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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람이 하는 일을 보면 곰에게 미안할 만큼 미련을 부리는 경우가 흖습니다.

신도시를 만든답시고 수백년 잘 조화된 산을 중장비로 애써 으깨고 짓이긴 다음 다시 인위적인 서툰 솜씨로 동산을 복원합니다. 종의 다양성이 보존된 늪을 메우고 나중에 생태연못을 만든다고 야단을 피웁니다. 집 주변의 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옥상을 녹화한다고 호들갑을 떨기도 합니다.

여전히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산하
 여전히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산하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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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옥상을 녹화하는 법을 보여주기위해 시범적으로 시공된 지붕
 건물옥상을 녹화하는 법을 보여주기위해 시범적으로 시공된 지붕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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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모순(矛盾)은 생명을 이롭게 하기보다 경제성과 효율성을 기준한 결과일 것입니다.

저는 어제(3월 30일) 30여년의 사력(社歷)를 가진 조경회사인 한수종합조경의 계열사인 강화도의 한수농원을 방문했습니다.

높은 산의 비탈과 계곡 그리고 그 산의 발치를 포함한 25만평에 갖은 수목과 조경용 수생식물과 세덤류들이 인공의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개천 어느곳이나 지천이었던 갯버들. 이런 관목들조차 이처럼 묘목으로 키워지고 있는 모습은 제게 충격이었습니다.
 개천 어느곳이나 지천이었던 갯버들. 이런 관목들조차 이처럼 묘목으로 키워지고 있는 모습은 제게 충격이었습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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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나물이나 기린초, 알붐 같은 세덤류도 이 처럼 비닐하우스로 찬 바람을 막아 온갖 정성으로 키워진 것들입니다.
 돌나물이나 기린초, 알붐 같은 세덤류도 이 처럼 비닐하우스로 찬 바람을 막아 온갖 정성으로 키워진 것들입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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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기존의 아름다운 생태를 파괴하는데 에너지를 소비하고 또다시 그것을 복원하기위한 초목을 기르기위해서 또다시 비닐하우스를 짓고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우리는 기존의 아름다운 생태를 파괴하는데 에너지를 소비하고 또다시 그것을 복원하기위한 초목을 기르기위해서 또다시 비닐하우스를 짓고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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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농원에 놓인 이 작은 묘목들이 우리의 모순과 희망을 동시에 웅변합니다
 거대한 농원에 놓인 이 작은 묘목들이 우리의 모순과 희망을 동시에 웅변합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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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30여 년 전에 북미동북부가 고향인 미국참나무인 대왕참나무같은 조경수목의 묘목을 심어 아름드리로 키워둔 안목이 돋보였습니다.

대왕참나무외에도 주목, 독일가문비, 이팝나무, 자귀나무, 메타세콰이아, 노각나무, 산딸나무, 두충나무, 때죽나무, 양광나무, 층층나무 등 수십 만주의 조경수들이 대처의 정원으로 옮겨지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강화도 산의 한 사면이 이 조경수들로 원래의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린 것은 슬픔이고 이 조경수들이 대처를 푸르게 할 것임을 생각하니 다행이다 싶습니다.

이 회사의 곳곳에는 도회지에 적용 가능한 인공연못과 인공계곡이 샘플로 시공되어있었습니다.

이 기술들은 이미 복개된 하천과 갈대밭을 잃고 고수부지로 개발된 강변, 콘크리트로 열심히 정비된 개울 등을 대신해 자연스러움을 보여줄 것입니다.

인공계류. 돌을 타고 흘흐는 이 물은 지하로 매설된 관을 타고 역류한 물이 이 사진의 위쪽 돌 사이로 살짝 드러나 플라스틱관을 통해 다시 순환한 것입니다.
 인공계류. 돌을 타고 흘흐는 이 물은 지하로 매설된 관을 타고 역류한 물이 이 사진의 위쪽 돌 사이로 살짝 드러나 플라스틱관을 통해 다시 순환한 것입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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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묻어둔 지하관로로 역류시키는데 소비되는 에너지를 상쇄하고도 남을, 잃어버린 생태계가 작게나마 복원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의 후손들이 피라미나 금강모치, 선천어와 쉬리, 각시붕어와 가시납지리를 계곡이나 하천이 아니라 건물옥상이나 운동장 한 켠에 인공적으로 조정된 생태연못에서만 관찰할 수 있는 어종으로 분류하는 날이 올 것이 두렵습니다.

인공계류. 멀지않은 미래에 금강모치를 이 인공계류에서나 볼 수 있을 날이 올 것 같은 예감이 저를 슬프게 합니다.
 인공계류. 멀지않은 미래에 금강모치를 이 인공계류에서나 볼 수 있을 날이 올 것 같은 예감이 저를 슬프게 합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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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루나 으름덩굴, 큰꽃으아리나 다래, 인동과 자주종덩굴이 숲속에서가 아니라 노출콘크리트 벽면의 철망의 보호를 받고서만이 자랄 수 있는 것인 줄 알게될까봐 두려움입니다.

인동, 머루 으름덩굴, 큰꽃으아리, 참으아리, 덩굴장미, 줄사철, 다래, 자주종덩굴, 능소화 등으로 벽면을 녹화하는 기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인간의 행위를 가리는 가식假飾의 기술이 큰 비지니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동, 머루 으름덩굴, 큰꽃으아리, 참으아리, 덩굴장미, 줄사철, 다래, 자주종덩굴, 능소화 등으로 벽면을 녹화하는 기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인간의 행위를 가리는 가식假飾의 기술이 큰 비지니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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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이곳 안 와본들 내 어떠하며
벗들이 이곳 안 찾은들 내 어떠하리.

한적한 농장에 작은 꽃도 향기롭고
노을 진 석양도 제멋대로 아름답거늘

사내로 태어나 고운 흙에 씨뿌리며
끝나지 않은 아름다운 도전하고 있거늘

누가 나를 몰라준들 내 마음 어떠하며
세상사 내 모른들 그 무슨 상관이랴."

그래도 희망은 '농부'일 것입니다.
 그래도 희망은 '농부'일 것입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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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에 만들어진 그늘막 처마에 걸린 '위심(爲心)'이라는 이 회사 한경구 대표의 시가 초지일관 흙에  땀방울을 섞어야하는 우직스러운 농사꾼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기적인 개발과 과소비로 부터의 세상 구원은 농사꾼에 의해 이루어질지 모르겠다는 추측을 해봅니다.

갯버들은 봄을 잊지않았고 벌도 이봄에 발걸음을 거두지않았으니 다행입니다.
 갯버들은 봄을 잊지않았고 벌도 이봄에 발걸음을 거두지않았으니 다행입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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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피어난 마가목의 새순이 희망인양 손을 벌립니다.
 갓 피어난 마가목의 새순이 희망인양 손을 벌립니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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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조경, #옥상녹화, #인공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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