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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은 유난히도 어렵게 오는 것 같습니다. 눈, 비에 꽃샘 추위까지, 마치 2000년 초 하이마트의 처음 시작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전자제품 전문점 하이마트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8일 올림픽 펜싱 경기장에서 전국 임직원 5천여 명이 모인 가운데, 협력사 관계자와 광고 모델 등을 초청해 기념 행사를 열었다.

'공포의 외인구단' 닮은 하이마트 성장사

8일 올림픽 펜싱 경기장에서 열린 하이마트 10주년 행사
 8일 올림픽 펜싱 경기장에서 열린 하이마트 10주년 행사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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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념사를 통해 선종구 사장은 "10년 전 사장 취임하던 날이 엊그제 같다"며 "고객은 물론 주위 사람들도 하이마트가 어떤 회사인지 잘 몰랐고, 임직원들도 회사 미래에 확신이 없을 때"라고 10년 전을 돌아봤다.

하이마트 태동은 확실히 이현세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과 닮았다. 1997년 IMF 당시 대우그룹에서 '방출'된 대우전자 국내 영업본부와 자회사 한국신용유통이 독자 생존을 위해 만든 '구단'이 바로 하이마트이기 때문이다.

대우그룹이 법정 관리로 비틀대고 있었으니, 선 사장 회고처럼 당시 하이마트의 미래 또한 기약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외인구단'은 데뷔하자마자 세간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적을 보여 줬다. 2000년 매출 1조2천억 원으로 전자 유통업계 1위를 차지한 것이다.

2006년에는 업계 최초로 매출 2조 원을 돌파했고, 작년에는 세계 금융위기 속에서도 2조7천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동시에 하이마트 회원 1천만명도 돌파했다. 하이마트의 올해 매출 목표는 3조 원. 현재 275개 직영 매장을 갖고 있으며, 직원 숫자는 5천여 명에 이른다.

새로운 유통형태 도입과 일관적인 광고 마케팅이 성공 비결

이날 기념행사에는 광고모델 차태현씨와 박보영씨 그리고 왕석현 군이 함께 했다
 이날 기념행사에는 광고모델 차태현씨와 박보영씨 그리고 왕석현 군이 함께 했다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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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하이마트의 성공 비결로는 새로운 유통 형태 도입이 첫 손에 꼽힌다. 다양한 가전 메이커 제품을 한 자리에서 비교 구매할 수 있는, 이른바 '양판점'을 도입함으로써, 그 전까지 대형 가전업체 대리점들이 주도하던 판을 새롭게 짠 것이다. 소비자들로서는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어진 셈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중소 가전업체 발굴로 이어졌다. '다 있다, 더 싸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던 하이마트로서는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잘 알려진 예는 전기 압력밥솥 업계 최강자로 꼽히는 '쿠쿠'다. 생산자와 판매자가 서로 '윈-윈'한 대표적인 사례란 것이 업계의 평가다.

공격적이고 일관된 광고 마케팅도 하이마트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그동안 여러 차례 모델과 노래는 바뀌었지만 '하이마트로 가요'란 슬로건을 일관되게 유지함으로써, 일종의 브랜드 자산으로까지 그 가치를 높여왔다는 것이 하이마트 측의 설명이다.

그러나 시장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대형 할인점 '파워'가 엄청나게 강해졌고, 인터넷 쇼핑 시장은 1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하이마트 급성장의 원동력으로 꼽히는 가격이나 다양성에서 더 이상 우위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선종구 사장 "10년 내 매출 10조 달성, 회사 가치 20배 키우자"

기념 행사에서 밝게 웃고 있는 하이마트 직원들
 기념 행사에서 밝게 웃고 있는 하이마트 직원들
ⓒ 이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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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날 축하행사에서는 이와 같은 상황을 <개그콘서트> 인기 코너인 '남성인권보장위원회'로 패러디한 장기 자랑이 큰 호응을 얻었다. 하이마트 '고민'의 일단이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선종구 사장이 지난 10년을 "작은 성공"으로 표현하며 새로운 도전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선 사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10년이 지난 지금 '전자제품 살 땐 하이마트'란 등식을 모르는 국민이 없다, 매출 3조 시대도 눈앞"이라고 자평하면서도 도요타 사례를 거론하며 "이런 무한 경쟁 시대에 과거의 작은 성공은 과감히 뒤로 하고 또 다른 10년을 향해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 사장은 이어 "앞으로 10년 이내 매출 10조를 달성하고 회사 가치를 다시 20배로 키우는 비전 2020을 발표한다"며 "단기적으로는 2년 이내에 증시에 상장하여 주주는 물론 전 국민들에게 하이마트의 기업 가치를 공식적으로 평가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행사 말미 '하이마트'가 의미하는 바를 묻자 관계자는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더 수준 높은 서비스로 제공하여 고객 친화적인 유통을 실현한다는 뜻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갈수록 높아지는 고객들의 니즈(needs)에 얼마나 '하이하게(높게)' 대응할 것인가. 하이마트의 '또 다른 10년'이 여기에 달려 있다.

웃으며 삽시다, 경영진의 '아브라카다브라'

축하행사에서 큰 인기를 얻은 임원진의 '아이돌&걸그룹 댄스 메들리'. 선종구 하이마트 사장(가운데)도 함께 했다
 축하행사에서 큰 인기를 얻은 임원진의 '아이돌&걸그룹 댄스 메들리'. 선종구 하이마트 사장(가운데)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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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념식에 이어 열린 축하행사에서 하이마트 임직원 함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것은 두 차례였다. 그 한 번은 광고모델 공연을 마치고 퇴장했던 아역배우 왕석현군이 다시 무대에 나타나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을 때.

또 한 번 역시 '아브라카다브라'였다. 주인공은 하이마트 경영진. 임원진의 '아이돌&걸그룹 댄스 메들리'가 이어지던 무대 가운데 선종구 사장이 '화려하게' 등장하자 장내는 그야말로 환호의 도가니에 빠졌다. 독특한 프로그램, 하이마트의 오랜 전통이라고 한다.

양동철 하이마트 광고홍보팀 차장은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창립 기념 행사마다 경영진이 솔선수범해 장기자랑에 나선다"고 소개했다. IMF 당시부터 펼쳐진 '웃으며 삽시다'란 문화 캠페인의 일환이란 것. 오전에는 절대 부하직원을 혼내지 않는다는 불문율도 있다고 한다.

양 차장은 "아침에 혼나면 하루종일 기분 나쁠 것 아니냐는, 혼낼 것이 있으면 가능한 오후에 하라는 불문율이다, 잘 지켜지는 편"이라면서 "일과 시작 전에는 다같이 '나는 기분이 좋다, 나는 건강하다, 나는 잘 할 수 있다'는 행복 구호도 외친다"고 소개했다.

선 사장도 직원들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건강 비결 중 하나로 "웃어야 한다. 입으로, 얼굴로, 눈으로가 아니라 마음 속으로 웃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장 문화, 기업 성장에 목마른 CEO라면 특히 챙겨 볼 만한 대목이다.


태그:#하이마트, #선종구, #가전, #유통, #왕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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