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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상 글로벌 마인드가 가장 강하다는 'G세대' 장병들이기에 해외 파병은 도전하고 싶고 즐기고 싶은 무대가 됐다." 지난 4월 9일, 조선일보 박해현 논설위원이 '해외 파병 지원 경쟁'이란 제목으로 쓴 칼럼의 일부이다.
 
박해현씨는 우리 젊은이들이 하루 걸러 폭탄이 터지는 전쟁터에서 무고하게 희생되는 가난한 나라 아이들 앞에 총을 들고 가는 것을 '도전하고 즐긴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신문사의 논설위원이 새벽 시린 바람에도 보초를 서고 있는 군장병들의 심성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그 뜻이 아니었다면 해외파병을 유럽배낭여행인양 포장, 왜곡하여 젊은 장병들을 위험한 전쟁터로 끌어들이려는 의도인지 묻고 싶다.

 

또한 이 글은 최근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될 병력 320여명 중 육군 작전지원대 95명을 뽑는 데 908명이 지원해 9.6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고 전한다. 2007년 샘물교회 피랍사건과 윤장호 하사의 희생을 기억하는 국민들 중 절반정도는 아프간 재파병에 반대하고 있는데, 군장병들은 왜 이렇게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을까?

 

그리고 올해 1월부터 미군, NATO군 사망자가 1600명을 돌파하는 비극 앞에 전세계 여론이 철군을 외치는 지금, 왜 한국장병들은 서로 파병을 가겠다고 나선 것일까? 국방부가 우리 군장병들에게 아프간 현지 상황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했는지 의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아프간 파병을 다녀온 천모씨는 지난 2007년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파병 가기 전 아무도 정확한 정보를 주지 않았다"고도 했다. 국방부가 아프간 전쟁터의 상황을 군장병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 도의적 문제를 넘어 지휘책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에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더욱이 심각한 문제는 아프간 재파병은 '글로벌 코리아의 국격'이니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았던 정부에게 있다. 정부는 13억 중동 이슬람 사람들의 등을 돌리게 할 '아프간 재파병'을 밀어붙였고 국회는 전세계를 향해 총을 겨누게 될 '상시파병법(PKO법)'을 졸속 통과시켰다. 우리 병사들은 물론 전세계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민간인들마저 폭탄공격과 납치살해의 구체적인 표적이 될지 모르는데도 이를 강행한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주목해야 하는 건 최근 청년실업률과 국가재정적자규모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상시파병법(PKO법)'에 따라 1년에 1000명까지 파병될 군인들은 실업률을 낮추며 국가의 세금조달원이 될 것이고 분단국가 한국에 재고처럼 쌓인 각종 첨단 무기들은 전쟁터에서 쓰이며 내수촉진을 불러일으킨다. 만성적인 경제불황으로 인한 재정적자와 끝없이 높아지는 청년실업률을 만회하기 위해 정부는 전쟁터로 국민들을 몰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글로벌 코리아의 국격은 가난한 국민들이 전쟁터로 내몰리는 전쟁비지니스인 것이다.

 

이제 한국은 본격적인 전쟁지원국가로 들어서게 됐다. 강대국 편에 서서 죄 없는 민간인들이 희생되는 전쟁을 돕는 게 '국격'이라 이야기하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곧 있으면 상시파병법과 아프간 재파병 결정에 따라 한국군이 전세계로 파병된다. 한국은 인류 앞에 불의한 파병국가가 될 것이다. 이대로 파병이 스펙이 되고 글로벌 코리아의 국격이 된다면 얼마나 많은 양심을 팔아 가난한 나라 사람들 앞에 총을 겨눠야 할 것인가? 파병문제는 더 이상 국가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거짓국익의 명분으로 가슴에 총칼을 품을 것인가의 문제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덧붙이는 글 | 나눔문화 논평입니다. 이 글은 나눔문화(nanum.com) 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파병, #아프간, #아프간 재파병, #아프간 파병,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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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 사회운동단체 <나눔문화>에서 사회행동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www.nan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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