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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20일 오후 7시 30분]

 

경찰-노동부, 채증반 투입... 마스크 쓴 공무원노조

 

"취재기자들은 최대한 먼 거리에서 사진을 찍어 달라. 노조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

 

20일 오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출범식이 열리기 직전 방송된 공지사항이다. 공무원노조의 출범을 저지하기 위해 정부가 출범식에 참석한 공무원을 대대적으로 적발해 문책하기로 공언한 탓에, 노조원들은 출범식에서조차 얼굴을 가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노조가 정부를 따돌리기 위해 출범식 장소를 경찰에 원천 봉쇄된 서울 강서구 화곡동 KBS 88체육관에서 갑작스럽게 서울대로 바꿨지만, 정부는 출범식에 노동부 직원 2명을 몰래 잠입시켰다.

 

이들은 노조 간부들의 발언 내용 등을 적다가 노조에 적발됐다. 노조 관계자들이 이들에게 "사진을 촬영했느냐"며 추궁하자 이들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후 이들은 메모내용을 빼앗기고 출범식장 밖으로 쫓겨났다.

 

또한 88체육관 앞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고성능 카메라를 든 경찰 채증반이 몰려들었다. 이날 낮 이곳에서 공무원노조의 정부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자, 사복을 입은 경찰 채증요원들은 인근 건물 옥상에 올라가 참석자들을 일일이 촬영했다.

 

이런 상황에서 출범식을 강행한 공무원 노조와, 노조설립신청서를 3번이나 반려하며 공무원노조의 출범식을 불법으로 규정한 이명박 정부 간의 충돌이 거세질 전망이다.

 

공무원노조, 출범식 강행... "국민의 공무원으로 거듭나겠다"

 

공무원노조 간부 500여 명은 이날 오후 3시께 서울대 사범대 인근 노천극장에서 노조 출범식과 전 간부 결의대회를 열었다. 참석자의 상당수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국민의 공무원'이라는 머리띠를 둘렀다. 이들은 "공무원도 노동조합을 설립할 자유가 있다", "민주노조 사수" 등의 피켓을 들고 정부의 공무원노조 탄압을 규탄했다.

 

양성윤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8년 전 공무원노조를 설립할 때의 초심을 가지고, 정권의 하수인·부정부패의 장본인에서 공직사회를 바꾸는 국민의 공복으로 다시 태어나겠다"며 "정부의 반대와 상관없이 노조 활동에 적극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양 위원장은 "우리는 공무원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들고 공무원의 눈과 입을 틀어막는 교활하고 야비한 정권 앞에 서 있다"며 "더는 침묵하고 당할 수 없다, 노동자의 이름으로 다시 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공무원노동운동은 이제 시작"이라며 ▲ 공직사회 줄서기 관행 척결 ▲ 내부 자정운동 ▲ 행정·의정 감시활동 강화 ▲ 서민예산 증액·보편적 복지강화를 위한 노력 등 '공무원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2010 대국민 선언'을 하기도 했다.

 

이날 공무원노조 출범식에는 김영훈 위원장 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그 산하연맹 지도부 20여 명이 참석했다. 또한 한국진보연대·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 관계자도 참석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공무원노조를 끝까지 지키겠다"고 강조했고,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공무원노조 출범식에는 사용자의 대표 격인 국무총리가 와서 축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법을 저지른 것은 공무원노조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라고 비판했다.

 

윤 대변인은 "이날 출범식은 노조가 투쟁 선언을 선포하고 국민에 다가가는 노조가 되겠다는 것을 상징한다"며 "5월 15일 총회를 반드시 성사시키고, 4월에 예정된 옛 공무원노조 설립취소 소송을 주의 깊게 지켜보면서 향후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출범식은 불법"... 노조 탄압 거세질 듯

 

출범식을 계기로 향후 공무원노조에 대한 정부의 탄압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날 정부가 공무원들의 출범식 참석을 방해했다는 증언이 터져 나왔다. 윤진원 공무원노조 대변인은 "과장이나 계장, 경찰과 정보기관이 나서 징계를 언급하며 공무원들의 출범식 참석을 막았다는 제보가 전국 각지에서 쇄도했다"며 "이 때문에 당초 3천 명이 참석하려던 출범식에는 5백여 명만 모였다"고 전했다.

 

정부는 공무원노조가 합법적으로 설립되지 않았고 출범식이 공무원의 집단행위 관련 규정에 어긋난다며, 출범식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출범식에 참석한 이들을 적발해 문책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출범식이 끝난 오후 5시께 경찰은 서울대 정문 앞에 일부 경찰력을 출동시켰지만, 노조원들은 이들을 피해 큰 충돌을 빚지 않고 서울대를 빠져나갔다.

 

 

[1신 : 20일 오후 2시 13분]

 

경찰 원천봉쇄... 공무원노조 출범 '강행'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20일 출범식을 강행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화곡동 KBS 88체육관에서 열리기로 했던 공무원 노조의 '2010 대국민선언식 및 노조 출범식'은 체육관 대관 계약 취소 강요, 경찰의 체육관 입구 원천봉쇄 등 행정안전부의 방해로 가로막혔다.

 

이에 공무원 노조는 이날 오후 장소를 옮겨 서울 시내 모처에서 출범식을 강행하기로 했다. 윤진원 공무원노조 대변인은 이날 오후 1시 KBS 88체육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행정안전부의 방해를 피하기 위해 오후 2시 출범식 장소를 옮겨 진행한다"고 밝혔다.

 

남영현 공무원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우리는 오늘 공무원 노조의 대국민선언식과 출범식을 반드시 치러낼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정권을 지키는 공무원이 아닌, 오로지 국민의 공무원이 되겠다는 우리의 신념을 반드시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오늘 합법적인 방식으로 공직사회 개혁과 '오로지 국민의 공무원이 되겠다'는 공무원 노조 간부들의 다짐의 자리가 막혀버렸다"며 "공무원 노조 3천 간부들은 행안부의 행위에 분노를 표명하며 오늘 행안부의 불법행위를 잊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공무원노조 출범식, #공무원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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