했습니다. 여기처럼 이렇게 밝지도 않았고 어둠 속에서 매우 더운 열기 속에서 일해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1942년 2월 3일에 조세탄광에서 낙반사고가 일어나 노동자들이 바닷물에 수몰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183명의 희생자가 나왔는데 그 중 조선인이 130명을 넘었다고 합니다. 바다 빝에서 석탄을 캔 조선의 강제징용노동자들을 생각하면서 여기 칸몬터널을 다시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여기는 지금 사람이나 자전거가 모지에서 시모노세키까지 오고가는 720m 길이의 관광터널입니다만 조세해저탄광이 여기하고 같은 정도의 깊이였습니다. 해저터널공사를 시작한 것이 1937년이었고, 그 시기 아주 많은 조선인들이 이쪽으로 끌려오거나 또 일하러 왔다는 기록이 있고, 또 조세탄광에서 많은 조선인들이 강제징용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터널도 역시 조선의 강제징용노동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힘나역사기행단들은 칸몬해저터널을 보며 바다 밑을 걷고 뛰어 다닐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지만, 물살이 빠르기로 유명한 칸몬해협 아래에서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각종 사고의 위험을 온 몸으로 느끼며 가혹한 노동을 감당해야만 했을 그 두려움이 서서히 몸으로 젖어 들어오는 듯하였다.

(계속)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일해갈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함양할 수 있도록 아힘나운동본부에서 기획한 역사스터디투어의 현장르포입니다.



태그:#강제병합100년, #아힘나, #역사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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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평화를 위한 1923역사관 관장 천안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공동대표 1923한일재일시민연대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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