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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선원(불교에서 수행기관을 뜻함)이 한국 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의 총본산, 조계사에서 문을 열었다. 4대강생명살림불교연대는 경기도 여주군 신륵사의 '여강선원'과 충남 공주시의 '금강선원'에 이어 25일 '서울한강선원'을 개원했다.

 

이번 서울선원의 개원으로 불교계는 '4대강 사업을 중단시키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내보였다. 최근 불교계의 4대강 사업 반대 활동은 환경위원회와 불교환경단체의 활동을 넘어 중앙종의회가 반대 성명을 내는 등 종단 차원의 저항으로 확대되고 있다. 2008년 촛불집회로 불교계와 관계가 불편했던 정부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4대강을 살려내는 큰 도량이 될 것"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 자그마한 천막 두 동이 세워졌다. 김포 불교환경연대 대표인 지관 스님이 선원의 원장을 맡아,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중단할 때까지 기도와 수행을 하는 서울선원이다. 비록 허름한 임시천막이지만 그 의미는 상당하다.

 

서울선원이 위치한 조계사는 청와대와 정부청사에서 1~2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 코앞에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운동본부가 자리 잡은 것이다. 4대강불교연대는 "전 국민과 불자들에게 4대강 사업의 진상을 알리고 종교, 시민단체가 결집하여 총력을 기울이기 위한 공간"이라고 서울선원 개원 취지를 설명한다.

 

아직 걸려 있는 초파일의 오색연등 사이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서울선원의 개원식이 열렸다. 개원식에는 여강선원의 수경 스님, 조계종 환경위원회 위원장 주경 스님,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대표 퇴휴 스님, 천주교연대 대표 조해붕 신부와 집행위원장 서상진 신부, 기독교환경연대 사무총장 양재성 목사, 불자들과 환경단체 회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퇴휴 스님은 개원식의 여는 말씀에서 "4대강이 운명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서울 선원은 작게 시작했지만 4대강을 살려내는 큰 도량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경 스님, 서상진 신부와 양재성 목사의 격려사가 이어졌다. 주경 스님은 "어제 공동기도회에 가서 젖은 가사(스님이 승복 밖에 걸쳐 입는 법의)가 아직 마르기도 전에 또 비에 젖고 있다"며 "4대강 사업을 막을 수 있다면 우리는 매일 젖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불교, 천주교, 개신교 모두 거리에

 

현판식과 함께 개원식을 마친 참가자들은 '4대강 생명살림을 위한 24시간 참회정진 기도'를 시작했다. 목탁소리와 불경을 외는 소리가 끊이지 않고 24시간 동안 이어지는 기도는 수경 스님의 기도로 시작됐다. 수경 스님은 기도를 하는 동안 눈물을 흘리며 목 놓아 불경을 외웠다.

 

이날 서울선원이 개원한 것과 함께 개신교 목사들도 서울 성공회 성당에서 단식기도회에 들어갔다. 이로써 지난 10일 천주교 신부들이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단식기도를 시작한 것에 이어 세 개 종단의 종교인들이 모두 서울 중심부에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활동에 들어갔다.

 

한 환경단체 회원은 "이제 스님, 신부님, 목사님들이 모두 거리로 나왔다"며 "정부는 종교인들의 저항에 부딪혀 결국 4대강 사업을 중단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편, 개원식이 열리는 조계사 건너편에서는 '건국이념보급회', '나라사랑실천운동' 등 보수 단체가 '수경스님, 4대강 지방선거 악용 말고 환속해서 출마하라'는 현수막을 들고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조계종은 이미 폭도들의 것"이라며 "친북좌파들을 비호한 조계종 지도부는 경찰조사를 받고 처벌 받아야 한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집회는 개원식이 진행되는 중간까지 이어졌다.

 

또 주경 스님의 격려사 도중 한 중년 남성이 스님 앞으로 뛰쳐나와 "이 빨갱이 XX야. 니가 스님이냐"라며 막말을 퍼부었다. 이 남성은 참가자들의 저지로 스님에게 더 다가가지 못했지만 개원식은 다소 어수선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태그:#4대강, #지방선거, #조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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