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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산 모래 언덕에서 만나는 일출

명사산 일출
 명사산 일출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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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5시에 일어났다. 명사산과 월아천을 보기 위해서다. 명사산은 모래가 우는 산이라던데... 기대를 안고 5시30분에 출발한다. 돈황의 새벽에는 아직 어둠이 깔려 있다. 한 10분쯤 갔을까? 명사산 매표소 앞에 도착한다. 표를 끊어 안으로 들어가니 발싸개를 하나씩 빌려준다. 주황색 신주머니 같은 모양으로 대여료가 10위안이다.

모두 하나씩 착용하고는 낙타를 타러 간다. 둔황의 낙타는 이곳에 다 모인 것 같다. 여기서 명사산 아래까지 낙타를 타고 가서는 명사산에 오르도록 되어 있다. 어둠이 깔려있는 새벽, 낙타를 타는 일이 그렇게 새롭지 않다. 무덤덤한 기분으로 명사산을 향해 간다. 아침에 명사산에 오르면 일출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오늘 일출은 6시40분이다.

명사산을 오르는 우리 팀원들
 명사산을 오르는 우리 팀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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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산 아래 오아시스에 도착한 다음 꽃밭을 따라 걸어간다. 최근에 인공적으로 만든 정원인데, 해바라기, 백일홍 등 온갖 꽃들이 피어 있다. 꽃밭이 끝나고 다시 모래밭이 시작되는 곳에서 명사산을 오를 수 있다. 명사산을 오르는데는 3/4 정도 계단이 설치되어 있고, 그 위 1/4은 모래사구를 걸어 올라가야 한다.

계단을 오르기는 어렵지 않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는 다시 모래밭을 오른다. 그런데 모래를 밟고 오르기가 쉽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모래 사구에서 손과 발을 모두 사용하면서 동물처럼 기어오른다. 중심을 잡기 힘들어서다. 나는 어렵지 않게 명사산 능선에 오른다. 동쪽을 향해 보니 해가 벌써 지평선 위로 솟아올랐다. 조금 늦게 올라온 것이다.

모래썰매
 모래썰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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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돌려 서쪽을 향하니 모래바람이 세차게 불어온다. 눈을 뜨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모래가 몸의 구멍을 찾아 파고든다. 호텔에 돌아와 확인한 사실이지만 귀와 코, 젖꼭지와 배꼽에까지 모래가 들어가 있다. 그렇게나 가는 모래가 몸의 구석구석까지 침투한 것이다. 모래바람 때문에 능선에 오래 있을 수가 없다. 다시 모래사구를 내려오니 이번에는 모래썰매가 기다린다.

모래썰매에 몸을 싣고 몸을 앞으로 숙이면 중력에 의해 자동으로 내려가도록 되어 있다. 우리 일행 중 김선자 선생이 먼저 모범을 보인다. 아주 여유 있고 재미있어 보인다. 이어 줄줄이 한 사람씩 썰매를 타고 명사산을 내려온다. 한 15초 정도에 내려가는 것 같다. 명사산에서의 모래썰매는 또 하나의 추억이었다.   

모래밭 한 가운데 푸르름을 유지하는 월아천

명사산에서 바라 본 월아천
 명사산에서 바라 본 월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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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산을 내려온 우리는 월아천으로 행한다. 월아천은 모래사장을 약 10분 정도 걸어야 도착할 수 있다. 모래를 걸으면서 우리는 발싸개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이것이 없으면 신발에 모래가 가득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월아천으로 가는 길에는 사람이 많다.

우리는 월아천으로 가기 전 모래 언덕을 따라 조금 올라간다. 왜냐하면 그곳에서 월아천이 가장 잘 보이고 또 월아천을 배경으로 사진을 가장 잘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자연훼손을 막기 위해 더 이상 오르지 마세요'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우리는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월아천으로 내려간다.

월아천(月牙泉)은 하늘나라에 사는 선녀 월아낭자가 흘린 눈물이 떨어져 이루어진 샘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월아천을 신비화하기 위한 일종의 스토리텔링이다. 현장을 보니 이곳 오아시스가 초승달 모양을 하고 있어 월아천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 같다. 월아란 상아모양의 달로 초승달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월아천 물길
 월아천 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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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아천의 물은 계속 마르지 않고 일정한 수량을 유지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고갈되어 최근에는 지하수를 공급하여 수위를 유지한다고 한다. 그 이유가 뭘까? 하나는 무상(無常)이라는 불교의 진리 탓으로 돌릴 수 있다. 사람이 다니는 길이고 물길이고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명사산과 월아천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주변을 개발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지하수가 고갈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월아천은 여전히 환상적인 풍경이다. 파란 호수와 초록의 풀 그리고 월천각(月泉閣)이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사막에 부는 바람이 호수에 물결을 일으키고, 풀을 눕게 하며, 모래 언덕에 변화를 가져온다. 그러한 움직임과 변화가 오히려 월아천이 살아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거기다 사시사철 사람들의 발길이 닿으니 명소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월천각에 올라 보니

월천각
 월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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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아천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둔덕을 올라가면 월천각 권역에 이르게 된다. 월아천은 중국 도교의 성지다. 그러므로 월아천 옆에 있는 월천각은 월아낭자 등 하늘나라 선녀들이 내려와 쉬던 곳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찾아 선녀들이 떠난 모양이다.

조휘(朝暉)라고 쓰인 정문을 지나가면 묵지운(墨池雲)이란 건물이 보인다. 묵지란 붓을 빨아 검게 된 못을 말하는데, 거기다 구름 운자를 붙였으니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곳을 지나면 중심건물인 월천각이 우뚝하다. 지붕으로 봐선 4층인데, 가장 위의 기와가 약간의 벽을 쌓은 겹지붕이어서 3층 누각으로 보는 게 맞겠다.

이곳에는 사방으로 현판을 걸었는데, '명사산 명불허전(鳴沙山 鳴不虛傳)'과 '명사월천', '월천각'과 '산천휘영(山泉輝映)'이 눈에 띈다. 명사산의 모래울음 소리가 허투루 전하지 않았다는 뜻이 분명하고, 명사산과 월아천이 달빛에 휘영청 빛난다는 뜻도 들어 있다.

월천각 2층에 이르는 길: 2층에 第一泉이라는 현판이 보인다.
 월천각 2층에 이르는 길: 2층에 第一泉이라는 현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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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월천각은 2층까지 올라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주랑을 따라 계단을 오르면 벽에 시비들이 여럿 붙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계단을 오르면 2층에서 먼저 만나는 건물이 청뢰헌(聽雷軒)이다. 우레 소리를 듣는 집이라니 무슨 뜻일까? 여기서 월천각 쪽을 바라보면 퇴색한 현판이 하나 보이는데, 제일천(第一泉)이라고 썼다. 아마 중국 사람들은 월아천을 인간 세상의 첫 번째 샘으로 여겼던 모양이다.

우리는 지금 그렇게 대단한 샘과 대단한 집에 와 있는 것이다. 아직 이른 아침이어서인지 월천각에 오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주변을 살펴보니 사방의 모래 언덕이 잘 조망된다. 그리고 이곳이 명사산에 둘러싸여 있어선지 모래바람이 거의 없는 편이다. 산은 못으로 인해 더욱 우뚝하고, 못은 산으로 인해 더욱 아름답다. 산과 못이 어우러진 명사산과 월아천은 사막이 빚어낸 예술이다.

낙타 타는 재미가 이런 거구나

해바라기꽃 사이로 보이는 월천각: 鳴不虛傳 네 자가 분명히 보인다.
 해바라기꽃 사이로 보이는 월천각: 鳴不虛傳 네 자가 분명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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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아천을 떠나면서 보니 제일천이라는 표지석이 세워져 있다.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붉은색이다. 월아천과 월천각이 멀어지니 자꾸 되돌아보게 된다. 해바라기와 백일홍 등을 심은 꽃밭에 이르기까지, 아쉬움에 열 번은 되돌아본 것 같다. 해바라기꽃 사이로 보이는 월천각은 천상의 건물처럼 느껴진다.

오아시스 꽃밭이 끝나는 곳에 이르니 낙타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곳에서 입구까지는 다시 낙타를 타야 한다. 아까 들어올 때는 어둠이 깔렸었는데, 이제는 해가 떠올라 낙타들의 다양한 모습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이곳에 있는 낙타들은 모두 쌍봉낙타다. 그리고 회백색과 연갈색으로 순한 인상들이다. 더욱이 쉽고 편안하게 탈 수 있도록 안장을 만들어 놓았다.

쌍봉 낙타
 쌍봉 낙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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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이 탈 순서를 기다리면서 낙타의 표정과 자세를 유심히 살펴본다. 하나하나가 모두 다르다. 대부분 무릎을 꿇고 앉아 있고, 일부만 서 있다. 앉아서 취하고 있는 자세 역시 제각각이다. 어떤 녀석은 머리를 들고 포효하기도 한다. 아예 몸을 옆으로 누인 채로 발버둥을 치는 녀석도 있다.

낙타의 울음
 낙타의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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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보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잠시 후 우리를 안내할 마부가 온다. 그는 우리 팀원 중 다섯 명을 맡기로 되어 있다. 명사산으로 들어올 때 마부와 달리 노래를 부르며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낙타를 몬다. 가사는 알 수 없지만 그 노랫가락이 괜찮다. 또 우리를 즐겁게 하기 위해 내 사진기를 받아 사진을 찍어준다. 지금까지 문화유산과 자연 그리고 남의 사진만 찍었는데, 이제 내가 피사체가 된다.

사진을 잘 찍을지 조금 의심이 되기도 하지만 그에게 모든 걸 맡긴다. 햇빛의 방향과 우리들의 위치도 잘 파악하는 편이다. 이리저리 움직이며 다른 각도에서 사진을 찍는 것을 보니. 나중에 확인한 사실이지만, 그의 사진 실력은 괜찮은 편이었다. 오래간만에 모델이 되니 기분도 좋고 명사산의 주인이 된 느낌이다.

낙타 타기를 즐기는 아내와 나
 낙타 타기를 즐기는 아내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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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사진에서 벗어나니 낙타 타는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낙타는 일렁일렁 흔들흔들 사뿐사뿐 모래 위를 나아간다. 우리 팀의 송양의 선생이 이집트 사막에서 낙타 멀미를 했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멀미가 아니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내가 그동안 사진과 글이라는 강박관념에 빠져 여행의 즐거움을 조금은 잃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낙타에서 내려 우리는 마지막으로 명사산을 되돌아본다. 날카로운 능선과 둥근 능선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낙타를 타고 명사산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저기가 엘도라도라도 되는 것처럼. 이곳이 사막으로 들어가는 출발점이라면, 저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유유하게 들어갈 수는 없을 텐데 말이다.

우리는 이제 명사산 월아천 출입구를 지나 밖으로 나온다. 8시30분이다. 세 시간 가까이 일상에서는 보기 어려운 신비의 세계 명사산과 월아천으로 들어갔다 나온 것이다. 마치 꿈속에서 무릉도원을 다녀온 안평대군처럼. 안평대군의 이야기를 듣고, 안견이 몽유도원도를 그렸다면, 나는 나의 체험을 이 글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 우리는 하늘나라의 선녀 월아낭자가 내려온 월아천을 다녀왔다.


태그:#명사산, #모래썰매, #월아천, #월천각, #낙타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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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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