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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총 제34대 회장으로 선출된 안양옥 회장이 6월 21일 오전 양재동 한국교총 단재홀에서 당선 기자회견 전 취재진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국교총 제34대 회장으로 선출된 안양옥 회장이 6월 21일 오전 양재동 한국교총 단재홀에서 당선 기자회견 전 취재진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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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이 교원 연수장에서 교사들에게 교총 가입을 강요하고 "난 인권조례 반대다, 진보교육감에 저항하라"고 이야기 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하지만 안 회장은 "일부 실수는 인정하지만, '저항하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부인하고 있다.

"진보교육감에 저항하라"

이 같은 논란은 지난 4일과 5일에 걸쳐 대한체육회 주최로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진행된 전국초등교원 체육연수에서 비롯됐다. 이 자리에는 초등학교 교원 100여명이 참석했다.

연수 첫날인 4일 첫 강의를 맡은 안양옥 회장은 강의 주제 '한국 체육의 지향과 초등 체육의 역할'과는 상관없이 "나는 운동을 잘 한다. 다른 교수들과 내기해도 안 진다"는 등의 신변잡기적 이야기와 함께 "젊은 교사들이 교총에 가입을 안 해 힘이 모자란다. 교총에 가입해 달라"며 사실상 교총 가입을 강요하는 발언을 했다.

이어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를 추진하는) 진보교육감의 말을 다 따를 것 없다. 저항하라. 내가 앞장서고 있으니 박수 한 번 쳐 달라"며 박수를 유도하는 등 연수에 부적절한 언행을 했다는 것이 참가했던 교사들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안양옥 회장은 "교총 회원 손 들어보라"고 말하고는 단상 아래로 내려가 앉아있는 교사에게 "교총에 가입했느냐"며 직접 묻기도 하고, "ㅈ씨는 내 제자로 아주 창의적인 친군데 나를 도와주겠다고 하고는 (교총에) 가입을 안 했다"며 현직 교사인 ㅈ씨의 실명까지 거론했다는 것이다.

안 회장이 제자라며 실명을 거론한 교사는 다양한 수업활동과 창의적인 교육활동으로 초등 교사들 사이에서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사람이다.

또 수행원에게 "가입 원서를 앞으로 가져오라"고 하며 "원서를 돌릴 테니 가입 좀 해 달라"고 했다가 일부 교사들이 "교총 연수장도 아닌데 너무한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하자 이를 중지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교총 가입원서 돌릴 테니 가입 좀" "경제학자 김상곤이 뭘 알겠어?"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이 하기로 한 강의는 '한국 체육의 지향과 초등 체육의 역할'이라는 제목이었으나 이와 관련한 강의보다는 신변잡기적 내용이 많았다는 것이 참가 교사들의 주장이고 안 회장도 이를 인정했다.
▲ .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이 하기로 한 강의는 '한국 체육의 지향과 초등 체육의 역할'이라는 제목이었으나 이와 관련한 강의보다는 신변잡기적 내용이 많았다는 것이 참가 교사들의 주장이고 안 회장도 이를 인정했다.
ⓒ 임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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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옥 회장은 이 같은 교사들의 주장에 대해 "의욕이 앞서 그랬다. 실수다. 인정한다"고 10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가입 권유'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그러나 "진보교육감에게 저항하라고 한 적은 결코 없으며 제자의 실명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안 회장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의미는 있지만 그것이 학교에서 교수학습활동에 문제가 된다면 조례 자체가 선언적일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얘기는 했다. 진보교육감이랑 얼마나 친한데 그런(저항하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겠냐"며 자신의 말이 확대돼서 전달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국교총회원 가입 강요 논란에 대해서는 "일부 교사의 지적을 받고 내가 너무 오버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 공개사과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연수에 참가했던 ㄷ교사는 "학생인권조례 관련 발언을 하면서 안 회장이 (진보)교육감이 시킨다고 다 따를 것 없다. 교권이 무너지고 있는데 이 시점에 학생 인권을 어떻게 말하나? 그걸 하겠다는 게 진보교육감이다. 선생님들도 (진보교육감에게) 시위·데모해야 한다. 저항하라 내가 앞장서서 맞서 싸우겠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ㄱ교사도 "안 회장이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을 거론하며 '(교육학자가 아니고) 경제학자인데 뭘 알겠어. (교육학자인) 나도 10년 공부해서 안 것인데'라며 김상곤 교육감을 비하하는 등 진보교육감을 비난하는 일련의 발언들을 분명히 했다"고 확인했다.

또한 안 회장이 강의를 마치고 나가면서, 교총 회원 가입 강요 발언에 문제를 제기한 교사에게 "너무 열 받지 마"라며 반말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해당 교사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참 어이가 없고 좀 더 강하게 항의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안 회장은 "(문제 제기한 교사가) 너무 화가 나 있는 것 같아 등을 두드리며 화를 내지 말라는 뜻으로 한 것 같은데 기억할 만한 내용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안양옥 회장 "일부 실수 인정, '저항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한편 안 회장은 이날 연수에 "교총 회장 자격으로 간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교총 회장으로 당선되기 전인 지난 4월에 이미 강의를 하기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연수자료집에도 '서울교대 교수'로 표기돼 있었다. 그러나 안 회장은 진행자가 교총 회장이라고 소개하고 회원 가입 강요 논란 등을 일으킨 데 대해서는 "강의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한 건 인정한다,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이원희 전 회장이 6. 2지방선거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나서면서 사퇴한 후 지난 6월 교총 회원들의 선거를 통해 당선돼 같은 달 20일 신임회장에 취임했다. 전남 보성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 서초중, 수도여고 등을 거쳐 서울교대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이번 논란과 관련, 장은숙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교육자로서 자질이 없다. 내가 안 회장 취임식 때 갔는데 취임사에서 진보나 보수나 같이 협력하자고 했던 사람이 그렇게 선동했다는 건 교육단체 수장으로서 할 일이 아니다, 교총의 철학을 안 따르면 모두 배제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덧붙이는 글 | 비슷한 기사가 <교육희망>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안양옥, #한국교총, #교총, #교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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