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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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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로만 떠돌던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의 구속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23일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이성윤 부장검사)는 "공 전 교육감에게 상습적으로 돈을 전달했다는 진술과 물증을 확보했고, 말맞추기와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25일 오후 2시로 예정된 영장실질심사에 공 전 교육감이 불참할 것이라고 통보하자 병원에 있는 공정택 전 교육감에 대한 '강제 구인'을 추진했다가 잠정 연기한 상태다.   

'서울교육감'의 구속은 1988년 최열곤 당시 교육감이 사학재단으로부터 4500만 원의 뇌물을 받아 구속된 이후 한 차례도 없었다. 2003년 강복한 충남교육감이 인사 밀약 사건으로, 2004년 표동종 경남교육감이 교원 인사 관련 5천여만 원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05년 김석기 울산교육감이 학운위원 등에게 식사를 제공해 선거법 위반으로, 2008년 조병인 경북교육감이 사립학교에 9억 원 지원과 인사 청탁 대가로 3천만 원을 수수해 구속된 사건에 이어 또 다시 교육감 구속을 앞두게 됐다. 

공 전 교육감이 22일 심장질환을 이유로 병원에 갑자기 입원했음에도 공 전 교육감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결정적인 이유는, 2억1천여만 원짜리 비자금 통장이 새로 발견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공 전 교육감의 비자금 2억1천여만 원을 차명계좌로 관리해온 비서실장과 수행비서를 범죄수익 은닉 등의 혐의로 지난 23일 구속했다. 공 전 교육감의 비서실장과 수행비서는 2009년 2월께 차명계좌를 만들어 교원들로부터 받은 뇌물을 수차례에 걸쳐 현금으로 입출금하는 등 관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새롭게 발견된 2억1천만 원짜리 차명 계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데자뷰'다. 바로 공 전 교육감의 불명예퇴진을 불러온 4억 3천만 원 비자금 사건과 너무나 유사하다.

공 전 교육감의 부인 육아무개씨는 자신의 고등학교 동창 명의로 차명 계좌를 개설, 수차례에 걸쳐 통장을 바꾸며 현금을 입출금하는 등의 수법으로 4억3천여만 원을 관리했다. 공 전 교육감은 이 돈을 선거총괄본부장인 최아무개씨에게 빌려주는 것처럼 허위로 조작하여 선거자금으로 사용하였다가 들통났다. 

법원은 이 차명 예금이 단순한 신고 누락이 아니라 "자금의 출처를 밝힐 수 없는 돈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여 의도적으로 누락한 것"으로 보아 지난해 10월, 당선 무효형을 선고했다. 지금도 이 돈 4억3천만 원의 출처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 공 전 교육감의 비자금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공 전 교육감의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돈은 또 있었다. 매관매직 비리로 구속된, 공 전 교육감의 최측근 인사였던 김재환(전 서울교육청 교육정책국장) 교장의 책상 서랍에서 발견된 통장에 들어있던 14억 원이다.

당시 김씨는 "아파트 매입 잔금 등으로 쓰려고 은행에서 10억 원을 빌렸다"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계좌추적 결과 "이 돈은 김씨 돈이 아니며 공 전 교육감의 선거비용 반환자금 용도로 준비된 돈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드러난 공 전 교육감의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돈은, 밝혀진 것만 ▲비서 명의 2억 1천만 원 ▲부인의 고교 동창 명의 4억3천만 원 ▲구속된 전 정책국장 명의의 14억 원 등 총 20억 원이 넘는다.

6억 원이던 재산이 4년만에 19억 원으로?

공정택 전 서울교육감의 2008년 후보 등록시의 재산 신고 내역. 자녀들의 재산을 신고하지 않았고, 이를 제외하고도 19억 원 정도 된다.
 공정택 전 서울교육감의 2008년 후보 등록시의 재산 신고 내역. 자녀들의 재산을 신고하지 않았고, 이를 제외하고도 19억 원 정도 된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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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전 교육감을 둘러싼 재산과 금전 관련 의혹은 또 있다. 바로 그의 재산 형성 과정과 장남의 재산 현황이다. 공 전 교육감은 1960년대 초 교직 생활을 시작해 잠실고 교장 등을 거쳐 서울강동교육청 교육장을 역임한 후 1998년부터 제3, 4대 서울시 교육위원을 지냈다. 이후 2004년 9월 서울교육감에 당선된 후 2009년 10월 대법원의 선거법 위반 유죄선고로 물러났다. 잠시 여동생과 매제가 설립한 남서울대 총장을 하기는 했지만, 거의 평생 교육공무원이었다.

2008년 선관위에 서울교육감 후보로 등록하면서 신고한 공 전 교육감의 재산 신고 현황에 따르면, 그의 총 재산은 15억 4천만 원 정도 되고, 여기에 배우자의 재산 3억5천만 원을 더하면 19억 원 정도 된다. 장남과 차남 등의 자녀 재산은 독립하였다는 이유로 신고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 몇 가지의 의문점이 생긴다.

1998년 공 전 교육감이 서울시 교육위원이 되면서 처음으로 공개한 재산은 장남 재산 2억1천만 원 정도를 합해 총 6억5천만 원 정도였다. 이 총액은 교육감으로 처음 당선되었던 2004년 신고한 6억 4천만 원(장남 재산 포함)과 거의 비슷했다. 그런데 6년 동안 거의 변함없던 이 재산이 교육감이 된 이후 4년 뒤인 2008년, 19억 원으로 늘어난다. 이 19억 원에는 장남의 재산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즉, 장남의 재산 2억1천만 원을 포함하여 6억5천만 원 정도였던 재산이, 4년 만에 장남 재산을 제외하고도 19억 원으로 늘어났다는 것인데,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0년만에 150억 원 대 자산가 된 장남... 의심스럽다

여기에 장남의 재산이 150억 원대에 이른다는 사실은 또 다른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시사저널>(1066호)은 최근 공 전교육감의 장남이 짧은 시간에 걸쳐 150억 원대의 재산을 형성한 과정을 추적하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1998년 겨우 2억 원 정도의 재산을 가지고 있던 장남은 2001년 6월 일산에 'O산부인과'를 개원한다. 이후 2007년 4월, 병원을 2배 이상 확장이전하며 이름도 'O여성클리닉'으로 바꾼다. 이곳은 이 일대에서 가장 큰 여성 전문 병원으로 성장하였으며 이를 시가로 환산하면 현재 총 재산이 150억 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은 재산이 2억 원에 불과하던 공씨 재산이 10년만에 150억 원대로 늘어난 데에 공 전 교육감이 관련 있지 않나, 하는 의문을 제기했지만 이에 대해 공 전 교육감은 "내가 돈을 줬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내가 돈을 주거나 하지 않았고 아들이 스스로 준비한 것"이라며 "나와는 전혀 관련 없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이런 공 전 교육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문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공 전 교육감만이 알 것이다.

지금까지 공 전 교육감에 대해서는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다. 선거 과정에서 제기됐던 각종 의혹에 대해서 그는 부인했고 검찰은 거의 모두 덮었다. 그러다 대통령의 "교육비리 척결" 말 한 마디에 그는 지금 모든 비리의 원흉이 되어 뭇매를 맡고 있다. 이전부터 비판적이었던 전교조 등 개혁적 교육시민단체뿐 아니라 호의적이었던 보수적 교원단체나 시민단체들도 완전히 등을 돌렸다. 그 압권이 서울자유교원조합의 형사고발이다.

이번에 공 전 교육감에게 구속 영장이 청구된 이유 중에는 비서실장 등이 관리하던 2억1천만 원의 비자금 통장 외에 학교시설 수주 비리에 연루된 간부들에게도 금품 상납을 요구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인 점도 있다. 

서울에 있는 학교 수만 1천여 개인데, 매년 거의 모든 학교들에서 적게는 몇 억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짜리 시설 공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공사비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이들 학교의 공사비 지원 여부와 금액을 전적으로 서울교육청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어떤 학교는 최신식 시설과 건물을 가지고 있는 반면 어떤 학교는 비가 세고 금이 간 건물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하기도 하는 등 극과 극을 달린다. 그래서 이 시설 공사 관련 비리가 이권이 가장 크고 일반화된 비리라는 것은 교육계의 공공연한 사실이다.

지난 교육감 선거 자금과 관련해서도 특정 학교 공사업체들이 공 전 교육감에게 선거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아무 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공 전 교육감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건설회사가 15억 원이 넘는 서울교육청 직속 서울국제고 공사를 2007년과 2008년에 걸쳐 실시한 것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으나, 그냥 넘어갔다. 그런데 이번에 구속되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창호 공사 등 학교 시설물 공사 비리 관련자들에게 공 전 교육감이 금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서 추가로 수사하겠다는 것이 검찰 입장이다.

병원 입원 공정택, 또다시 '꾀병소동' 부리나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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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전 교육감은 2009년 이후 뿐만 아니라 2006년에도 매관매직과 관련해 상납을 받거나 부당승진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공 전 교육감에 대한 인사비리에서 공사비리까지 전면적인 재수사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으로 보인다.

공 전 교육감은 지금 모든 것을 잃었다. '교육계 MB'라는 말도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힘도 없고, 돈도 잃었고, 명예도 잃었고, 나아가 편안한 노후도 잃어버리고, 신체적 자유도 잃어버릴 처지에 놓였다.

그는 억울할 수도 있다. 이전에는 무조건 자기편을 들면서 앞 다투어 줄을 서던 사람들이 이제는 모든 혐의를 자기에게 덮어씌우려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 전 교육감에게는 그럴 시간도 없고, 그럴 정당성도 없어 보인다. 병원으로 도망간다고 절대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공 전 교육감은 서울교육감 재임 중이었던 2008년 10월에도, 국정 감사에 출석하기로 한 날 갑자기 당뇨를 이유로 병원에 입원해 버렸다. 그리고는 국회 국정감사에는 출석하지 않으면서도 국제중 심사가 있는 날 병원에서 나와 위원들을 일일이 면담하고 다녔다. 이른바 '서울교육감의 꾀병 소동'이다. 그런 그가 또 얼마 전 검찰 소환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병원에서 수술을 했다고 한다.

우리는 평소 멀쩡하던 재벌 총수나 사회지도층들이 검찰이나 재판정을 나올 때 링거를 꽂은 채, 휠체어를 타고 나오는 장면을 봐왔다. 이를 보고 동정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공 전 교육감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여든 살에 가까운 고령인 그에게 평소 당뇨가 있고, 심장이 좋지 않아 수술을 하였다는 것은 분명히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의 상황은 공 전 교육감이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비겁하게 도망가지 말고 진실을 말하라

"죽어야 산다"는 말이 있다. 공 전 교육감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스스로 모든 것을 밝히는 길 뿐이다. 자신에게 제기되고 있는 매관매직, 공사 비리, 차명 재산, 뇌물 등 모든 혐의에 대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강남교육감이라는 비아냥거림 속에서도 그는 서울 시민들이 합법적인 선거를 통하여 뽑았던, 미우나 고우나 서울교육 수장이었다. 1000개가 넘는 학교들이 그의 지휘를 받았고 130만 명의 학생들이 서울교육청 산하 학교에서 교육을 받았다. 1.8%라는 박빙의 차이로 당선이 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는 서울교육 대표였다.

그런 그가 지금 보이는 모습은 너무나 비겁해 보인다. 학생들에게 보여야 하는 교육자적 모습도 아니고, 서울시민에게 보여야 하는 인간적 도리도 아니다.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리는 지금처럼 병원으로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감옥으로 가더라도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무슨 말이든 좋다. "내가 몸통이 아니라 다른 이가 있다, 자기들이 해 놓고 나한테 덮어씌우고 있다"고 해도 좋고, "나는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다, 재판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해도 좋다. 어느 쪽이든 좋지만 도망가고 숨는 것은 안 된다. 다른 사람들 다 구속되고 재판 받는데 제일 높은 사람이, 제일 중심에 있던 사람이 '나만 모른다'고 하면, 그 역시 도리가 아니다.

입을 열어라. 거짓만 아니면 된다. 이것이 이미 죽은 공 전 교육감이 살 수 있는 마지막 길이다. 그리고 인간적 도리다.


태그:#공정택, #리틀MB, #구속영장, #교육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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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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