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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골짜기에 작은 연못 하나 있었지요. 
지금은 찾을 수도 없는 그 작은 연못가에
착하고 아리따운 처녀가 살았지요.
매일 처녀는 연못 속에 사는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었지요.
깊은 밤이면 연못 속에 환한 달이 떴지요.
처녀는 그 달을 보고 짝사랑이 이루어지도록
눈물 뚝뚝 흘리며 빌고 빌었지요.
사랑의 눈물 받아 먹고 자란 물고기는
어느날 아 글쎄, 처녀
눈물로 쓴 편지를 꾸역꾸역 삼켰지요.
그리곤 어부에게 일부러 잡혀가
처녀가 짝사랑하는 남자의 손에 의해
배를 가르자, 그 뱃속에서 
뜨거운 구애 편지가 나왔지요. 
두 사람은 물고기의 중매로 
작고 예쁜 연못을 만들어
예쁜 금붕어들을 자식처럼 키웠다네요. 
<물고기 뱃속에 나온 편지-양어지 설화>-송유미
 

날개 달린 물고기 그림을 공부방에 걸어 합격 빌다

 

우리 조상들은 물고기를 수호신으로 삼고 살았다는 것이 옛무덤 속에 나온 부장품으로 확인되곤 한다. 신라의 무덤 속에 나오는 귀한 금으로 만든 물고기(금어)는 죽은 자의 살아 있을 때 높은 신분을 나타내 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고려 동경이나 조선의 민화에서 잉어가 용이 되는 그림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신분 상승의 염원을 나타낸 것이라 하겠다. 여의주를 얻고 구름을 타고 있는 날개 달린 물고기와 해(임금)을 바라보며 뛰어 오르는 잉어 그림도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그림들은 과거에 합격하여 출세를 비는 그림으로 옛날에는 공부하는 선비(아들)의 방에 많이 걸어 두었다고 한다. 돌아가신 어머니는 옛날분이라서 그랬는지, 날개 달린 물고기 그림를 구해 매번 응시해도 취직시험에 떨어지는 큰 오빠방에 자주 그림을 바꾸어가며 이런 용기의 말씀을 해주시곤 했다.

 

"이제는 정말 합격이다. 너는 아무 걱정 말고 열심히 공부만 하면 된다..."  

 

이런 어머니의 영향 탓일까. 나도 물고기 그림을 무척 좋아하는데, 실제 물고기를 한번 키워볼까 생각케 된 것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인데 제목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유리 어항 속에 헤엄치는 물고기의 지느러미가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 동네 수족관에서 금붕어 두 마리를 사서 키웠던 것이다. 

 

그리고 프랑스 작가, '사강'의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 '조제'를 빌려, '조제 1', '조제 2'라고 지어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래 키우게 되자 유리 어항으로 어림 없어서 자꾸 어항의 크기를 크게 만들었다. 그래도 자라는 물고기에게는 공간의 한정이 있었다.

 

그런 어느날 집을 비우고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한 마리는 죽어 있고, 한 마리는 죽음 직전처럼 비실비실했다. 죽은 물고기는 가까운 동산에 묻어주고, 남은 물고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궁리 끝에 집 근처 사찰 마당에 연못이 있어 그곳에 방생한 지 벌써 시간이 제법 많이 흘렀다.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이었다. 가끔 잘 크나 일부러 가보는데 너무나 활기차서(잉어만 사는 연못이라 '금붕어(조제)'는 금방 알 수 있다) 내 마음이 이렇게 기쁠 수가 없는 것이다.

 

현대인의 삶과 비슷한 지느러미 아름다운 금붕어

 

물고기는 동·서양이 다 함께 신성한 영험력을 상징하고 있다 하겠다. 그리스도교에서 예수는 종종 어부로 비유되는데, 이는 그리스도교인은 물고기로 상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례 의식 때 쓰이는 물은 이 물고기에 필요한 자연 요소임을 유추할 수 있겠다. 

 

유교에서 물고기는 떼를 지어 다니되, 한 마리의 인솔로 움직이므로 행진하는 군대의 모습에 비유되기도 한다. 임금과 신하, 장수와 병사,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상징하기도 한다.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왕의 두침에 그려진, 물고기는 왕을 지키는 수호신으로, 이는 하늘에 오른 물고기를 묘사한, 고려의 동경의 맥락에서 '왕의 승천'을 기원함을 표상하는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현대시'에서 물고기(금붕어)는 도시화된 현대적 이미지로서 방황이나 좌절을 상징한다. 그렇다 도시인의 삶은 유리 어항 속에 갇힌 금붕어의 삶을 너무 많이 닮아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올해에도 단 하나 소중한 조카가 취직 시험에 떨어졌다. 큰 마음 먹고 '날개 달린 물고기 그림' 하나 내가 그리면 좋지만 그림 솜씨 형편 없으니, 그림 잘 그리는 지인에게 부탁해서 선물해야겠다. 그리고 어머니의 말씀을 좀 빌려 두 어깨를 다독여 주며 큰 목소리로 용기를 팍 넣어줘야겠다.

 

"...넌 반드시 취직한다 ! 이제 너는 아무 걱정 말고 열심히 공부만 해라...."


태그:#양어지, #물고기, #은혜, #사랑,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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