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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당시 함수, 함미가 분리된 장면을 담은 열상감시장비(TOD) 촬영분. 한-미 언론의 보도는 천편일률적으로 북한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부추기는 내용이었다.
 천안함 침몰 당시 함수, 함미가 분리된 장면을 담은 열상감시장비(TOD) 촬영분. 한-미 언론의 보도는 천편일률적으로 북한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부추기는 내용이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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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평범한 사람들은 전쟁을 원치 않는다. 러시아인이든, 영국인이든, 미국인이든, 독일인이든 마찬가지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뻔한 진리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한 나라의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지도자들이고, 보통 사람들은 지도자들이 결정하면 전쟁에 끌려들어갈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제도를 갖춘 나라이든지, 파시스트 독재 국가이든지, 의회제도 국가든지, 공산주의 국가든지 이 점은 똑같다. 민초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이든지 아니든지 간에, 그들은 지도자들이 불러내면 언제나 불려나오게 되어있다.

국민을 전쟁에 불러내는 것은 아주 쉽다. 우리가 적에게 공격당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평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애국심이 없다, 안보의식이 없다고 격렬히 비난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이렇게만 하면 된다.

--- 나치 지도자였던 헤르만 괴링,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서

미국에서 천안함 사건에 관련된 뉴스를 지켜보고 있으니 처음에는 "북한의 공격이 의심된다"던 것이 나중에는 "북한의 공격이라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나왔다"는 것으로, 최근에는 "북한 공격으로 침몰했다"는 식으로 점점 더 단정하는 식으로 보도가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천안함 보도에 항상 뒤따르는 것은 "패권에 목마른" 북한을 규탄하고 저주하는 논평과 댓글들입니다. 

사실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정부와 미국정부는 대규모 반북한 캠페인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 언론의 천안함 보도는 특정 언어사용이나, 사건 구성, 근거가 부족한 주장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이용하는 점에서, 과거의 몇 사건들과 너무도 비슷하여 아주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예를 들어 <피츠버그 포스트 가젯> 신문은 "국무부 대변인 P. J. 크라울리는 평양이 '정당한 이유 없이 용납할 수 없는 행위'를 했다면서, '분명히 북한이 중대한 도발을 했으므로, 확실하게 결과가 따를 것이다'라고 논평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진보센터(Center for U.S. Progress)의 로렌스 코크는 한 술 더 떠서, "한국 정부가 북한의 공격을 받고도 과잉 대응을 하지 않은 점은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했습니다.(한국의 모든 신문과 방송이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도발로 규정하고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천명한 것으로 도배되어있는데 무슨 소린지 참 엉뚱합니다.)

미국 언론의 논조를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작년 11월에 서해에서 남북한 해군간의 교전이 발발했을 때 <유에스에이 투데이> 신문은  다음과 같이 기사를 시작했습니다.

"남한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지난 화요일 서해안의 국경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지점에서 발생한 남북한 간의 충돌 끝에, 심하게 파손된 북한 초계함이 화염에 휩싸인 채로 퇴각했다."

북한군 측의 인명피해는 "충돌"이란 표현 뒤에 숨겨졌고, 북한이 먼저 아무런 이유가 없이 의도적으로 도발을 했다고도 썼습니다. 같은 신문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도 "남한의 전투함을 공격한 북한을 압박하여 호전적인 태도를 고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신문의 다른 논조를 주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북한군이 다수 사망했을 때는 분쟁지역에서 북한의 도발로 "충돌"이 일어났다고 했는데 비해, 남한군이 사망했을 때는 천인공노할 불법행위이며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북한을 규탄해야 할 것처럼 묘사합니다. (물론 이번에도 북한의 도발이라는 단정은 빼놓지 않았습니다.)

천안함과 관련하여 미국 언론에 나온 보도와 논평 중에서 균형이 잡힌 것은 아주 드물었습니다. 예를 들어, 시카고 대학의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데모크라시 나우>란 뉴스 프로그램에서 천안함 사건을 보는 맥락의 중요성을 지적했습니다. 최근에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답한 바와 마찬가지로 커밍스 교수는 천안함 사건은 분단 이래 65년에 걸친 남북간의 갈등상황에서 보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국경 분쟁지역인 서해안에서 일어난 사건이고 누가 먼저 도발을 했느냐 따지기도 어려울 만큼 계속 충돌이 있었음을 상기시켰습니다.

만일 북한 잠수함이 실제로 천안함을 공격했다면 북한측 해군 30명이 사망하고 70명이 부상을 입었던 1999년의 1차 연평해전을 비롯하여 2002년 2차 연평해전, 2009년 대청해전에서 북한이 당한 공격에 대한 반응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합동조사단의 신상철 위원이 제기한 의혹을 보도한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는 한국 사람들 네 명중 한 명은 정부의 발표를 믿지 않으며, 특히 교육을 받은 젊은층에서 정부의 발표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보도는 극히 예외적이며 나머지 수천 건의 보도와 논평은 천편일률적으로 북한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부추기는 것이었습니다.

정부·대중매체와 공포의 확대 재생산

냉전시대에 나온 만화책. 엉클 샘(미국)이 위험한 공산주의 빙산을 향해 배를 몰아가고 있다.
 냉전시대에 나온 만화책. 엉클 샘(미국)이 위험한 공산주의 빙산을 향해 배를 몰아가고 있다.
ⓒ Flick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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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명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은 천안함 사건은 비극임에는 틀림없지만 처음 일어난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한국정부와 미국정부가 이렇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합니다. 왜 대청해전은 단순히 "충돌"이고 천안함 사건은 도저히 용납 못할 "도발"이며 "공격"인지, 햇볕정책으로 쌓아온 남북간의 화해와 평화를 일시에 무너뜨리는 강경대응으로 이득을 보는 집단은 누구인지, 대중의 정서를 자극하고 사망한 장병들에 대한 전국민적인 애도를 강요하며 북한에 대한 증오를 날마다 부채질하여 누가 무엇을 얻는 지 물어보아야 합니다.

한국에 계신 독자 여러분을 위하여 저는 미국정부가 대중의 공포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활용한 역사적으로 비슷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보통 미국인들은 항상 전쟁을 두려워하면서도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전쟁에 대비하도록 조건화되어 있습니다. 한 세기 이상 지속되어온 미국 대외정책의 논리적이며 필연적인 결과로서 미국은 항구적으로 전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항구적인 전쟁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미국민들이 외부의 위협을 두려워하도록 조건화해야 합니다.

미국의 군비 지출액이 중국, 러시아, 독일, 프랑스, 영국, 이란, 북한의 군비 지출액을 보두 합친 것 보다 더 많은데도 미국인들이 외부의 적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은 희한하기만 합니다. 미국 군대가 2차 대전이후 다른 나라를 침공한 횟수가 200번 이상이지만 정작 미국인들은 미국이 침공을 받을 것을 걱정합니다. 미국인들은 역사적으로 미국의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한 미국군대가 어디를 가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이는 지 상관하지 않고 정부의 정책을 지지했습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우리 편이 아니면 테러리스트다"라고 억지를 부렸습니다. 미국 편과 타도의 대상인 적들 사이에 아무런 선택지도 없고 아무런 이야기도 듣고 싶지 않으니 미국에 말없이 복종하든지 적이 되든지 둘 중의 하나가 되라는 뜻입니다.

자크 엘륄은 현대 국가는 시민들에게 통치에 유용한 사고와 정서를 주입하는 데, 평소에는 주입된 내용이 조용히 잠재되어 있다가 특정 상징과 언어를 통해 자극하면 깨어나 반응하게 되어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거의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어느 정도 애국심을 갖고 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 아닙니다. 아주 어려서부터 교육과 대중매체와 온갖 정부 정책을 통하여 서서히 광범위하게 주입된 것입니다. 애국심이란 것은 단순히 자기 나라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아닌 타국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의심과 같은 부정적인 생각들도 포함합니다.

아무 미국인이나 붙잡고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 다르고 특별한 점이 무엇인가 물어보면 "자유와 평등"이란 답이 돌아올 것입니다. 수많은 시민들이 자유의 나라라고 뽐내는 미국에서 뉴스 앵커인 댄 래더가 이라크 침공 당시 텔레비전 방송에서 한 말이 있습니다. "조지 부시는 우리 대통령입니다. 그분이 결정을 하면, 나는 한 미국인으로서 그분이 서라는 곳에 서겠습니다. 제가 어디에 서야 할지만 말씀해 주십시오."

언론인으로서 댄 래더는 부시에게 복종을 맹세할 것이 아니라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과연 존재하는지, 이라크가 알 카에다와 관련이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지 물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시청자들에게 애국자로, 훌륭한 미국인으로 보이고 싶었을 뿐입니다.

한국도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현재 한국 인구의 약 90%에 달하는 1945년 이후에 출생한 한국인들은 누구나 학교에서 반공교육을 받고 자랐고, 또한 많은 사람들이 반북한적이고 친미적인 재벌 대중매체의 영향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교육체제나 대중매체가 사람들을 완전히 세뇌시킬 수는 없지만 거의 모든 시민들이 벗어나지 않는 대체적인 담론의 틀을 만들어 줍니다.

평소에는 대부분 한국인들이 북한에 대한 혐오에 골몰하지는 않지만 (물론 일부 정부고위관리, 대다수 군부 엘리트, 3·1절에 엉뚱하게 시청광장에서 성조기 흔들어 주시는 대형교회 신자님들, LP 가스통을 들고 시위하러 나오시는 어느 동지회 회원님들, 시국성명 발표장에서 깽판을 치시는 수구단체 할아버지들은 예외이십니다) 천안함 사건과 같은 사건이 벌어지게 되면 수십 년에 걸쳐 각인된 북한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과 혐오감이 의식의 표면으로 솟아오르게 됩니다.

필리핀 전에서 "10살 이상 모든 인간을 죽여라"는 제이컵 스미스 장군의 악명높은 명령이 실린 <뉴욕저널> 만화. 1902년 5월 2일.
 필리핀 전에서 "10살 이상 모든 인간을 죽여라"는 제이컵 스미스 장군의 악명높은 명령이 실린 <뉴욕저널> 만화. 1902년 5월 2일.
ⓒ 위키피디아 공공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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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스페인 전쟁과 필리핀 전쟁

이번 봄 학기에 저는 '미국이 아시아에서 벌인 전쟁 (American Wars in Asia)'이라는 제목의 강의를 했습니다. 이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은 미국 정부가 국민의 정서와 사고를 얼마나 손쉽게 조종해왔는지 깨닫고 당황해했습니다. 다른 나라를 침공하기 전에 보통 준비 작업으로 미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공포와 혐오를 조장합니다. 이는 매번 성공적이었습니다. 국민들은 애국심과 의무감에 휩싸여 쉽게 전쟁터로, 또는 전쟁 지원사업으로 동원되었습니다.

한 예를 들면, 1898년에서 1902년까지 미군은 스페인과 전쟁을 벌였고 이어 필리핀 군도를 점령하고 25만명에 달하는 필리핀인을 학살했습니다. 스페인 전쟁을 진행하기 전에 미국 정부는 대중 매체를 통해 반 스페인 감정을 불어넣어 자국 국민을  준비시켰습니다. "스페인 장관이 미국 대통령을 모욕하다"라는 신문 기사가 나갔고 이어 다른 신문은 "미국과 미국의 역사에 대한 최악의 모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당시 미국의 전함 메인호가 아바나항에 정박 중 어떤 원인으로인지 파괴되어 (아직도 분
명한 공식적인 결론은 없지만 거의 대부분 학자들은 단순사고였다고 추정합니다) 250명 이상이 사망했습니다. 아무런 확실한 근거가 없었음에도 미국 언론은 스페인이 메인호를 공격했다고 주장했고, 날마다 이어지는 선정적인 보도로 국민 여론은 스페인과의 전쟁과 필리핀 군도 점령을 지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담화문과 북한에 대해 극단적인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는 현재 한국의 보수 신문을 보면 1940년대 후반의 미국 언론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트루먼 대통령은 무력을 동원하여 공산주의의 확산을 막고 싶어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얼마 안되었기에 미국인들은 전쟁에 지쳐있는 상태였습니다. 트루먼과 참모들은 "전쟁을 또 하려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해서 온 나라를 공포로 몰아넣는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한 아더 반든버그 상원의원의 충고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트루먼은 "전체주의 정권들이 자유 시민들을 직접적, 간접적으로 공격하여 세계 평화의 근본을 침식하고 있고, 따라서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한국에 개입하여 미국의 적을 물리치지 않으면 미국과 세계는 "공포와 억압"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당시 미국 언론은 트루먼에게 아무런 이의제기도 하지 않고 아무런 증거도 요구하지 않은 채, 마치 진실인 양 그의 주장을 널리 퍼뜨렸습니다.

트루먼의 단순한 흑백논리에 따르자면 미국인들은 미국이 한국을 침공하는 것을 지지하든지 아니면 전세계가 독재체제에 속박되게 하든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했습니다. 참으로 어리석게 들리지만 흑백논리 언어는 효과적으로 먹혀들어가 대다수 미국인의 전쟁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이승만 대통령도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못지않게 잘 이용했으며 공산주의 축출의 명분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투옥당하고 고문을 당했고 제주 4·3사건과 같은 양민학살도 빈번히 저질렀습니다. 미국 정부도 이승만의 만행에 대해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한국의 공산화를 저지한다는 명분아래 철저히 묵인했습니다.

미국 전함이 북 베트남에서 13킬로미터 거리내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미해군의 통킹만 지도.
 미국 전함이 북 베트남에서 13킬로미터 거리내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미해군의 통킹만 지도.
ⓒ 위키피디아 공공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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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킹만 사건: 군함과 관련된 또 하나의 거짓말

한국전이 종결된 이후 10여년이 지나자 미국 정부는 국민들을 또다시 베트남 전쟁에 동원해야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그만치 1만3565 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으로 (경부고속도로가 430킬로미터라는 점을 참조하십시오) 미군 병사들을 보내서 베트남인들을 죽이는 것이 미국을 공산주의로부터 지키는 훌륭한 방법이라는 것을 자국민에게 먼저 설득해야 했습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린든 존슨은 수많은 다른 미국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국민을 공포속으로 몰아넣음으로써 다른 나라를 침공하는 전쟁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었습니다. "미국이 지금 베트남에서 공산주의를 저지하지 않으면 나중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저지해야 할 것이다"라는 존슨의 연설은 역사적으로 유명하며 나중에 부시정권에서는 이 구호는 공산주의를 "테러리즘"으로 바꾸어 그대로 재탕이 되었습니다.

베트남전에 미국이 대규모로 참전하게 된 계기는 1964년 8월 4일의 통킹만 사건입니다. 당시 미국 전함 한 척이 남베트남의 게릴라 대원들을 북베트남에 상륙시켜 인명을 살상하고 농작물과 공업시설을 파괴하게 하는 등의 작전을 수행하면서 해안 지역을 항해하고 있었습니다. 폭풍속에서 항해를 하던 중 갑자기 십여 척의 배가 미국 전함의 레이다에 잡혔고 전함은 즉시에 어둠속에서 사격을 가했습니다. 얼마 후, 레이다의 신호는 모두 사라졌고, 나중에 함장은 아무 공격도 받지 않았으며 아마도 날씨 때문에 레이다에 오류가 생겼을 것이라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결론을 내리기 전에 함장은 이미 워싱턴에 "베트남 전함이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고 급전을 보낸 상황이었습니다. 존슨 대통령은 이 첫 번 째 보고만을 활용하고 나중에 보낸 해명은 일부러 무시했습니다. 존슨은 미국 전함이 공격받고 있다면서 베트남에 미군을 증파할 것을 의회와 국민들에게 요구했습니다.

나중에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통킹만 사건에 대한 질문을 받은 존슨은 "젠장, 미군이 거기서 고래에 총질을 하고 있었다 한들 다를 게 뭐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존슨은 실제 미군에 대한 공격이 없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존슨의 거짓말은 미국인에게 공산주의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을 성공적으로 불러일으켜 베트남전 확전이라는 비참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천안함, 전쟁의 공포와 이명박 정부

비영리 언론 단체에서 실시한 연구에 의하면 부시대통령과 참모들이 9.11 이후 2년동안 이라크가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공식적인 거짓 증언을 무려 935회나 거듭했음이 밝혀졌다.
 비영리 언론 단체에서 실시한 연구에 의하면 부시대통령과 참모들이 9.11 이후 2년동안 이라크가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공식적인 거짓 증언을 무려 935회나 거듭했음이 밝혀졌다.
ⓒ Flick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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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계시는 독자 여러분들은 부시 전 대통령이 이라크와 9.11을 연결하려고 애썼다는 것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이라크 침공 이후 단 한개도 발견하지 못했던 대량학살 무기에 대해 주류언론이 끊임없이 떠들어댔던 것과 부통령 체니가 미국이 지금 이라크를 공격하지 않으면 버섯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게 될 것이라고 했던 것, 국무장관 파월이 유엔에서 이라크 침공의 정당성을 역설했던 일 등등, 이 모든 것이 얼마나 효과적이었을까요?

이라크 침공 직전인 2002년에는 미국인의 3분의 2가 사담 후세인이 9.11의 배후라고 믿었고, 이라크전이 수렁에 빠져든 2006년까지도 미국인의 절반이 이라크가 대량학살 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고 믿었습니다.

'인간어뢰 개념도'까지 만들어내며 천안함 사건을 보도하는 한국의 조폭 언론과, 매직으로 쓴 어뢰번호가 북한 글씨체라면서 결정적인 단서라는 주장을 하는 등 이상한 언행을 계속하는 한국 국방부를 보면서 저는 미국 정부가 전쟁을 일으킬 때마다 국내 여론을 유도하고 조종하는 것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국 언론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도 비슷한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도 북한은 미국 언론의 동네북이었지만, 천안함 사건에 관해서도 북한이 또 말썽을 일으켜 핵전쟁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는 식의 보도가 많이 나왔습니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현재 상황이 "대단히 위험"하다고 했으며, 오바마 대통령도 한국정부를 전격지지하며 한국군과 긴밀한 협조를 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북한을 항상 골치덩어리로 여기며, 남북한 분단체제에서 군사적, 경제적 이득을 얻어온 미국으로서는 이명박 정부의 북한 때리기와 한반도 갈등 고조를 환영하고 동조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시키고 가뜩이나 식량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북한주민을 더 극단적으로 몰아붙이려 하고 있습니다.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하여 여러분들이 지적했듯 천안함 사건의 중간보고를 이 시점에서 발표한 것은 선거용이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저는 내일 선거에서 한국인들이 역사적으로 미국민이 그랬던 것처럼 두려움에 휩싸여 다른 모든 정책을 따지지 않고 집권 여당에게 "묻지마 지지"를 보내줄 것인지, 주류언론과 대안언론을 비교 분석해보면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한 주민의 공존을 위해 일할 일꾼을 뽑을지 지켜보겠습니다.

<참고문헌>

- Ben Richardson and Saeromi Shin, South Korea Faces Domestic Skeptics Over Evidence Against North Bloomberg BusinessWeek, Monday May 31, 2010
- Adel Safty, Politics of power: Truman and Bush Gulf News, July 30, 2007
- World Public Opinion, Percentage of Americans Believing Iraq had WMD Rises August 9, 2006
- Olivia Hampton, North Korea: Obama's 'dumb war'? Guardian.uk.co, May 25, 2010
- Calum MacLeod, China sits out effort to pressure North Korea USA Today, May 25, 2010. 
- Associated Press, North Korean ship damaged in skirmish with South Korea USA Today, November 10, 2009
- Associated Press, Clinton: N. Korea must face consequences for attack USA Today, May 21, 2010
- Historian Bruce Cumings: US Stance on Korea Ignores Tensions Rooted in 65-Year-Old Conflict; North Korea Sinking Could Be Response to November '09 South Korea Attack Democracy now.org May 27, 2010


태그:#통킹만 사건, #천안함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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