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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일부 재벌그룹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일부 재벌의 경우 부채비율이 무려 3000%가 넘는 경우도 있었다. 또 이들 기업 대부분은 회사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조차 감당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회사 빚은 쌓이고, 영업해서 이자도 못 내는 재벌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경제개혁연구소(소장 김우찬)가 18일 공개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연결재무비율 분석'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연구소는 올해 4월 현재 공기업과 금융그룹을 뺀 45개 기업집단에 대해 2009 회계연도의 연결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등을 조사해 발표했다.

경제개혁연구소의 보고서는 글로벌 위기에도 한국 기업집단의 재무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정부의 견해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여, 향후 기업 구조조정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45개 기업집단의 2009 회계연도 연결부채비율 분포
 45개 기업집단의 2009 회계연도 연결부채비율 분포
ⓒ 경제개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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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분쟁 겪은 금호아시아나, 연결부채비율 3341%로 가장 높아

연구소가 45개 재벌을 상대로 조사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 기업집단의 연결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이다. 연구소는 작년 보고서에서는 부채비율만 계산했었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은 단순히 기업의 부채와 순자산을 합산해서 얻는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그동안 국내 재벌의 부채비율을 계산할 때, 그룹 계열사들의 부채와 순자산을 그대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국내 재벌기업들의 특성상 내부거래가 많고 이를 통해 자산 등이 과대평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따라서 연결부채비율은 이처럼 그룹 계열사들끼리 이뤄지는 내부거래를 뺀 순수한 자산을 기초로 부채비율을 계산한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부채비율보다 좀더 높게 나올 가능성이 큰 셈이다.

실제 공정위가 45개 기업집단을 상대로 내놓은 단순합산부채비율 평균은 103.29%다. 하지만 연결부채비율로 계산하면 비율은 160.43%로 크게 올라간다. 차이가 무려 57.14%포인트에 달한다.

보고서가 밝힌 연결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상위 10개 그룹은 금호아시아나, 부영, 삼성테스코, 동양, STX, 대우조선해양, 한진, 한화, 두산, GM대우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우 지난해 단순합산 부채비율은 405.67%였지만, 연결부채비율은 무려 3341.79%였다. 연구소는 "차이가 나는 이유는 공정위에서는 순자산 규모를 6조9100억원으로 인정했지만, 연구소에선 연결기준으로 순자산이 9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순자산이 크게 줄었기 때문에 부채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지난해 박씨 오너 형제 간의 경영권 분쟁과 함께 금호타이어 등 주력계열사들이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임대아파트 건설로 유명한 부영그룹의 경우 단순합산 부채비율은 96.54%에 불과했지만, 연결기준으로 따지면 부채비율이 무려 1916.19%로 올라간다. 부영 역시 순자산의 급격한 감소가 부채비율 급상승의 원인이다.

이들 이외에 동양과 한화그룹은 계열사 간 출자거래가 많아지면서 순자산이 줄었고, STX그룹과 두산그룹의 경우는 해외 현지법인의 재무구조가 나빠지면서 연결부채비율이 증가했다고 연구소 쪽은 밝혔다. 특히 최근 그룹 주요 계열사의 주가폭락 등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두산은 해외법인인 두산인프라코어인터내셔널과 두산홀딩스유럽 등의 부채 총액이 5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45개 기업집단의 2009 회계연도 이자보상배율 분포
 45개 기업집단의 2009 회계연도 이자보상배율 분포
ⓒ 경제개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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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한진, 두산, STX, 동부, 현대, 대한전선, 삼성테스코, 동양 등 '부실' 상태

부채비율과 함께 이번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이들 재벌에 대한 이자보상배율 분석 내용이다. 이자보상배율은 한 회사의 이자지급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대개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눠서 계산한다.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면, 회사가 영업을 통해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갚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주로 이러한 기준을 적용해 '부실기업'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연구소는 "45개 그룹 전체를 대상으로 연결기준 이자보상배율의 최근 3년간 추이를 보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면서 "특히 2009년의 경우 정부의 초저금리 정책에 따라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크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영업이익률이 전반적으로 매우 저조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연결기준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을 기록한 그룹은 모두 12곳이다. 이들은 현대와 동양, 동부, 금호아시아나, 한진, 삼성테스코, 대한전선, 동국제강, 하이닉스, STX, 두산, 세아그룹이다.

이 가운데 동부와 삼성테스코의 경우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심각한 상황을 보였다. 동양과 한진, 대한전선, 하이닉스 등 4개 그룹은 2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었다. 반대로 이자보상배율이 가장 양호한 기업집단은 KT&G 그룹이며, 현대중공업과 현대백화점 그룹이 그 뒤를 이었다.

연구소는 특히 '연결 부채비율 200%와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이라는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는 그룹을 부실상태로 추정했다.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부실재벌은 모두 9개였다. 이들은 금호아시아나, 한진, 두산, STX, 동부, 현대, 대한전선, 삼성테스코, 동양그룹 등이다.

이은정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이라고 했지만, 실제 조사 결과 일부 재벌의 경우 재무구조는 크게 악화됐다"면서 "45개 전체 평균 부채비율은 좀 나아진 측면이 있지만,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들의 사정은 더 악화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연결부채비율이 높은 10개 그룹 가운데 상당수가 여러 이유를 들면서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들 기업이 국민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큰 만큼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태그:#재벌, #경제개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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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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