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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민들은 당신을 잊지 못할겁니다
▲ 제53대 김수년 울릉경찰서장 명예 퇴임식 우리 주민들은 당신을 잊지 못할겁니다
ⓒ 배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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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가끔 지인들과 모여 소주잔을 기울일 때면,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깔깔대곤 한다. "나는 지금도 학교 교무실과 경찰서는 정말 싫다"며 말이다. 지금은 그런 예(?)가 거의 없지만, 필자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적만 해도 방과 후에는 바로 집에 가지 않고 삼삼오오 짝을 이뤄 낄낄대며 학교 주위를 배회하는 것이 하루 일과였다.

그러다가 학교에서 감시나온 선생님과 경찰서에서 순찰 나온 경찰 아저씨들에게 검문을 받는 날이면, 그 순간부터 다음날 등교시간까지 내가 지은 죄를 떠올리며 밤새 잠을 못 이루기도 한다.

이유야 간단했다. 책가방에서 나오는 몇 개피의 담배와 라이타 그리고 추억 속 '선데이 서울' 때문. 지금도 그 잡지가 나오는지는 몰라도, 그때는 그 잡지 하나만 갖고 있어도 친구들 사이에서 제법 대접을 받았었다.

배우 금보라, 정윤희... 외국 배우로는 피비케이츠, 소피 마르소 등. 요즘 소주회사의 달력에나 나올 법한 수영복 사진 한두 장은 한창 사춘기였던 우리들에겐 엄청난 즐거움을 줬다. 어쩌다 수업시간에 잡지를 돌려보다 선생님께 발각이라도 되는 날이면, 책상위에 무릎꿇고 앉아 모진 고문을 당하기도 했었다. 공부밖에 모르는 모범생들까지 함께 벌을 서곤 했었는데, 그 기억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환한 표정으로 후배 경찰관들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으십니다
▲ 제53대 김수년 울릉경찰서장 명예 퇴임식 환한 표정으로 후배 경찰관들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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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에서의 근무 모습들이 하나둘 영상으로 편집 되었습니다
▲ 제53대 김수년 울릉경찰서장 명예 퇴임식 울릉도에서의 근무 모습들이 하나둘 영상으로 편집 되었습니다
ⓒ 배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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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경계만 했었던 경찰서 내빈석에 떡하니 앉을 기회가 생겼다. 마을 치안을 담당했던 경찰서장님이 오늘(30일) 퇴임하셨기 때문이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 했던가? 좀 더 계셨으면 좋으련만 아쉽기만 하다. 모든 사람이 아쉬워한다는 건 그만큼 주민들과 정이 들었다는 얘기일 게다. 때로는 친근한 동네 형님같이, 때로는 원칙에 충실해 공직자의 임무를 다하는, 서장님. 그는 예전 TV드라마 수사반장의 최불암씨를 연상시키는 인간미 넘치는 멋진 사람으로 주민들의 뇌리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퇴임사를 하면서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모양이다. 한참이나 조용히 말을 잇지를 못하시더니, 그동안 연습해온 섹소폰 연주를 하시겠단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작별이란 왠말인가~가야만 하는가~~

연주소리가 들리며 식장은 이내 숙연해 진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고 감사 했습니다
▲ 제53대 김수년 울릉경찰서장 명예 퇴임식 그동안 수고 많으셨고 감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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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만들어 놓은 그 어떤 규칙과 약속에 의해 떠날 수밖에 없는 퇴임식. 하지만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경찰관으로서 가질 수 있는 모든 명예와 소임을 다하고 박수를 받으며 은퇴하는 모습은 지금도 잔잔한 감동으로 남아있다. 서장님은 고향으로 가시기 위해 울릉도를 떠나신다고 한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빌게요. 우리 울릉도 주민들은 당신을 잊지 못할 겁니다. 항상 인자하신 미소로 주민들의 안전을 고민해 주셨던, 반겨주시던 그 모습을요."

덧붙이는 글 | 배상용 기자는 울릉군발전연구소 소장입니다.



태그:#김수년경찰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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