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영국 조계종 총무원 불교문화사업단 대외협력위원.
 김영국 조계종 총무원 불교문화사업단 대외협력위원.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지난 3월 23일 '봉은사 외압이 있었다'는 기자회견을 했던 김영국(조계종 불교문화사업단 대외협력위원)씨가 회견 전날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과 통화하는 것을 봤다는 '제3자'의 증언이 나와 주목된다. 이 현장 목격자는 "청와대 행정관 박○○이 김영국씨한테 'VIP에게 보고해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고 밝혀 김씨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김씨는 지난 6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이동관 수석의 '사면복권 제안'과 박○○씨의 'VIP(대통령) 보고'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현장 목격자의 증언은 김영국씨와 이동관 수석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문제의 광화문 카페에서 관련자들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를 입증할 수 있는 정황증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동안 "이동관과 통화했다"(김영국)거나 "통화하지 않았다"(이동관)는 당사자들의 엇갈린 주장만 있었을 뿐, 현장에 있던 목격자가 통화 사실을 증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이 처음부터 '이동관이 형(김영국)을 만나자고 한다'고 얘기했다"

김씨가 기자회견 전날인 3월 22일 밤 전 청와대 행정관 박○○씨(대통령 직속 G20정상회담 준비위원회 근무)를 만나는 자리에 동석한 J씨(서울 근교 거주)는 16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박○○이 처음부터 '이동관이 형(김영국)을 만나자고 한다'는 얘기를 했고, 나중에 '이동관 수석과 전화 통화라도 하라'며 (김영국에게) 전화를 바꿔줬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김영국씨와 민중불교운동연합(이하 민불련) 활동을 함께 한 J씨는 기자회견을 앞둔 김씨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민불련 동지들과 함께 있다가 그날 밤 김씨가 후배 박○○씨를 만나는 술자리(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 합석했다. J씨뿐만 아니라 이날 합석한 K씨와 L씨도 김영국-이동관 통화 사실을 증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민불련 활동을 함께 해 박○○씨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다.

J씨는 그날 박○○과 말다툼한 상황 등을 자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J씨는 "(박○○으로부터 잠수 타면 이동관이 김영국 뒤를 봐준다는 얘기를 듣고) 나도 화가 나서 '잠수 탄 뒤에 사태가 진정되면 김영국씨 한테는 (협상) 카드가 없는데 그것을 어떻게 보장하냐'면서 '말로만 그럴 것이 아니고 이동관이를 오라고 해라'고 다그쳤다"면서 "그랬더니 박○○이 초면인데 자기를 무시한다고 화를 냈다"고 밝혔다.

J씨는 "그 친구가 전작(前酌)이 있어 술이 취한 상태에서 어떻게든 기자회견을 막으려고 몹시 흥분해 있었다"면서 "그런데 김영국씨와 대화하는데 내가 끼어드니 영국씨가 테이블 밑으로 나를 발로 차 '그만 하라'고 사인을 주면서 박○○한테 '그러면 이동관한테 전화해서 내가 기자회견 안 한다고 얘기해라'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자회견을 앞둔 김씨의 신변 보호용 차량을 운전하기로 돼 있어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서 "그래서 비교적 상세히 기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VIP에게 보고해야 하니 빨리 기자회견 안 한다고 말해 달라고 재촉"

J씨는 또 "박○○이 밖에서 전화통화를 하고 들어와서는 'VIP에게 보고해야 하니 빨리 기자회견 안 한다고 말해 달라'고 재촉했다"면서 "몹시 흥분해 있어서 그런 것인지,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박○○이 거침없이 그렇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씨의 얘기를 듣고) VIP가 그런 것까지 챙긴다는 게 의외였다"면서 "박○○이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공명심에서 그렇게 말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게 뭐 그리 중요한 일이라고 대통령이 그런 것(기자회견)까지 챙길까, 이런 의심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J씨는 또 "그날 밤 박○○의 주선으로 김영국씨가 조해진 한나라당 의원과도 통화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 "기자회견 한 뒤에 안정을 취하려고 김영국씨와 함께 남쪽으로 여행을 떠났는데, 그때 차 안에서 '그날 이동관 말고 조해진과도 통화했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이는 "박○○씨가 회견 전날 김씨의 회견을 막기 위해 이동관 수석뿐만 아니라 김효재·조해진 의원 등과도 전화를 연결해 통화할 것을 요청했다"면서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조직적 개입 의혹을 제기한 <오마이뉴스> 보도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관련 기사 : 한나라당 의원들도 '김영국 기자회견' 막으려 했다?)

이와 관련, 조해진 의원은 "기자회견 하루 전에 지인(박씨)으로부터 '김영국씨와 만나고 있다'는 전화를 받았지만, (예민한 상황이어서) 김씨와 통화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김영국씨의 변호인 '진술서'에 따르면, 박씨의 권유로 조해진 의원과 직접 전화통화를 했고, 조 의원은 "선배님 걱정됩니다. 잘 판단해서 하십시오"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다음은 '진술서'의 관련 대목이다.

"조해진 의원 '선배님 걱정됩니다. 잘 판단해서 하십시오'"

"박○○은 '(이동관 수석뿐만 아니고) 김효재 의원, 조해진 의원, 고흥길 의원도 통화를 원한다'고 했으며 진술인(김영국)은 이 일은 그 사람들과 할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통화를 거절했으나 박○○이 위 사람들에게 전화를 한 후 진술인에게 바꿔주었습니다. 이에 진술인은 김효재 의원과는 통화를 사양하였고, 조해진 의원과는 통화를 하였으며, 고흥길 의원과는 연결이 되지 아니하였습니다."

한편, 김영국씨는 16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동관 수석 및 조해진 의원과 통화한 사실을 거듭 시인했다. 다음은 '진술서'의 이동관 수석 통화 관련 부분이다.

박○○ : 기자회견을 해봤자 형만 다친다. 내가 지금 이동관 수석에게 전화해서 오라고 할테니 이야기나 한번 들어봐 달라.
김영국 : (내심 박○○이 이동관에게 심하게 닦달 당한다는 느낌을 받고, 이동관을 만나지 않으면 박○○이 난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그래 뭔 얘기를 하는지 들어나 보자.

박○○ : (전화한다면서 전화기 들고 카페 밖으로 나갔다가 대화 후 밖에서 손짓으로 김영국을 불러냄) 이동관 수석이 나를 기다리다가 다른 지인들 만나서 술 한잔 하는데 그 자리가 끝나지 않아 오기는 어렵고 통화나 해보시죠(하면서 전화기를 줌).
김영국 : 아, 예, 김영국입니다.

이동관 : 아, 예, ○○이한테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이한테 얘기 들으니까 아직 복권이 안 됐다고 그러던데 우리가 풀어줄 테니 ○○이하고 얘기 좀 잘하시죠.
김영국 : (대뜸 사면 문제를 거론하자 남의 약점 쥐고 흔드는 느낌이 들었고, 평소 잘 아는 사람도 아닌데 최소한의 예의도 없이 남의 사면이 어쩌고 하면서 권력자 행세하는 것에 욱하는 마음이 들어 화가 남. 자기가 홍보수석이면 홍보수석이지…) 아, 그거하고 이거하고 아무런 관련도 없는 문제인데, 그거하고 이거하고 무슨 상관 있습니까. ○○이하고 얘기할게요. (직후 박에게 전화 넘기고 화가 난 상태로 ①번 테이블로 돌아옴. 박과 이의 통화내용은 듣지 못함.)

"박○○ '지금 VIP가 기다리고 있대요. 아유, VIP가 형을 알지 않아요'"

이동관 수석의 고소로 17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피고소인 조사를 받은 김영국씨가 변호인에게 제출한 '진술서'에 있는 박○○씨와 나눈 대화 내용에 첨부된 카페 구조 그림이다. 박씨는 김씨를 설득하느라 1, 3번 테이블을 오가며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 문제의 광화문 카페 현장 이동관 수석의 고소로 17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피고소인 조사를 받은 김영국씨가 변호인에게 제출한 '진술서'에 있는 박○○씨와 나눈 대화 내용에 첨부된 카페 구조 그림이다. 박씨는 김씨를 설득하느라 1, 3번 테이블을 오가며 2시간 동안 대화를 나누었다.
ⓒ 김당

관련사진보기

박○○ : (잠시 후 박이 ①번 테이블로 들어옴) VIP에게 보고해야 하니 빨리 기자회견 안 한다고 말해줘요.

김영국 : 아니, 이런 일을 무슨 VIP한테까지 보고를 하냐, 이동관이 그래?

박○○ : 지금 VIP가 기다리고 있대요. 아유, VIP가 형을 알지 않아요, 그러니까 관심이 있는 거겠죠.
김영국 : 알기야 알지. 아무리 그래도 이런 문제를 VIP가 직접 챙기는 게 말이나 되냐,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박○○ : (동석했던 3인에게 김영국하고 얘기 좀 하게 자리 좀 비켜달라고 하여 3인은 밖으로 나감. 3인이 나간 후 기자회견 하지 말라는 취지의 말을 하던 중) 형, 기자회견 못 막으면 저 쫓겨납니다.
김영국 : 야, 네가 이동관에게 엄청 시달리나 보구나. 그러면 이렇게 하자. 네가 이동관에게 전화해서 기자회견 안 한다고 해라. 내일 아침 10시에 통화해 최종 확인하기로 했다고 해라.…그리고 내일 10시에 통화한 다음 내가 기자회견 한다고 하면, 밤새 마음을 바꿔서 한 것으로 하면 너는 되는 것 아니냐. 이동관에게는 '세상에 믿을 놈 없다'고 내 욕해라. 모든 책임은 나에게 넘기면 되지 않느냐.

이와 관련, 이동관 수석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중간에 연결해준 친구가 '내가 옛날부터 잘 아는 친구라서 (김영국을) 만났는데, 내일 기자회견 안 하겠다고 합니다'라고 했다. 나는 그때 저녁식사 약속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데 '그렇다면 잘된 일이다' 그 말 하고 끊었다"면서 김영국씨와는 "100%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한 바 있다. 또 사면복권 발언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오마이뉴스>는 17일 박○○ 전 행정관의 반론을 듣기 위해 전화를 해 기자의 신분을 밝히고 "새로운 증언이 나와서 확인차 전화를 했다"며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박씨는 "죄송하지만 언론 인터뷰를 안한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어 반론을 듣지 못했다. 박씨는 현재 대통령 직속 G20정상회의 준비위원회에서 홍보업무를 맡고 있다.

김영국 조계종 총무원 불교문화사업단 대외협력위원이 3월 23일 서울 중구 장충동 만해NGO교육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명진 스님의 이야기가 사실이며 처음부터 끝까지 그 자리에 배석했다"고 말하고 있다.
 김영국 조계종 총무원 불교문화사업단 대외협력위원이 3월 23일 서울 중구 장충동 만해NGO교육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명진 스님의 이야기가 사실이며 처음부터 끝까지 그 자리에 배석했다"고 말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김영국씨, 6일은 참고인 17일은 피고소인 조사 받아

한편 김영국씨는 지난 6일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이동관 수석이 명진 스님(서울 삼성동 봉은사 주지)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의 참고인 조사를 받은 데 이어, 17일에는 이 수석이 자신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사건의 피고소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이날 오후 전화통화에서 "이동관 수석이 6일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근거로 고소를 했기 때문에 인터뷰 내용을 중심으로 조사를 받았다"면서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3시쯤에 끝났는데 조사 분위기는 좋았다"고 말했다.


태그:#봉은사 외압, #명진 스님, #이동관, #김영국, #조해진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6,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