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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민군 합동 조사단(아래 합조단)이 천안함의 침몰원인으로 외부 폭발 가능성이 크다는 공식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이 폭발물의 정체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까지 합조단은 외부 폭발물의 형태가 기뢰인지 어뢰인지를 특정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일각에서는 북한 어뢰 피격설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수중 전력의 현황은 어느 정도일까?

비대칭 전력이란 상대국이 보유하고 있지 않아 억지력이나 전투 상황에서 적군에 대해 압도적인 전력 우위를 지닐 수 있는 무기체계다. 한국군의 입장에서 보자면 북한군의 수중 전력은 대표적인 비대칭 전력이다. 국방부가 발간한 <2008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 해군은 로미오급·상어급 잠수함과 침투용 잠수정 등 모두 70여 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형 '로미오급' 잠수함, 수심 깊은 동해에서 운용

길이 76.6m, 수중배수량 1830톤, 최고 속력 13노트, 항속거리는 14400km이며 533mm 중어뢰를 장비하고 있다.
▲ 로미오급 잠수함 길이 76.6m, 수중배수량 1830톤, 최고 속력 13노트, 항속거리는 14400km이며 533mm 중어뢰를 장비하고 있다.
ⓒ 해군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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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76.6미터, 수중 배수량 1830톤의 로미오급 잠수함은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잠수함 중 가장 대형이지만,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U-21형 잠수함의 설계를 원형으로 하여 냉전시기 구소련이 개발했던 것인 만큼 현대전을 수행하는 데는 제약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은밀성을 생명으로 하는 잠수함에 어울리지 않게 수중 소음이 많이 발생하여 미군은 '물속의 강철관'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있다. 예산 부족으로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운용 유지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러시아에서 퇴역한 같은 급의 잠수함을 수리부품 조달용으로 도입한 것으로 군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현재 북한은 모두 20여 척의 로미오급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그 대부분이 수심이 깊은 동해에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장으로는 533mm 중어뢰 발사관을 함수에 6문, 함미에 2문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군당국은 평안남도 남포, 황해남도 비파곶과 해주에 있는 북한 잠수함 기지와 항속거리를 토대로 추정해 볼 때 로미오급은 이번 사고와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상어급 잠수함, 천안함 침몰 사고의 유력한 용의자?

1998년 9월 18일 강릉시 안인진리 해상에 좌초한 채 발견된 상어급 잠수함
▲ 상어급 잠수함 1998년 9월 18일 강릉시 안인진리 해상에 좌초한 채 발견된 상어급 잠수함
ⓒ 해군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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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해 어뢰 피격설을 내세우는 일각에서 가장 큰 혐의를 두고 있는 것은 상어급 잠수함이다. 1996년 9월 18일 강릉 안인진리 해상에 좌초한 채 발견된 잠수함이 바로 이 상어급이다. 수중배수량 200톤을 기준으로 잠수함과 잠수정을 구분하는 제인연감의 분류 기준에 따르면 330톤급의 상어급은 소형 잠수함으로 분류된다.

군당국은 북한이 30여 척 정도의 상어급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잠수함은 정규 해군 작전보다는 요원 침투 등 특수작전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533mm 어뢰발사관 4문을 함미에 장착하고 있지만 항해 중에 어뢰 재장전은 불가능하다. 수중 최대속력은 8.8노트 정도로 추정된다.

5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김학송 위원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300톤 급의 소형 잠수함을 언급하며 "(사고 당일인 지난달 26일을 전후해)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 확실히 보이지 않은 북한의 잠수함 2척이 있다"며 "(천안함 침몰과의) 연관성은 약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김 위원장이 밝힌 300톤급 소형 잠수함이 바로 상어급 잠수함을 말한다.

하지만 관성항법장치 등을 장비하지 않은 상어급 잠수함이 한미 군당국의 감시를 피해 장시간 잠항 상태로 항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상어급 잠수함의 작전 가능 일수는 최장 20일에 이르지만 잠항 상태에서는 항로를 벗어나도 이를 수정할 방법이 없다. 이 잠수함은 자주 잠망경을 내놓고 눈으로 해안선과 섬 등 지형지물을 대조해서 항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상어급 잠수함이 항로 확인을 위해 잠망경을 수면 위로 내놓았을 경우에는 우리 군의 레이더에 탐지되었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꽁치잡이 어선이 뿌려놓은 유자망에 걸린 '유고급 잠수정'

수중배수량 110톤으로 소형 잠수정으로 분류되는 유고급 잠수정은 수중 속력 8노트, 승무원 4명과 특수요원 6~7명을 수용하며 406mm 어뢰 발사관 2문을 장비하고 있다.
▲ 유고급 잠수정 수중배수량 110톤으로 소형 잠수정으로 분류되는 유고급 잠수정은 수중 속력 8노트, 승무원 4명과 특수요원 6~7명을 수용하며 406mm 어뢰 발사관 2문을 장비하고 있다.
ⓒ 해군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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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급 잠수함보다 작은 잠수정으로는 수중 배수량 110톤급의 유고급 잠수정이 있다. 지난 1998년 6월 22일 속초 앞바다에서 꽁치잡이 어선이 뿌려놓은 유자망에 걸려 잡혔던 잠수정이다.

북한은 유고슬라비아에서 잠수정 도면을 입수하여 1987년부터 건조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8~10명의 승조원이 타고 있으며, 소형인 관계로 물살이 빠른 해역에서는 활동에 제약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406mm 어뢰 발사관 2문을 장비하고 최대 항속거리는 수상에서 10노트로 항해했을 때 660km지만, 수중에서는 4노트로 최대 90km밖에 움직일 수 없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유고급 잠수정은 몇 년 전에 도태된 것으로 아는데 비밀사안이라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은 "천안함 침몰 사고는 3인 1조로 구성된 북한 해상저격부대의 SDV(Swimmer Delivery Vehicle) 공격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북한의 수중 공격 장비인 SDV는 가장 은밀하면서도 정밀한 해상 침투 수단"이라며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대함 레이더에 잡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SDV(Swimmer Delivery Vehicle).
▲ 미 해군의 SDV 미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SDV(Swimmer Delivery Vehicle).
ⓒ 미 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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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문가들은 사고 당일의 기상 상태와 파도 높이, 항속거리 등을 감안하면 SDV가 침투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파악하고 있다. 또 상어급 잠수함에 SDV를 수용할 수 있는 장비가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실제 미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SDV는 전략 핵잠수함을 개조하여 특수하게 수용공간이 마련된 잠수함에서 발진하고 있다.

한 군사전문가는 "상어급 정도 크기에서 SDV를 운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수중속도가 느린 SDV는 주로 항만같은 고정된 시설에 침투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데, (천안함 같이) 움직이는 함정에 다가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전문가는 "요원이나 장비 수송 수단으로 사용되는 SDV가 어뢰 같은 공격수단을 운반할 수 있는 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이밖에 대동 2급 반잠수정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반잠수정은 좌우에 어뢰 2발을 장착하고 최대 시속 50노트(약 92km/h)를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함 사고 당일의 기상상태와 파도 높이를 고려했을 때 반잠수정이 운항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군당국의 분석이다.

북한 해군은 1956년부터 배치된 53-56형 대수상함용 직진 어뢰(사거리 4.5 Km, 속도 51노트)와 SAET-60형 유도 어뢰(사거리 15 Km)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수중폭발을 일으켜 '버블 제트'로 함정 선체를 공격하는 어뢰의 보유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지난 6일 국방부 원태재 대변인은 북한군의 '버블 제트' 어뢰 보유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확인하기 불가능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태그:#초계함 침몰, #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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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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