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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전혁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출범 기자회견 현장은 생각 외로 썰렁했다. 6일 오전 10시 서울 명동 전국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10여 명의 기자만이 참석했다. 박효종 대책위 대표(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7명의 집행위원들이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간 뒤 진행된 질의응답시간에도 <민중의 소리>·<오마이뉴스>와 같은 진보 성향 매체의 기자들만이 손을 들었다. 10시에 시작된 기자회견은 30여 분 만에 끝났다. 지난달 4월 19일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등 5개 교원단체에 속한 교사들의 명단을 공개한 후 연일 언론의 머리기사를 장식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에 참석한 대책위원들의 목소리에서는 결의가 묻어났다. 

 

"조전혁 의원이 소신 지키고 그 뜻을 펼 수 있도록 힘 보태겠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박효종 대표와 홍진표(시대정신 이사)·김영호(성신여대 교수)·조동근(명지대 교수)·이재교(시대정신 상임이사)·이명희(자유교육연합 상임대표)·이헌(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등 6명의 집행위원이 자리했다. 대책위 고문을 맡은 안병직 시대정신 이사장, 이인호 KAIST 교수,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등은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교사의 교원단체 가입현황은 '학부모의 알 권리'로 마땅히 공개되어야 한다는 입장에 서서, 선두에서 문제를 제기하여 고초를 겪고 있는 조전혁 의원의 지원활동을 위해 '조전혁 대책위'를 결성한다"고 밝혔다. 또 "조전혁 의원이 강제이행금의 현실적 부담을 이기지 못해 5월 4일 명단 공개를 중단한 결정을 이해한다"면서 "조전혁 의원의 명단 공개에 대해 전교조가 반대와 저지 방침을 철회하지 않고 있고 관련된 법적 공방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교원단체 명단 공개의 상징이 된 조전혁 의원이 소신을 지키고 그 뜻을 펼 수 있도록 힘을 보태려고 한다"고 전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대책위는 지지성명 발표와 공개토론회 개최, 지식인 선언 추진을 통해 교원 노조 및 단체 명단 공개를 지지할 예정이며, 나아가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원노조 및 단체 명단 공개를 의무화하도록 입법청원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재교 변호사를 비롯해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 소속 변호사들이 조 의원을 사법적으로 지원하는가 하면, 조 의원이 부담해야 할 1억 2천만 원의 강제이행금을 모금할 예정이다. 오는 13일에는 '대한민국 교육 살리기' 콘서트를 통해 모금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이재교 변호사 "재판 결과에 승복하는 것은 헌법을 어기는 것"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교원단체 명단 공개와 관련해서 그간 제기되었던 비판에 대한 '반론'이 주를 이뤘다. 먼저, 교원의 노조가입 정보는 '민감정보'로 오·남용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비판에 대해 이헌 시변 공동대표는 "민감정보, 개인정보라고 해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우리 현실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노동조합에 가입한 정보는 외국의 어느 사례에서는 민감정보로 보고 있는 것이 맞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학생의 학부모들에게 우리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가 과연 전교조에 소속되어 있느냐 아니냐는 아주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개인정보의 문제보다 더 우월하다"고 설명했다.

 

이명희 자유교육연합 상임대표 역시 "국제사회에서도 어떤 사람이 조합원이냐 아니냐의 정보는 정보공개에 있어서 신중해야 할 것으로 분류되고 있다"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이 부분이 다른 나라에서와 (달리) 조금 특수하다"고 주장했다. "교사는 조합원이기 이전에 교사이며, 교사가 어떤 교직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것이 그 교사의 교육활동 내용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국민들이 교원의 신상에 대해서 알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 결정 무시' 비판에 대해서도 조 의원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이재교 시대정신 상임이사는 "판결이 부당하든 정당하든 판결이 있다면 존중해야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특이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에 대해서 어떤 행위를 하라, 하지 마라 명령을 할 수 있는 권한 자체가 없다"면서 "재판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것은 법을 어기는 것이 될 수 있지만, 권한도 없는 새로운 형태의 재판을 승복하는 것은 헌법을 어기는 것이 될 수 있다"며 권한쟁의심판 제기 취지를 밝혔다.

 

 

"우리 교육 위해 기여했다면 왜 명단 공개에 피해의식 갖나"

 

교원단체 명단 공개가 전교조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 홍진표 시대정신 이사는 "이번에는 전교조 조합원 명단만 공개한 것이 아니라 교총을 비롯해 모든 교원노조의 조합원 명단을 공개했다"면서 "전교조가 문제를 갖고 있느냐 아니냐는 명단 공개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교사가 전교조 소속인지, 혹은 해당 학교의 전교조 조합원 비중이 얼마인지 알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집행위원들은 전교조의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하기도 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전교조가 문제가 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면서 "우려를 자아낼 부분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명희 자유교육연합 상임대표 역시 "전교조는 단순히 조합원들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관련된 활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사적인 문제가 있을 때마다 '계기교육'을 해왔다"면서 "학부모들의 입장에서 보면 찬성할 수 없는 부분도 있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교조가 잘못한 게 없고 교육에 기여를 했다면 조전혁 의원이 명단을 공개하기 전에 스스로 나섰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효종 대표는 "전교조 자신이 우리 교육을 위해 많은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면 자신들의 명단이 공개되는 데 있어서 왜 피해의식을 가져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잘했으면 잘한 대로, 못했으면 못한 대로 평가를 받는 게 노블리스 오블리주"라고 주장했다.

 

"신중하게 하려 했는데 전교조가 명단 공개 몰아가"

 

이들은 "이번 문제(명단 공개)는 선거 문제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박효종 대표는 "한국사회에서 교육이 바르게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에서 나온 것일 뿐 지방선거나 교육감 선거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 문제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정략적"이라는 것이다.

 

이재교 시대정신 상임이사는 "(명단 공개를) 이렇게 빨리 할 계획이 없었고 여론 흐름을 봐가면서 신중하게 하려 했는데, 전교조에서 (명단 공개 금지) 가처분 결정을 하고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임에 따라 명단 공개가 오히려 당겨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한 재판이 들어오고 법원의 결정이 있으면서 조 의원이 (명단 공개 시기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선택을 당했다"면서 "오히려 몰아간 것은 전교조 측"이라고 비난했다. 

 

조 의원은 "전교조 명단 공개를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하루에 3000만 원씩 전교조에 지급해야 한다"는 서울남부지방법원의 결정에 따라 지난 3일 "더 이상 공개의 실익도 없고 (이행강제금 부과에) 버틸 힘도 없다"며 명단 공개를 중지하기로 한 바 있다.

 

 

전교죠 "명단 공개 의원들 상대로 계속 손해배상청구 할 것"

 

한편, 대책위 측의 주장에 대해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국민들의 알 권리, 학부모들의 알 권리라는 단어 하나로 개인의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엄 대변인은 "학부모의 권리라고 한다면 학부모에게만 (명단을) 공개했어야 하는데 조전혁 의원은 인터넷에 접속한 전 세계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공개했다"면서 "학부모의 알 권리를 위해 명단을 공개했다는 논리는 허구적"이라고 말했다.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어서 엄 대변인은 "학부모의 알 권리를 위해서 교사의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엄 대변인은 "노동조합 가입 여부는 정치적 성향, 건강상태, 종교적 신념, 성적 취향, 인종 등과 함께 세계 보편적으로 민감한 개인정보로 명확히 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개인정보가 학부모의 알 권리라는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공개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엄 대변인은 교사의 정치적 성향이 학생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대책위의 주장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근거를 대라"고 답했다.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엄 대변인은 "현재 한나라당 의원들이 명단 공개에 동참하고 있는데 계속해서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조전혁, #교원단체 명단공개,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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