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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 사회가 되면 교통량이 줄어든다는 설이 있다. 사람들이 직접 만날 필요 없이 통신수단으로 만나면 된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통량은 꾸준히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교통 혼잡이 심해지고 있고, 정부에서는 도로와 철도에 계속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화가 교통 수요를 감소시키는 측면도 있겠지만, 정보화는 새로운 교통수요를 창출하기도 한다. 편리하고 효율 좋은 교통망을 계속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해부터 운행을 시작한 차세대 고속철도 - KTX산천
 올해부터 운행을 시작한 차세대 고속철도 - KTX산천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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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교통량이 느는 이유는 사람과 사람이 서로 만나기 위함이다. 인간(人間)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사람은 살면서 다른 사람과 만나야 하며, 이것이 교통을 유발한다. 아울러 사회가 고도화 될수록 이 같은 만남은 더욱 효율화 될 필요가 있다.

현대 사회가 효율적인 만남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데 주목한 회사들은 바로 교통 운영 회사들이었다. 만남을 위해서는 어차피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하는데, 이러한 교통수단을 운영하는 회사들이 직접 만남의 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만남의 공간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교통 회사는 바로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다. 한국고속철도 KTX를 운영하는 코레일은 고속철도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고속철도 역에 회의실 공간을 확보하고 이를 대여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고속철도를 이용해서 역에 도착한 승객이 만남을 위해서 또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야 한다면 매우 불편할 것이다. 즉 고속철도에서 내리자마자 역 건물에서 회의를 할 수 있다면 매우 편리할 것인데, 코레일이 제공하는 철도역 회의실은 고객의 이러한 욕구에 부응하고 있다.

코레일 고속철도역의 회의실들
 코레일 고속철도역의 회의실들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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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에서는 서울역, 용산역, 부산역, 광주역 등 고속철도 정차역 위주로 회의실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역건물은 아니지만 역 바로 옆에 있는 본사나 지역본부 건물 안의 회의실도 대여하여 고객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회의실 대여료는 크기와 가용 인원수에 따라 다르지만 2시간에 4만~10만원 수준으로(용산역 기준) 철도역이 해당 도시에서 교통이 제일 편리한 곳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저렴한 편이다. 부대장비로 노트북이나 빔프로젝터도 빌려주며, 장소에 따라 수백 명이 이용할 수 있는 강당을 빌릴 수도 있는 것도 장점이다. 코레일의 회의실 정보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자세히 안내받을 수 있으며, 담당자와의 통화를 통해 예약이 가능하다.

작년 11월부터 민간회사에서 코레일의 자회사로 바뀐 코레일 공항철도도 모회사와 마찬가지로 회의실 대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인천시 서구 검암역 바로 옆에 있는 본사 건물 내의 교육장을 대여하고 있는데, 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세미나실의 임대료가 1시간에 8만원이다. 1인당 1400원꼴이니 상당히 저렴하다고 할 수 있다.

공항철도의 회의실 대여 서비스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인천시 용유도에 있는 차량기지내 교육장이다. 용유차량기지내 교육장은 대교육장, 중교육장, 전산교육장 등으로 나뉘어 약 200명이 이용 가능하다. 공항철도의 차량기지는 인천시 중구 운서동 2866번지에 위치하며 잠진도 선착장의 지척에 있다. 잠진도 선착장에서는 무의도로 건너가는 페리를 탈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무의도와 실미도, 하나개 해수욕장, 호룡곡산 등의 관광도 가능하다. 더구나 공항철도 차량기지에서는 숙소와 농구장, 테니스장 등의 체육시설까지 대여하므로, 만남과 관광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가 있다.

코레일 공항철도에서 대여하는 시설들
 코레일 공항철도에서 대여하는 시설들
ⓒ 코레일 공항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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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기지라고 해서 딱히 교통이 불편한 것도 아니다. 인천공항을 지나는 인천시 버스가 운행되고 있으며, 주말에는 1시간에 1번 직통열차가 차량기지까지 운행되고 있다. 현재 공항철도는 인천공항부터 김포공항까지 운행되고 있으며, 김포공항에서는 9호선과 환승되어 강남까지 이어진다. 아울러 올해 말에는 김포공항에서 서울역까지 노선이 연장될 예정이므로, 공항철도의 회의실을 이용하기는 더욱 편리해질 전망이다.

용유차량기지까지 운행되는 공항철도 직통열차
 용유차량기지까지 운행되는 공항철도 직통열차
ⓒ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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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고객들에게 만남의 장소를 제공해주는 곳은 인천국제공항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 2008년 6월 인천공항 북서쪽 국제업무지구에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의 인재개발원을 개원하였다. 인재개발원은 대강당, 강의장 등 총 24실의 회의실과 63실의 숙소, 식당, 운동장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인천공항 인재개발원의 모습
 인천공항 인재개발원의 모습
ⓒ 인천국제공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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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인재개발원은 기본적으로 인천공항 관련 근무자들의 직무, 서비스 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항공보안교육원을 통해 항공보안 전문 인력 양성에 특화되어 있다. 그러나 외부인의 단순 시설임대도 가능하다. 특히 숙소와 식당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시설을 임대해 교육이나 행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인천공항 인재개발원은 인천공항에서 차로 20분쯤 걸리며, 낮 시간에는 1시간 간격으로 셔틀버스도 운행되고 있다. 서울쪽에서 올 때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의 공항입구IC에서 나와 공항북로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인천공항 인재개발원의 위치
 인천공항 인재개발원의 위치
ⓒ 인천국제공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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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인천공항 인재개발원은 인천공항이라는 동북아 중심 교통결절점에 바로 앞에 있는 만남의 공간으로써, 회의, 교육, 숙박 시설을 임대하여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한 공간이다.

만남과 교통이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리고 만남과 교통이 동시에 이루어진다면 매우 편리하다. 현재 교통 관련 회사들은 자사의 시설을 활용하여 다양한 만남의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유휴시설을 활용한다는 점은 매우 칭찬할만하다. 사실 자사가 시설을 갖고 있더라도 1년 365일 항상 쓰는 게 아닌 다음에야, 일반인과 함께 공용하면서 부대수입을 올리는 것이 효율적이다. 결국 교통 회사들은 부대 수입을 얻고, 이용자는 편리한 만남을 갖는 상생이 되는 것이다.

현재 추진중인 서울역 컨벤션센터
 현재 추진중인 서울역 컨벤션센터
ⓒ 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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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앞으로 교통과 일체화된 만남의 장소가 더욱 많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철도역을 고층 건물로 짓고 회의실, 연회장, 호텔 등을 일체화시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복합 철도역들은 대부분 수 층 이내의 낮은 건물들로 되어 있으며, 부대시설도 백화점 등의 유통시설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 따라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보다 다양한 시설들과 교통시설이 일체화된다면, 편리한 교통, 사회 구성원들의 소통 활성화, 도심 공간 개발이라는 1석 3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 시민기자는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 운영자(frdb.railplus.kr), 코레일 명예기자입니다



태그:#회의실, #고속철도, #코레일, #공항철도, #인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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