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6·2지방선거가 끝났지만 지금도 좋은 선거기사와 나쁜 선거기사가 입줄에 오르내린다. 그토록 지면과 영상을 통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던 후보들이 낙선의 쓴 고배를 마셨는가 하면, 항상 열세한다던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지난 기사들을 보면 마치 한 편의 역전 드라마를 다시 보는 것 같다.

1인 8표제의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진 지방선거기간인 지난 4월부터 2개월 동안 시민들로 구성된 선거보도 감시단이 있었기에 그나마 선거보도 준칙과 반칙이 무엇인지 많은 유권자들이 알게 됐다. 언론사들이 생산해 낸 선거보도를 하루도 빠짐없이 두 눈을 부릅뜨고 모니터해 그 결과를 발표한 이들은 다름 아닌 '6·2지방선거보도 모니터단'이다.

'6·2지방선거보도 모니터단'은 지난 4월 1일 발족한 시민연대기구로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과 각 지역 민언련(경기, 강원, 경남, 광주전남, 대전충남, 부산, 전북, 충북) 및 참언론대구시민연대로 구성되어 선거기간 내내 자체 홈페이지와 공식블로그 등을 통해 선거보도를 빈틈없이 감시하며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해 왔다.               

6·2지방선거보도 모니터단, 선거도보 업그레이드 기여

18일 오후 2시 대전충남 민언련 교육실에서 ' 6.2지방선거보도모니터단' 주최로 열린 지방선거 좋은기사 시상식 및 간담회 안내 포스터.
 18일 오후 2시 대전충남 민언련 교육실에서 ' 6.2지방선거보도모니터단' 주최로 열린 지방선거 좋은기사 시상식 및 간담회 안내 포스터.
ⓒ 대전충남 민언련

관련사진보기

유권자에게 유익하지 않은 나쁜 선거보도, 또는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는 언론의 선거여론조사 등에 경종을 울리고 공정선거보도를 유인하는데 큰 기여를 한 연대기구다. 이들 단체가 18일 처음 출범했던 대전에서 다시 모여 그동안의 성과와 과제 등에 대해 평가하고 선거기간 중 게재된 좋은 기사를 선정해 수상하는 한편 지방선거보도 중 최악의 여론조사를 한 신문사를 선정해 발표했다.

대전․충남민언련 교육실에서 이날 2시부터 열린 6·2지방선거보도 평가 간담회 및 좋은 기사와 최악의 여론조사시상식에서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선거보도 총평을 통해 "보수신문인 조·중·동은 마치 담합이라도 한 듯 이번 지방선거 당일 투표를 독려하기는커녕 북풍을 조장하는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올리는 몰상식을 감행했다"며 "풀뿌리 민주주의의 출발점인 지방선거에서 그 진가를 드러낼 절호의 기회를 맞은 지역언론 대부분도 이상하리만치 자기 본연의 역할에 충실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유권자 중심의 정책선거 보도를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선거보도 자체에 큰 비중을 두지 않은 인상이었다"며 "이 와중에도 몇몇 지역언론의 선거보도는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남지만 그래도 여전히 희망의 싹은 진행 중임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공정성에 미흡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

무엇보다 이날 6·2지방선거 최악의 여론조사 상에 이목이 집중됐다.  모두 3작품이 올랐다. 최악의 여론조사 보도에는 <충청일보> <매일신문> <경기일보>가 선정됐다. 모니터감시단이 선거기간 내내 모니터한 결과, 선정적인 제목 또는 불공정, 편파보도 등으로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에 악영향을 미칠 소지가 매우 높은 보도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충청일보> '충북도지사 1위 정우택 '압도적'', 선정적 경마보도 전형

<충청일보> 5월 25일자 5면.
 <충청일보> 5월 25일자 5면.
ⓒ 충청일보

관련사진보기


첫 번째로 선정된 최악의 여론조사 보도는 <충청일보>의  5월25일자 5면 '충북도지사 1위 정우택 '압도적''이다. 충북도지사인 '정우택 1위'를 강조하고 24:1로 우세하는 기사 제목과 여론조사 결과를 기사본문에 표로 편집해서 넣어 눈길을 끌게 했다. 충북 민언련은 선정이유에 대해 경마식, 선정적인 기사제목과 편집을 들었다.

언론중재위원회 선거기사 심의기준 제8조 4항 중 "여론조사 해석 보도에 있어 조사의 전제 여건과 현저히 다른 여건을 가진 상황에 대해 조사 결과를 임의로 적용해서는 안된다"를 위반했다는 것. 기사내용을 보면 "올해 들어 총 25차례 실시된 각 어론사의 지사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 정우택 후보가 24번에 걸쳐 1위를 기록한 반면, 이시종 후보는 단 한차례 승리하는데 그쳤다"며 이제까지 각종 언론조사 결과를 쭉 모아놓고 24대 1로 정우택 후보가 앞선다고 강조하는 등 정우택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보도를 했다. 선정적인 경마식 보도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 지사는 재선에 실패했다.

<매일신문> '대구교육감 우동기 지지율 1위', 공정성, 형평성 위배

<매일신문> 5월 24일자 1면.
 <매일신문> 5월 24일자 1면.
ⓒ 매일신문

관련사진보기


두 번째로는 <매일신문>의 5월 24일자 1면 '대구교육감 우동기 지지율 1위'가 선정됐다.  이를 선정한 참언론대구시민연대는 "연초부터 지역신문의 선거기획사업(각 후보 선거공보물 기획 및 인쇄)으로 논란이 있었고, 언론사가 직접 나선 이 마케팅이 선거보도의 공정성과 형평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했었다"며 "<매일신문>도 자회사인 <매일P&I>를 통해 대구․경북권 다수의 후보선거공보물을 기획, 제작했다"고 전제했다.

이어 "<매일신문>은 우동기씨에 대해 '오점'은 축소하고, '장점'은 최대한 부각했다"며 "예를 들면, '오점' 축소 사례로는, 우동기씨는 4월 9일, 5월 9일 각각 대구시선관위로부터 '경고'조치를 받았지만, <매일신문>은 4월 9일 경고는 1단 기사, 5월 9일 경고는 보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장점' 부각 사례로 지난 5월 24일 <여론조사>보도"라며 "교육감, 교육위원 여론조사의 가장 큰 특징은 60%이상 넘은 부동층과, 후보에 대해 정확하게 모른다는 내용이었는데 이날 조사에서 <매일신문>은 부동층 60%보다, 우동기 후보의 15%지지율을 주목하며, 1면 머리기사로 주요하게 편집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 같은 <매일신문>보도태도는 선거보도 공정성, 형평성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 최악의 여론조사에 선정됐다.

<경기일보> '경기지사, 김문수 45.6%독주... 유시민 31.7%' 형평성 야기

<경기일보> 5월 17일자 1면.
 <경기일보> 5월 17일자 1면.
ⓒ 경기일보

관련사진보기


세 번째로 선정된 최악의 여론조사는 <경기일보>의 5월 5일자 5면, '김상곤 35.7%...정진곤 23.0%'다. 경기 민언련은 "<경기일보>가 5월 5일자 5면에서 발표한 여론조사는 신문사에서 의뢰한 여론조사가 아닌, 정진곤 후보가 의뢰하여 조사한 여론조사"라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경기 민언련은 "현 공직선거법 108조에 5항에 의하면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공표 또는 보도하는 때에는 조사의뢰자와 조사기관·단체명, 피조사자의 선정방법, 표본의 크기, 조사지역·일시·방법, 표본오차율, 응답률, 질문내용 등을 함께 공표 또는 보도' 해야 한다"며 "그러나, 기사의 내용에는 조사의뢰자가 '정진곤 후보'임을 명시하지 않았으며, 응답률과 정확한 질문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조사의뢰자가 '정진곤 후보'임을 밝히지 않은 것은 보도의 공정성과 객관성에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 할 수 있다는 따가운 지적이다.

<경기일보>는 이날 또 하나의 '최악의 여론조사 상'을 수상했다. 5월 17일자 1면 '경기지사, 김문수 45.6%독주…유시민 31.7%' 제목이 문제가 됐다. 주관적인 표현인 '독주'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 인해 김문수 후보에게 유리하게 보도했다는 것이다. 또한 심상정 후보의 경우에는 제목에 표기하지 않음으로써 보도의 형평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에 선정됐다.

<국제신문> 기획 연재 '2030 투표가 세상을 바꾼다', 좋은 평가

<국제신문> 5월 17일자 1면.
 <국제신문> 5월 17일자 1면.
ⓒ 국제신문

관련사진보기


한편 이날 좋은 선거기사도 선정됐다. 부산의 <국제신문>과 충북의 <옥천신문>이 차지했다. 특히 <옥천신문>이 8회에 걸쳐 연재한 '좋은 정책이 좋은 옥천'과 3차례 게재한 '풀뿌리 우수 정책을 찾아서'는 매우 돋보인 선거기획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물보다 정책 위주의 선거보도에 충실했고 정책적 의제도 후보자나 언론이 아닌 유권자가 끄집어내도록 유도했다.

주간지에 비해 일간지나 방송사는 분석형 기사에 취약한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음에도 <국제신문>이 선거기간 중 3차례 기획 연재한 '2030 투표가 세상을 바꾼다'는 적절한 시점에 논리적 내용과 설득적 편집으로 단연 심사위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국제일보>의 선거 기획이 일간지 부문 좋은 기사로 선정된 이유다.

<국제신문>의 기사가 돋보인 또 다른 이유는 서울에서 발표되는 일반적인 2030대의 이야기를 관행적으로 기술한 것이 아니라 부산지역 2030세대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공약을 제시하고, 투표율과 공약관계를 설명하며, 이들의 실질행동(부재자투표소 설치운동)을 적극 부각했다는 점이다.

또한 '청년과 선거'라는 주제로 20대와 직접 얼굴을 맞대고 그들의 잠재력과 막강한 힘을 실질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특히 전국에서 띄고 있는 20대 후보를 설명하면서, 부산지역 관계자를 소개한 것은, 20대가 단순히 정치에 무관심한 '천덕꾸러기'가 아니라, 자신이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정치활동에 뛰어들거나, 투표활동에 열심인 '미래의 희망'코드라는 이미지 변화까지 유도했다는 평가다.

<옥천신문> '좋은 정책이 좋은 옥천', '풀뿌리 우수 정책을 찾아서' 유용

<옥천신문> 4월 2일자 선거관련 기획기사.
 <옥천신문> 4월 2일자 선거관련 기획기사.
ⓒ 옥천신문

관련사진보기


주간신문인 <옥천신문>의 진화는 많은 이로 하여금 '선거보도 고정관념'에 신선한 자극제가 됐다. 6·2지방선거에서 <옥천신문>이 주목한 '좋은 정책, 좋은 옥천', '풀뿌리 우수정책을 찾아서'는 지역주간신문이 고정관념처럼 추구했던 좁은 의미의 지역성 즉 '지역뉴스는 신문사가 위치한 자치단체, 지역을 둘러싼 뉴스'라는 고정관념을 깼다는 평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옥천지역 주민들로부터 좋은 정책을 추천받아 후보들로 하여금 선택하게 했다. 이는 기존에 시민단체가 추진했던 공약약속운동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유권자운동이다. 지역에서 현실 가능한 다른 지역의 우수정책도 상세하게 기술, 옥천 주민들의 '풀뿌리 자치'에 대한 감수성을 높였다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좋은 선거기사 후보에 오른 <부산일보>도 알토란같은 기사들을 선보였지만 기획이 아닌 단발성에 그쳤으며, <부산MBC>도 교육감 예비후보를 모두 9회에 걸쳐 소개하는 등 유권자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했으나 다소 평면적이고 후보자 중심이란 점이 아쉬웠다는 심사위원들의 후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후보자 공약검증 보도에 앞장선 <전북일보> <광주드림> <당진시대>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이번 선거보도가 전체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희망의 싹은 여전히 살아 있음을 확인해 준 사례들이다.


태그:#지방선거, #지역언론, #좋은기사, #최악여론조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