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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아르바이트를 하는 와중에 동료와 지브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 동료는 중국인이었는데 아직 지브리 스튜디오를 가보지 못했는데 얼마전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가보고 싶어졌다는 것이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만들 당시에 감독이 이 건축박물관의 많은 것들을 참고했다는 것을 들었었기 때문이다. 귀국이 멀지 않았던 시점에서 어디라도 가보자는 게 목표였고 다음날이 쉬는 날이었기에 출발을 결정했었다.
 

내가 살았던 니혼바시에서 건축박물관까지는 꽤 먼거리였지만, 다행히 중앙선(中央線)이 다니는 구간이고 해서 가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살인적인 도쿄의 교통비 덕택에 상당히 많은 돈을 들여야했지만. 어쨌거나 도착을 해보니 아주 커다란 공원 안에 이 박물관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친절하게 경례를 올리는 경비아저씨와 인사를 나누고 친절한 박물관 직원들에게 티켓 끊는 방법을 물었다. 표는 사람이 끊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동화 기기를 이용해 끊어야 했다. (경비아저씨가) 대학생이냐고 물어봐주는 덕택에 아주 잠깐 감동했던 적도 있다. 동안으로 봐주는 건 고마웠지만 아니라고 하자 대학생은 할인이 된다는 말을 해 약간 아쉬웠다.

 

관내는 동편과 서편으로 나뉘는데 동편에 바로 에도시대를 느낄 수 있는 건축물이 세워져있다. 그리고 도쿄의 과거모습을 만날 수 도 있었는데 바로 사진에서 보이는 옛날 우체통부터 시작된다. 내가 살고 있었던 곳이 니혼바시로 꽤 역사가 있는 도시인데 그 니혼바시의 옛날 모습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어서 더 반갑기도 했다. 우체국과 파출소, 화재를 알리는 곳, 옛날 버스 등도 볼 수 있었는데 조그마한 아이들을 데리고 엄마가 나들이 와 구경하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우리는 무엇보다 첫 방문의 목적이 됐던 센과 치히로의 행방을 찾는데 곧 주력하기 시작했다. 이 전차는 옛날 긴자(銀座)와 신바시(新橋) 지역을 다니던 것으로 노면전차다.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전차가 다녔다고 하는데, 아마 일본의 영향이 아니었을까? 이 전차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어디서 많이 본 모양새다. 애니메이션에서 센이 제니바의 반지를 돌려주려 가기 위해 탔던 그 녀석과 닮아 있었다.

 

내부로 들어가니 전차를 좀 더 확실히 알수 있었다. 예전 우리의 전철 1호선 생각이 날 만큼 낡은 모습과 나무 바닥, 그리고 전차를 운전하는 운전석이 인상적이었다. 다소 더워질 무렵이라 선풍기가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는데 그 소리마저 정겨운 느낌이 들었다. 나도 센과 센의 일행들처럼 잠시 의자에 앉은 채 풀죽은 표정을 지어보았다.

 

에도시대의 건축물들을 볼 수 있는 곳은 이 곳 외에도 사이타마(埼玉)의 카와고에(川越)라는 곳이다. 그곳에서 본 건물들도 그랬지만 이곳에서 본 건물들도 역시나 화재라도 만난 것 같이 까맣다. 그리고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무늬를 냈지만 무서운 분위기가 난다. 에도 시대의 사람들은 어째서 저런 모양의 건물들을 지어 살았을까. 우리네 과거의 건물들에서는 따스한 느낌이 나는데, 일본의 건물들은 기묘한 느낌이 난다.

 

"어- 유바바의 온천이다!"라고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내고는 달려가 사진을 찍었다. 실제 유바바의 료칸은 일본의 유명한 온천지 도고온천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곳 역시 입구의 모양은 그럴싸하게 비슷했다. 이곳은 료칸이라 하기는 애매하고 센토 정도로 보면 되는 곳인데, 센토란 우리의 대중목욕탕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안에서는 일하시는 분들이 열심히 청소를 하는 중이라 사진을 남기지 못했다.

 

이 여행에서 가장 주요한 목적지로 삼았던 곳이 바로 이 별장이다. 본래는 일본의 유명한 사람의 별장이라는데 정말 크게 잘 지어놓았다. 별장 주변에는 물이 흐르고 멋진 분재들이 자라고 녹음이 가득했다. 하지만 내가 이 곳을 보고 싶었던 것은 사진 속 다다미와 창문때문이다. 창문은 거의 출입문에 가까운 크게인데 애니메이션에서 센이 문을 열어 놓고 가오나시를 불러 들였던 곳과 닮았다.

 

그리고 다다미방은 료칸의 일하는 사람들이 묵었던 곳과 흡사하다. 맨발로 들어가 약간은 차가운 느낌의 다다미를 느껴보았다. 다다미는 습한 일본의 습기도 잡아주고 시원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어서 여름에는 매우 좋다. 하지만 관리가 굉장히 어렵단다. 나는 저 문 앞에 서서 일본식 정원을 한번 바라보고 혹 거기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가오나시를 찾아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서편은 거의 서양식 별장이나 유명 작가들의 집을 많이 전시하고 있었고, 가족들보다는 연인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데이트 코스로도 많이 이용되는 모양이었다. 서양식의 건축물이라면 여행을 하는 도중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나에게 큰 감흥은 없었다. 딱 한 곳 사진을 찍으면 옛날식으로 흑백처리를 해서 인화를 해주는 곳이 있었는데 가격이 비싼 편이라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

 

이곳은 일본으로 특히, 도쿄로 가는 여행객들에게는 먼 거리나 비싼 교통비 때문에 외면받기 일쑤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되는 사람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특히 가족을 동반한 여행객이나 지브리의 작품들을 좋아한다면 좋은 추억이 될 듯 싶다. 입장료는 400엔.

 

홈페이지 : http://www.tatemonoen.jp/


태그:#일본, #여행, #에도건축박물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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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업계에서 근무하면서 이쪽의 이야기를 싣어보고 싶었습니다. 여행지 소개나 안내, 그리고 제가 관심있는 분야인 뮤지컬에 관한 내용들도 써보고자합니다. 좋은 기사와 좋은 정보로 여러분들에게 많은 내용을 전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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