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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막을 내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원자바오 총리는 올 한해 중국은 여러 불리한 변화요인들이 상존하고 단기적인 문제와 장기적인 모순이 상호 교차하며 국내 환경과 국제 환경이 서로 엮이면서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대두와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 등을 주목하고 있는 듯하다. 이번 전인대를 앞두고 원 총리를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2010년 정부업무보고서를 최종 검토하는 자리에서 일부 문구를 수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제성장의 질과 효율성 제고에 집중한다(更加注重提高经济增长质量和效益)'는 문구를 '거시조절과 안정적 성장유지에 주력한다(着力搞好宏观调控和保持经济平稳较快发展)'로 조정하였고, '국내∙국제 정세를 모두 중시한다(统筹国内国际两个大局)'는 문구는 아예 삭제했다고 한다.

 

국내∙국제 정세를 모두 중시한다는 문구가 삭제된 것과 관련해, 중국 언론들은 미국 등 선진국들과의 관계에 중대한 변화가 있을 수 있으며 국내외 관계 모두를 성공적으로 발전시킬 수 없는 때인 만큼 중국 정부가 내부 발전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올 초 그리스 사태 등 일부 국가들의 불투명한 경제전망과 위안화 절상 논란 등 중국을 둘러싼 국제 역학관계가 어려워질 것을 예상하고 내부적으로 정부주도 거시경제정책을 강조한 안정적 성장 유지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올해 중국의 거시경제정책 목표는 크게 4가지로 발표되었다. 8% 성장률 유지와 도시지역 신규 취업인구 900만 명 이상(도시 실업률 4.6% 통제 포함),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치 3%, 그리고 국제수지 개선이 그것이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예년과 비슷한 목표를 제시한 것은 국제관계 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동시에 올해가 제11∙5계획기간이 끝나는 해인만큼 지난 5년 동안의 성과를 정리하고 새로운 5개년 계획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무리한 양적 성장보다는 내실을 기한 안정적 성장에 중점을 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와 같이 재정확대와 통화확대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우선 재정확대에 관해서는,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규모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감세정책을 통한 내수촉진을 지속할 예정이며, 재정지출 구조를 개선하고, 잠재적 재정악화 위험을 해소할 수 있도록 국가채무관리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재정적자 규모를 중앙정부 8500억 위안과 지방정부 재정을 충당하기 위한 지방채 2천억 위안을 합한 총 1조500억 위안으로 편성했다.

 

통화확대에 대해서는, 총통화량(M2) 증가율을 전년대비 17%로 정하고, 위안화 신규대출규모는 7.5조 위안 수준으로 정해 재정확대에 맞춰 양적 완화기조를 적절히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 M2 증가율 28%와 신규대출액 9.59조 위안보다는 낮게 설정함으로써 자산시장 과열을 최소화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고민을 내비치고 있다. 또 신용대출구조를 개선하고, 직접자금조달 방안을 다양화할 계획이며, 단기성 투기자본(핫머니)에 대한 감독과 위안화 환율시스템 정비 등 금융감독관리를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한편 전인대 개막을 전후하여 중국 정부의 재정확대와 관련해 국내외적으로 중국의 재정적자 위험성에 대한 논란이 적잖게 제기되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중국은 재정권이 중앙정부에 집중된 체제에서 1978년 개혁개방을 기점으로 중앙과 지방으로 나뉘어진 이후 지속적인 개혁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1994년 분세제(分税制, 국세와 지방세 분리 징수)가 결정되면서 중앙과 지방정부의 독립적인 세수징수 체계가 처음으로 시행되었는데, 2008년 전인대에서는 '재정력과 직권의 상응(财力与事权匹配)'이라는 세제개혁 방향에 따라 점차 재정을 중앙정부로 집중시키고 있다.

 

그 동안 중국은 비교적 건전한 재정을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도표 1>에 나타난 것처럼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수출과 민간소비가 크게 둔화되면서 실시하기 시작한 적극적인 재정확대책을 계기로 중국의 재정적자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게 된다. 이러한 재정적자 증가세는 2002년까지 지속되면서 GDP대비 2.6%까지 늘었으나, 부동산과 증시 과열로 인해 중국 정부가 긴축재정으로 돌아서면서 2007년에 한 차례 재정흑자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재정적자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이번 전인대 정부업무보고에서 올해 재정적자 규모를 전년대비 1천억 위안 늘린 총 1조500억 위안으로 편성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의 지난해 실질적인 재정적자 규모는 약 7,400억 위안으로 나타나 중국 정부가 발표한 올 재정적자 규모는 전년과 비교해 3천억 위안 가량 증가한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재정수지는 2009년 기준 재정수입 6조8477억 위안, 재정지출 7조5874억 위안으로 약 -7397억 위안의 재정적자를 기록하였다. 또 올해 수입은 전년대비 8.1% 증가한 7조4030억 위안을, 지출은 11.4% 증가한 8조4530억 위안으로 편성하여 1조500억 위안의 재정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올해 중국경제가 중국 정부가 제시한 대로 8% 성장률을 달성했다고 가정할 경우, 올해 중국의 재정적자는 GDP대비 2.9%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재정 통계에는 지방정부들의 부채와 차입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는 중국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들의 채권발행이나 적자재정 등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지방정부들은 별도의 투자기관을 설립하고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건설사업에 쏟아 붓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지방정부의 부채 급증은 향후 경제 상황에 따라 금융권의 부실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처럼 통계에 잡히지 않는 지방정부의 과다 부채로 인해 일각에서는 '중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내부적으로는 지방정부의 부채 문제에 대해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 재정과학연구소 쟈캉 소장은 최근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지방정부 부채규모가 최소 4조 위안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는 지방정부의 재정수입 대비 174.6%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인민은행 역시 지방정부의 부채는 2009년 5월말 기준으로 약 5조 위안으로 파악된다고 언론에 밝힌 적이 있다. 이 경우, 중국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는 지방정부의 부채 이자 등을 감안할 경우 공식 발표되고 있는 수치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국가채무 규모 역시 약 10조 위안(약 1658조원, 1.46조 달러)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전인대에서도 발표했듯이 2010년 중국경제의 최우선 목표는 경기회복을 바탕으로 한 안정적 성장이다. 이를 위해 재정확대책과 통화확대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심각한 공급과잉에 대한 구조조정 문제와 금융부실 문제, 그리고 실업문제까지 겹치면서 중국 정부의 대규모 재정투입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재정투입을 통한 경기부양에 주력하고 있는 중국 정부로서는 확대되고 있는 재정적자 문제를 무시하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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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번 글은 인장일 중화경제센터장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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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광수경제연구소, #중국 , #전인대, #재정적자, #재정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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