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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 합니다
일시 : 2010년 8월 11일(수) 13시 30분~
장소 : 금속노조(서울), 아산(노동부 천안지청)
         울산(노동부 울산지청), 전주(노동부 전주지청)
"불법파견 업체와의 교섭은 할 수 없다. 현대자동차(주)는 불법파견 노동자 전원을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지난 10일, 현대자동차비정규직노조와 관련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위와 같은 내용이 있어 가보기로 했습니다. 나 또한 남의 일이 아니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2000년 7월 3일 사내 업체를 통해 먹고 살기 위해 들어가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수동변속기라는 한 생산라인에서 고정적으로 일해온 지 10여 년이 다되어 가는 2010년 3월 15일경 새 공정 공사에 들어간다는 이유로 정리해고 됐습니다. 물론 정규직들에겐 1년 유급휴가가 주어졌습니다.

 

나는 가족의 생계를 짊어지고 있는 터라 업체가 내미는 준비된 사직서에 서명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였습니다. 이미 지난 2004년 12월 중순경 노동부로부터 현대자동차 내 101개 사내하청업체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 및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현대자동차 사측은 받아 주지 않았습니다. 불법파견된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한마디 항의도, 저항도 하지 못하고 강제 사직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백수로 지냅니다. 그동안은 고용보험으로 최소한의 가족 생계는 유지할 수 있었으나 이마저도 9월이면 끝납니다. 그러던 중 7월 말경 좋은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대법원에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이 모두 불법파견이라고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었습니다. 뭐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나에겐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나는 이번 불법파견 기자회견에서 나와 같은 경우도 해당되는지가 궁금했습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불법 파견' 대법원 판결, 나에게도 희망이?

 

울산도 태풍 영향권에 들었는지 기자회견 하는 날 오전 내내 비가 많이 내리고 바람도 강하게 불었습니다. 점심 먹고 낮 12시 넘어 출발했는데 오후 1시가 다 돼 도착했습니다. 지난 2005년 불법파견 1인 시위차 갔을 땐 그냥 노동부였는데 오늘 보니 '고용노동부'로 이름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속이 바뀌어야지 껍데기만 바뀌면 뭐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후 1시 30분이 다되어 가니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위원장과 간부도 오고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관계자도 왔습니다. 방송사에서도 오고 각 신문사에서도 와서 취재를 했습니다.  

 

"지금부터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한 마디 하겠습니다. 우리는 지난 10년간 불법파견 된 채 노동착취를 당해 왔습니다. 현대자동차 사측이 이번 대법 판결을 받아 들이고 불법파견된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주기를 바라면서 기자회견에 들어가겠습니다."

 

기자회견 대표자로 나선 이상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조합 지회장이 먼저 그렇게 말하고 기자회견을 시작했습니다.

 

기자회견은 고용노동부 문 앞에서 진행됐습니다. 비가 오면 노동부 건물 안에서 하려 했는데 다행히도 오던 비가 멈추었습니다.

 

기자회견 하기에 앞서 현수막을 펼쳤습니다. 현수막엔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불법파견 업체와의 교섭은 할 수 없다! 정규직화 실시하라' 그리고 기자들에게 미리 나누어 준 회견문을 큰소리로 읽었습니다. 

 

"6년 전인 2004년 12월 16일, 노동부 울산사무소는 현대자동차 내 101개 사내하청업체에 대해 불법파견 판정 및 시정명령을 요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자동차는 그것을 거부하고 현재까지 1만여명의 불법파견 노동자를 고용해 왔습니다."

 

기자회견문에 따르면 지난 '6년간 현대자동차의 불법적 고용관계가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울산지방검찰청을 필두로 한 검찰 권력의 직권남용에 기인' 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유야무야 끌어오던 불법파견 문제가 다시 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7월 22일 대법원 판결 때문입니다. 대법원이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노동자는 현대자동차와 근로자파견 관계에 있으며, 2년이 지난 날부터 정규직으로 봐야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던 것입니다.

 

"이에 금속노조(위원장 박유기)는 당시 울산지방검찰청 담당 검사와 당시 울산지검장을 직권남용죄로 형사고발하는 바입니다. 검찰의 당시 직권남용은 현대차 비정규 노동자들의 그동안 파견법상 사용사업주인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만든 죄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지회는 두 가지 사안에 대해 기자회견을 한다고 했습니다. 하나는 검찰 측의 직권남용에 대한 고발장 접수에 대한 것이고 하나는 불법파견업체의 폐쇄조치를 위한 진정서를 노동부에 제출하는 것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사내하청업체를 통한 구조조정을 지금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울산 2공장의 비정규직노동자 66명은 8월 12일 해고통보가 예고되어있습니다. 대법원 판결로 인해 이제 더 이상 사내하청업체가 해고 결정의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해고를 통보하는 것은 불법파견을 은폐하기 위함입니다."

 

현대자동차 아산, 전주, 울산 비정규직 노조 지회가 진행중인 2010년 임금단체협약 교섭요구를 모두 철회 한다고 금속노조 명의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유로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는 명백히 불법업체이며, 이미 대법판결로 사내하청업체와는 교섭 대상이 아님이 확인된 이상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와 교섭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금속노조는 불법파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업체와의 그 어떠한 협상도 진행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울러 노조는 불법파견 근절을 위해 현대자동차와 계약된 모든 사내하청업체를 파견법 19조에 의거해 즉각 폐쇄할 것을 노동부에 진정합니다."

 

*파견법 제 19조(폐쇄조치 등)

①노동부장관은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근로자파견 사업을 하거나 허가의 취소 또는 영업의 정지처분을 받은 후 계속하여 사업을 하는 자에 대하여는 관계공무원으로 하여금 당해 사업을 폐쇄하기 위하여 다음 각호의 조치를 하게 할수 있다.

 

기자회견문을 다 읽고나서 기자들에게 질문 있으면 하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기자분들이 질문을 하지 않길래 내가 나서서 질문을 한가지 했습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변창기입니다. 현재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중에는 비조합원도 있고, 부당해고 당한 사람도 있고, 정리해고 당하거나 강제로 사직서를 낼 수밖에 없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사람에 대해선 어떻게 처리할 생각입니까?"

 

이에 대해 이상수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지회장은 말했습니다.

 

"2004년 후 2000여 명이나 해고되거나 강제 사직서를 쓰고 나갔습니다. 이 분들에 대해선 특별대책을 마련할 것입니다. 물론 여기엔 비조합원도 포함됩니다."

 

"해고 통보서 나붙었답니다, 안 붙일 줄 알았는데..."

 

 

더이상 질문하는 기자가 없자 그들은 진정서 봉투를 들고 노동부 안으로 들어 갔습니다. 담당 공무원에게 진정서를 제출하고 접수증을 받았습니다. 당초 노동부 소장과의 면담을 요청하였으나 출장 중이라 하여 근로개선지도 1과장과 면담을 했습니다. 면담장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 간부와 민주노동당 노동위원장, 시의원, 해고 예정에 있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참석했습니다. 각 언론사 기자도 따라 들어 갔습니다.

 

"노동부에 3가지를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노동부가 불법파견 판정 내려놓고 이후 시정조치가 안 되어서 아직도 비정규직 노동자는 불법파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사측 자료만 받아가지 말고 노조도 참여하는 합동 실사를 실시해 주십시오. 내일 당장 해고통보 예고인 비정규직 노동자가 많습니다. 대법 불법파견 판정이 난 지금도 현대차 사측이 그런 일을 저지르고 있는 것에 고용노동부의 수수방관이 없다 할 수 없습니다. 정규직 전환 요구를 업체에 해주시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여 주십시오. 정치적으로 왔다갔다 하지 말고 현대차 눈치도 보지말고 일 좀 처리해 주십시오."

 

노동부 간부는 "아직 최종판결 남아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도 "상응한 절차 밟겠다"고 말했습니다. 행정기관이긴 하나 한계가 있다고 했습니다. 이에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간부가 말했습니다.

 

"대법원 판결은 해석의 여지가 없는 것입니다. 불법파견이면 당연히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맞지 않습니까. 정치 눈치 보고 대기업 눈치 보니 비정규직이 당연히 받아야 할 권리가 짓밟히고 있는 거 아닙니까. 고용노동부가 왜 고용노동부입니까. 노동자의 고용을 위해 일하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고용노동부가 당연히 불법파견된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울산은 노동자의 도시입니다. 노동자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잠시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노동부 관계자는 기자가 있어 더 그런 거 같다면서 기자들 보고 나가라고 했습니다. 한 방송사 기자가 내일 해고통보 받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질문 몇 가지만 하고 나가겠다고 했습니다.

 

그 비정규직 노동자는 한 업체에서 6년간 일해 왔는데 12일 해고 통보 예고된 상태라고 합니다. 7월 22일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 내린 지 20여일 만에 그런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심정이 어떻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 비정규직 노동자는 말했습니다.

 

"해고 된다고 생각하니 답답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직장 구하기도 힘든데 어디가서 무얼해야 할지…."

 

그는 말끝을 흐렸습니다. 기자들이 모두 나가고 잠시 같은 말 되풀이 했습니다. 잘 처리해 달라는 말과 함께 모두 그곳을 나왔습니다. 밖에 나오자 비정규직 노조 간부들은 답답한지 담배를 피웠습니다. 그 와중에 이상수 지회장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소근거리며 전화를 받더니 내일 해고 예고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안쓰러운 듯이 말했습니다.

 

"해고 통보서가 식당 게시판에 나붙었답니다. 안 붙일 줄 알았는데 붙이고야 말았네요."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 내렸다는데도 정규직으로 전환 해주기는커녕 보란 듯이 그것도 불법업체가 해고 통보 방을 내다 붙이네요. 그 소식에 모두 무거운 표정으로 차에 올라타고 사라져 갔습니다. 저는 걸어서 버스타고 다시 집으로 왔습니다. 기자회견 할 때는 잠시 멈추었던 비가 다시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말해 주기라도 하듯이. 


태그:#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불법파견, #대법판결문,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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