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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민선 5기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시는 김범일 대구시장님께.

정치 또는 지방자치는 '의지와 주장 그리고 열정'을 기본으로 하되, 협상과 조율 그리고 계파와 정치관계를 넘어선 '현장밀착형 조사와 관찰'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최근 김범일 대구시장님께서 주목하고 있는 정책적 이슈를 보면 '주위와 상관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다소 독단적인 형태'인 데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것이 지역언론인 것 같아 매우 아쉽습니다. '협상과 조율, 그리고 소통'의 정치공학과 미학과 한참이나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6월 마지막 주에서, 7월 첫주까지, 김 시장님과 관련된 인터뷰를 열심히 읽었습니다. 인터뷰한 언론사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김 시장님은 '4대강 사업'과 '동남권 신공항'에 아주 적극적인 의사를 표현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4대강 살리기'는 정부여당측 입장과 동일한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으로, '영남권 신공항'은 대구를 비롯해 경북, 경남, 울산의 지방자치단체와 공조하는 것으로 시정을 운영하실 것 같던데요. 과연 김 시장님이 강력하게 추진 중이신 '4대강'과 '신공항'에 대해 다른 지역 자치단체장들도 동일한 강도로 집행의지를 보이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4대강, 도대체 대구시의 역할은 무엇입니까?

김 시장님, 김관용 도지사와 함께 6월 9일  "4대강 사업의 중단없는 추진"을 위한 성명서도 발표하시고, 7월 1일 취임사에서 '친환경 녹색도시'로 만들겠다"며 "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셨죠. (<평화뉴스> 보도)

그렇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 사업이 '친환경 녹색도시'에 어긋나고 있다면, 중앙정부에 무엇인가 요구를 해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6월 9일 당일 발표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모처럼(물론 해당 보도자료는 경북도에서 제출된 것이지만, 성명서에 함께 서명하셨으니, 김 시장님께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처럼 만에 찾아 온 지역경제 살릴 기회마저 놓치게 된다. 총사업비 4조400억 중 80% 3조8천억 지역에 (지역업체 : 20,887억, 지역자재 : 7,830억, 보상비 : 9,015억) ※ 지금 현장에는 지역의 모든 중장비가 가동중에 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한겨레 6월 28일
▲ 한겨레 6월 28일 한겨레 6월 28일
ⓒ 한겨레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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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내용이 맞다는 전제를 하고요. 지역업체와 지역자재가 사용되고 있다는 낙동강 공사현장, 특히 대구시 권역인 달성보 공사현장 근처에서 20억 임금체불이 발생했습니다. 하청업체 부도로 인해 지역업체, 지역자재를 사용하고 있던 지역일꾼들이 3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시장님은 이 문제를 조정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국책사업에서 기대치와 다르게 각종 오류가 발생한다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런 오류를 행정부에 제시하고 수정보완을 요구해야 하는 것이 진정한 지방자치 아닐까요? 20억 임금체불로 고통받으며 '신용불량자'로 자신의 지위가 변했다며 안타까워하는 이들을 위해 대구시 최고 책임자인 김 시장님이 어떤 조치를 취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는 없습니다.

4대강 고용보험 가입 일자리 2000여개뿐, '만족하십니까?'

또 있습니다.

혹시 낙동강 공사현장에서 일자리가 창출되고 있을까요? 김 시장님께서 행보를 함께 하고 계신 정부여당 즉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에서 5월 1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대강 살리기 일자리 창출효과, 현장 투입 인력 하루평균 1만명을 돌파>했다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부여당측에서 지난해 6월 제시했던 예측자료 즉 22조원이 투입되는 4대강 사업에서 직간접적으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34만개이며, 국토부 사업에서 하루 평균 9만 2050개의 일자리가 창출(<한겨레신문> 5월17일)된다는 예측에는 한참이나 미치지 못하는 수치지만, 그래도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구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한겨레 6월 30일 6면
▲ 한겨레 6월 30일 6면 한겨레 6월 30일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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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자리를 평가할 땐, 단순히 일하는 사람의 수가 아니라, 어떤 환경(예: 고용보험 가입 등)으로 채용이 되었는지를 꼭 함께 평가해야 할 텐데요. 이를 위해선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6월 29일 발표한 자료를 꼭 읽으셔야 합니다.

최 의원이 4대강 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공구별 원.하청업체 398곳의 고용보험 및 신규가입 현황을 분석했더니, 지난해 12월말 대비 올해 4월말 가입자는는 모두 2425명이라고 하네요.

신규가입자 대부분은 시공업체 등이 올해 4대강 공사를 위해 새롭게 채용한 인력들이고, 이 가운데 고용계약기간 1년 이상의 안정적 일자리를 뜻하는 상용직은 130명, 한달 미만의 단기 고용계약을 맺는 일용직은 2295명이었습니다.

국토해양부에서는 하루 평균 1만여명의 현장에 투입된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이중 약 8000여명은 고용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아주 '질 나쁜'일자리라는 점입니다.

한겨레신문 6월 30일
▲ 한겨레신문 6월 30일 한겨레신문 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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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대구경북이 위치한, 가장 많은 세금이 투자된다는 이 지역의 고용현황을 보면요. 낙동강 31개공구에서 상용직 일자리는 93개, 일용직은 1767개입니다. 많은 분들이 낙동강현장을 답사하며 '포클레인과 트럭만이 일하고 있다'고 했던 말이 현실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 시장님은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계시더군요. 뿐만 아닙니다. 낙동강 골재채취로 생업을 유지하던 업체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일자리를 잃고, 달성보에서 어업으로 생활을 꾸리던 어민들이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역시 김 시장님은 이 문제에도 침묵하시더군요. 이것이 김 시장님이 그토록 강조하시는 '친환경 녹색도시'의 모습입니까?

영남권 신공항, 김범일 대구시장만의 'My way'?

지역언론에서는 연일 영남권 신공항 유치를 위한 영남권 4곳 지방자치단체의 공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방선거기간 중에도 지역언론은 <광역長 핵심이슈는 '신공항'>(매일신문 5월 14일 1면)이라며 대구경북에 이어 울산 경남에서도 최대 공약으로 내걸었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위 : 매일신문 5월 14일 1면, 아래 6월 30일 1면
▲ 위 : 매일신문 5월 14일 1면, 아래 6월 30일 1면 위 : 매일신문 5월 14일 1면, 아래 6월 30일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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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는 당선자 공약자료집이 있습니다. 후보시절 등록된 공약집 중 당선자들의 내용만을 따로 구성해놓은 것인데요. 지역언론에서 말하는 것과는 사실관계가 조금 다릅니다. 당시 한나라당 후보들 중 동남권신공항 밀양유치를 가장 도드라지게 주장한 것은 한나라당 경남도지사와 대구시장뿐이었습니다. 물론 30여가지 공약 중에 신공항문제가 포함되기도 했겠지만, 선관위 홈페지에 두드러지게 핵심공약으로 제시한 후보는 김 시장님 뿐이었는데요.

그래서 4개 지역 당선자들의 공약을 다시 찾아봤습니다. 역시, 김 시장님만이 '영남권 신공항 밀양 유치'를 도드라지게 강조하고 있더군요.

 KBS대구 6월 28일 9시 뉴스
▲ KBS대구 6월 28일 9시 뉴스 KBS대구 6월 28일 9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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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 경상북도지사, 김두관 경남도지사도 공약은 제시하고 있긴 하지만 그 강도는 약하고, 박맹우 울산광역시장의 공약에는 이 내용은 없습니다.

김 시장님은 7월 1일 4개지역 지방자치단체장과 취임 이벤트로 밀양 공항부지를 방문하고자 했지만, 김두관 경남도지사와 박맹우 울산광역시장(KBS대구, 경북매일신문 보도)의 불참으로 실현되지 못했죠.

지역언론에서는 '신공항 공조 차질'이라며 불참을 통보했던 경남도지사, 울산시장를 다소 비판하고 있었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분석해본다면, 사실 이 공조는 대구지역 언론과 김 시장님만의 바람이었을뿐, 다른 지역에서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요?

강추~ 드라마가 있습니다.

2008년 일본 후지 TV를 통해 방송된 <체인지>, 그리고 이를 한국판으로 재해석한 2009년 SBS <시티홀>!

최연소 총리와, 시골 조그마한 기초단체장의 '도덕교과서'적인 모습을 그리지만, 두 드라마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맥락이 있습니다.

SBS 드라마 <시티홀>
▲ SBS 드라마 <시티홀> SBS 드라마 <시티홀>
ⓒ SBS 드라마 <시티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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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파에 얽매이지 않고, 누군가에 의해 요약된 브리핑 자료는 꼼꼼히 검토하고, 동의되지 않으면 직접 현장을 찾아서 확인한 후에 사인하고, 원래 계획에 오류가 난다면 지체없이 시정하고, 정치, 연고 등을 따지기 보다, 항상 '이것이 시민들을 행복하게 할까요?'라는 질문으로 자신의 정치 또는 지방자치 의지를 되새기는 등'.

김 시장님, 간절히 요청합니다. 김 시장님의 주장만을 과도하게 편집하는 지역언론보다는, 그 정책에 문제와 오류가 있다는 다른 언론, 지역민심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김 시장님에게 보도되는 간단하게 요약된 칭찬만으로 가득한 언론 브리핑 자료보다는, 현장에 직접 나와보시면 어떨까요? 언론에 비친 현실과 내가 발딛고 있는 현장의 차이를 보신다면 '이래도 돼요?'라는 질문을 다시 던지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번 더 요청합니다. 정부여당은 '대구는 마음의 고향,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론없는 찬성지역'으로 낙인찍고 있는데요. '맹목적인 찬성'이 아니라, '깨알같은 비판과 건강한 대안제시가 강한 파트너'로 스스로의, 또한 이 지역의 격을 상승시켜주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오늘,평화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글쓴이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www.chammal.org) 사무국장입니다.



태그:#4대강, #신공항, #한겨레, #고용현황, #대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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