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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 국토해양부는 보금자리주택 3차 지구를 선정, 발표하였다. 이로서 수도권에는 작년 시범 지구와 2차 지구를 합쳐 총 15개 지구가 서울을 둘러싸는 '보금자리 벨트'를 구성하게 되었다.

보금자리주택이란 기존의 공공분양, 공공임대, 장기전세 등 공공의 재정으로 또는 공공기금의 지원을 받아 건설되는 주택을 포괄하는 새로운 주택 개념이다. 기존의 공공주택들을 공공 목적으로 지어지는 주택임에도 불구하고 입주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공급자 위주의 공급이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그래서 보금자리주택에서는 금융지원 확대로 입주자의 부담을 완화하고 사전예약제를 통하여 수요자가 원하는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보금자리 주택은 분양 위주의 정책에 따른 투기 조장, 수도권 집중 우려, 자족성 미비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우려되고는 있지만, 집값을 안정시키고,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실현시키는 주요 정책 수단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보금자리 주택지구 선정 현황
 보금자리 주택지구 선정 현황
ⓒ 국토해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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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보금자리주택과 같은 대규모 주택이 건설될 경우, 반드시 필요한 것이 편리한 교통망이다. 특히 보금자리주택은 서울과의 출퇴근을 염두에 두고 서울 외곽에 지어지므로 편리한 교통망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교통망의 불편한 보금자리주택이라면 애초에 존재 의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금자리주택의 교통망이 갖춰야할 조건은 무엇일까? 필자는 보금자리 주택의 취지에 맞추어 아래 3가지를 제시하고 싶다.

첫째는 대중교통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수도권 교통의 최대 문제점은 서울과 경기도를 유출입하는 교통량 중 자가용의 비율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서울과 경기도를 연결하는 도로는 매우 잘 되어 있는데, 광역철도는 밀도와 속도, 서비스 수준면에서 도로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전철보다는 자가용으로 서울 출퇴근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가 달리면서 대기오염과 소음공해를 일으키며, 출퇴근 차량은 대부분 나 홀로 승용차로 심각한 에너지낭비를 불러오고 있다. 자동차는 화석연료를 이용하기 때문에 온실가스도 대량으로 배출한다. 즉 지금 우리나라의 비전인 저탄소 녹색성장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또한 수많은 경기도 차량이 서울에 진입하면서 애꿎은 서울 시내까지 교통 혼잡이 유발되고 있다. 막대한 건설비를 들여 서울시내에 도시철도를 건설하였음에도, 경기도에 광역철도가 없기 때문에 서울시내의 교통 혼잡은 그대로인 것이다.

경부고속도로의 교통혼잡
 경부고속도로의 교통혼잡
ⓒ 경기도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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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자가용 위주의 교통망이 가져올 각종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보금자리주택은 철저하게 대중교통 중심 교통망을 갖추어야 한다.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이 더 편리한 주택지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현재 선정되어 있는 15개 보금자리 주택 지구는 대부분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서울 내곡지구의 경우 신설 예정인 신분당선 청계역을 바로 이용할 수 있고, 구리 갈매지구는 신설예정인 경춘선 전철의 갈매역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고양 원흥지구는 일산선(3호선)에 원흥역이 신설된다. 그런데 한 가지 첨언할 것은 전철역만 있다고 해서 저절로 대중교통 중심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시가지 구조 자체가 전철역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전철역 주변에 상업 지구를 위치시키고, 그 주변에 주거지역을 위치시키며 각 주택단지를 출발한 지선버스가 불필요한 지역을 들리지 않고 역으로 집중되어야 효율적인 대중교통망이 완성된다. 그리고 환승거리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역 자체에 노외환승센터를 설치할 필요도 있다. 역 따로 건물 따로 짓지 말고, 역 자체가 그 지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역 주변에 환승주차장을 건설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가용 이용자를 위한 주차장보다는 버스 이용자를 환승센터가 더 필요하다.

사당역 복합환승센터 추진 조감도
 사당역 복합환승센터 추진 조감도
ⓒ 서울메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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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보금자리 주택 지구에는 저비용 고효율 교통망이 빠른 시간 내에 구축되어야 한다. 보금자리 주택은 절차를 간소화하고 공공이 직접 사업을 추진하여 입주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대중교통망도 입주 시기에 맞추어 빨리 지어져야 한다. 이미 보금자리 주택에 사람들이 입주하고 있는데, 한창 전철역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따라서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지하철 신설만 고집할 게 아니라, 비용을 절감하고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철도망 건설을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 보금자리 주택 가격의 상승도 막을 수 있다.

하남 미사지구의 경우, 서울지하철 5호선이 바로 옆을 지나가기 때문에 지하철 노선을 간단히 연장할 수 있다. 이 경우 차량기지 건설 등의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인천 구월지구나 남양주 진건지구의 경우 인접한 중앙선 도농역이나 인천1호선 인천터미널역 약간 거리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지하철을 직접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운데, 이 경우 해당 지구에서 전철역까지 셔틀 역할을 할 수 있는 경전철을 건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론 지구의 규모에 맞게 시스템을 최적화해야 할 것이고, 기존 지역의 교통편의 개선도 염두에 둔다면 사업성이 더 좋아질 수 있다.

아울러 광명 시흥지구에는 1호선 오류동역에서 연결되는 군 수송 철도가 남북으로 관통하고 있다. 따라서 이 철도를 그냥 걷어낼 것이 아니라 도시철도 노선으로 활용하는 것도 검토해보아야 한다. 광명 시흥지구의 경우 KTX광명역을 지나갈 예정인 광명경전철 노선을 연장하는 것도 고려될 수 있다. 이렇게 기존의 철도노선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빠르고 저렴하게 철도교통망 구축이 가능하다.

KTX 광명역 전경
 KTX 광명역 전경
ⓒ 광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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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보금자리 주택지구의 대중교통망은 '접근성'이 강화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신도시 교통망은 지하철 위주로 건설되어 왔는데, 지하철의 단점은 역이 너무 지하 깊숙이 있어서 타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렇게 지하 깊숙이 있는 역은 목적지까지의 통행시간을 늘리게 되고, 결국 지하철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따라서 보금자리 주택에는 지상에서 바로 탈 수 있는 교통수단이 제공되면 좋으며, 그것이 바로 신형노면전차이다. 신형노면전차는 지상의 도로에 중앙버스전용차로 같이 독립된 주행공간을 제공하고 저상형 전기열차를 달리게 하는 것이다. 60년대 사라진 구형 노면전차와 달리, 신형 노면전차는 차량의 길이가 길어 수송력이 높고, 독립된 주행공간과 전용 신호 제공, 차량 성능 개선으로 속도가 빠르며, 무엇보다 100% 저상차량으로 지상에서 누구나 쉽고 빠르게 타고 내릴 수 있다. 보금자리 주택 지구에 이러한 노면전차가 설치되면 인접 지하철역까지 연결되는 매우 편리한 교통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신형노면전차를 통해서 보행자를 우대하는 대중교통-보행자 중심 도시 구축이 가능하며, 시가지의 자동차를 줄여 친환경적인 도시도 만들 수 있다.

위례신도시의 신형노면전차와 보행자 전용 중심상업지구(트랜짓몰) 조감도
 위례신도시의 신형노면전차와 보행자 전용 중심상업지구(트랜짓몰) 조감도
ⓒ 국토해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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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신형노면전차는 위례신도시에 5호선 마천역부터 분당선 복정역까지를 연결하는 구간으로 건설될 예정인데, 위례신도시의 노면전차를 북쪽으로는 하남 감일지구까지 연장하고, 남서쪽으로는 서울 세곡2, 서울 강남지구까지 연장하면 저비용 고효율 교통수단과 접근성 높은 교통수단을 동시에 구축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보금자리 주택은 기존의 주택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고 진정으로 주택 거주자를 위한 주택을 만드는, 주택 정책의 새로운 혁신이다. 그러나 주택은 부동산이고, 부동산은 부동성(不動性)을 갖고 있기에 주택이 충분한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편리한 교통망이 수반되어야 한다.

따라서 보금자리 주택이 주택정책의 새로운 혁신인 만큼, 보금자리 주택에 들어가는 교통망도 혁신을 발휘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중교통 중심으로 교통체계를 구성하고, 저비용 고효율 빠른 공기(工期)의 교통수단을 설치하며, 기존의 신도시 교통망이 간과해왔던 접근성을 강화한다면 훌륭한 교통망 구축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보금자리 주택 정책의 성공에 기여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국가의 저탄소 녹색성장에까지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 시민기자는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 운영자(frdb.railplus.kr), 코레일 명예기자입니다



태그:#보금자리, #노면전차, #대중교통, #공공교통, #국토해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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