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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24일 오후 11시 9분]
 
2007년 한·미 양국이 합의했던 '2012년 4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미국과 정상회담을 통해 또다시 연기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움직임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청와대는 24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이 캐나다 토론토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기간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22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새벽(한국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나 전작권 전환을 연기하는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 간의 얘기가 잘돼서 환수 시점을 더 유예하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 두 사람이 공동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게 이 수석의 전언이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출국하기 직전인 24~25일경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의 백그라운드 브리핑 형식으로 이 사안에 대해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흘렸고, 이동관 수석도 "정상회담 의제는 포괄적 엠바고(보도유예) 사항"이라며 언론사에 엠바고를 요청했다.

 

그러나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23일자 신문에 관련 내용을 보도함으로써 엠바고가 사실상 깨져버렸다.

 

2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야당의 공방이 벌어졌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연기가 논의되냐"는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의 질문에 김성환 수석은 "현재도 협의를 계속하는 상황이다. 의제가 결정되기 전까지, 양측이 합의하기 전에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난색을 표했다.

 

이동관 수석은 같은 자리에서 "대통령의 정상회담 의제에 대해 사전 설명을 한다. 이번에 혹시 그리될 가능성이 있지만 민감한 사항이니 엠바고 지켜달라고 부탁드렸는데, <한겨레>가 이를 지키지 않고 기사를 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25일자 기사를 통해 "청와대가 엠바고를 출입기자단에 요청해 왔으나 <한겨레>는 검토 끝에 '엠바고를 수용할 수 없다'는 방침을 전달했다"며 "이 수석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이 "정부 정책에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아는데, 지금 시점에서 논의를 하면 밀실에서 논의가 진행된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자 김성환 수석은 "그 문제는 상대방 입장이 있으니 제가 이 자리에서 얘기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피해갔다. "현재도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는 처음의 답변과는 달리 "상대국과의 관계 때문에 답변할 수 없다"는 쪽으로 김 수석의 말이 바뀐 셈이다.

 

이 의원이 "전작권을 3년 더 유예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광우병 쇠고기 협상 때도 그렇고 국내 여론을 고려하지 않고 외국에서 덜컥 해오시면 안 된다"고 말하자 그는 "공개적인 논의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우리로서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논의하기 위해 여론수렴 작업을 은밀히 했음을 인정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전작권 전환 문제에 대해 "전시작전권을 2012년에 완전히 넘기기로 합의한 것은 이미 양국 간에 완전히 협상이 끝났고 서명까지 했기 때문에 그 문제를 재협상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맞지도 않고 이 문제가 공식적으로 얘기된 바는 없다"고 하면서도 "여러 가지 남북간의 관계 개선에 따라 입장이 달라지는 것이고, 지금 얘기할 때는 아니지만 핵문제, 평화협약 등의 전개상황이 달라지는 게 없다면 다시 얘기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2008년 2월 1일 <동아일보>, <아사히신문>, <월스트리트저널> 합동 인터뷰)

 

대통령의 생각은 3월 26일 천안함 사건이 발생하면서 구체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4월 20일 여야 3당 대표와 청와대에서 회동할 때 "군 내부에서 이견이 있는 문제라 (전작권 전환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당시 일부 언론이 "이 대통령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6월 말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별도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지만, 정부는 "양국 간에 공식적으로 논의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24일 내·외신 정례브리핑에서 "상황의 변화에 대한 인식이 시작된 것은 미국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이후 북한의 제2차 핵실험(2009년 5월)이라고 생각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있다.

 

한·미 국방장관이 2009년 10월 41차 한미안보협의회(SCM, 2009년 10월)에서 발표한 16개 항의 공동성명에서도 "전시작전권을 예정대로 2012년 4월17일까지 한국에 넘긴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실험이 양국의 전작권 연기 문제에 영향을 주었다면 SCM에서도 '이상기류'가 감지되었을 터인데, 당시만 해도 이 문제를 얘기하는 정부 당국자가 없었다.

 

한·미 정상의 갑작스러운 '전작권 전환' 논의는 양국이 비공식적인 방식의 논의를 진행해왔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27일 정상회담 결과가 주목된다.


태그:#전시작전권, #전작권, #오바마, #김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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