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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으로 인해 팔당유기농단지에서 40여 년 땅을 일궈온 이들이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4대강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이곳에는 자전거도로와 공연장이 생길 예정이다.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찰력을 동원하여 토지측량까지 마친 상태다.

 

평생 흙을 일구며 농사만 짓던 순박한 이들은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부터 공권력과 싸워야 했고, 경찰들에게 강제로 끌려가고, 둘러싸이며 자신들의 뜻을 철저하게 박탈당하는 현실을 감내해야만 했다.

 

경찰은 늘 주민들의 몇 배가 되는 경찰력을 동원하여 그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평생 흙만 일구며 살아가던 이들이 졸지에 경찰들과 대치하고, 경찰서에 잡혀가는 현실이 된 것이다. 그들의 힘만으로는 4대강 사업을 막아낼 수 없어 보였다. 그래서 절망했다.

 

누가 그들의 꿈을 빼앗아 갔는가? 과연 이 봄, 빼앗긴 들에 봄 오듯이 빼앗긴 꿈을 되찿을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의 힘만으로는 그 곳을 지키고, 그들의 꿈을 지킬 수 없다는 현실에 절망을 하곤 했지만 요즘 그들은 자신들의 싸움이 자신들만의 싸움이 아니라는 것으로 인해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4대강 사업의 허구를 알고 이를 반대하는 각종 시민단체와 종교단체 등의 연대가 있기때문이다. 팔당유기농단지엔 지난 2월 17일부터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 목회자들이 금식기도릴레이를 이어오고 있다. 이 기도회는 부활주일 전날인 4월 3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물론, 그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연대할 예정이다.

 

3월 10일(수)에는 기장총회본부 직원들과 총무 배태진 목사가 함께 참여하여 금식기도를 하고 있는 이들을 격려했으며, 전날 금식릴레이에 참석한 기장여신도회전국연합회 총무 유근숙 목사의 뒤를 이어 배태진 목사가 금식릴레이를 이어갔다.

 

전날밤 내린 폭설로 팔당유기농단지는 하얀 벌판이 되었지만, 유기농단지의 비닐하우스에서는 유기농채소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농민들은 이번 봄이 마지막 수확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작업에 임하고 있었다.

 

그들은 40여년 간 피땀흘려 가꿔온 땅, 세계적으로도 유기농의 모범적인 사례가 된 팔당유기농단지에 자전거도로와 공연장이 생겨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이곳을 유기농 단지로 조성한 이후 큰 홍수피해도 없었다. 남한강과 만나는 두물머리에서 한강으로 흘러들며 서울 시민의 식수원이 되는 물이 깨끗한 것도 팔당유기농단지를 가꾸는 농민들 덕분이다.

 

그런데 대통령 후보시절 이 곳을 방문해 팔당유기농단지를 육성하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약속도, 세계유기농대회를 유치할 때 팔당유기농단지를 대대적으로 이용했던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이젠 나 몰라라 한다. 이제는 마치 팔당유기농단지를 한강의 오염을 일으키는, 그래서 정비하지 않으면 안되는 곳으로 왜곡하고 40여 년 그곳을 지켜온 이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기 위해 공권력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흙을 일구며 생명의 땅을 지켜온 이들은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 난데없는 투사들이 되어야만 했다.

 

그 순박한 이들이 경찰들에게 연행되고, 경찰서를 들락거리는 일은 기본이 되었다. 몇몇 되지 않는 숫자로는 주민들의 몇 배가 되는 경찰들과 싸움이 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그들은 삶의 터전을 그냥 포기할 수가 없었다.

 

이런 과정에서 이들의 아픔에 동참하는 종교계의 움직임과 시민단체의 연대는 그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비록 작은 이들이 모여 금식릴레이를 이어가고, 많지않은 이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지만 이들의 연대로 그들은 큰 힘을 얻고 있다. 현재 팔당유기농단지에서는 기장 목회자들이 금식기도회를 이어가고 있으며, 두물머리에서는 천주교에서 기도회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하얀 백설의 세상이 된 팔당유기농단지의 봄, 버들강아지의 털이 제법 포동포동 올라와 꽃술을 내밀려고 한다. 하늘과 땅과 강물이 만난 그곳엔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다. 이제 4대강 사업이 진행되면 지난 세월 이곳에서 묵묵히 살아가던 농민들뿐 아니라 이곳에 깃대어 살던 생명들도 삶의 근거지를 빼앗기게 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는 이들은 강만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농민들의 생존권, 강에 기대어 살아가던 생명들까지도 벼랑끝으로 밀어붙이며 그들의 꿈을 빼앗아가고 있다.

 

그들은 지금도 여전히 빼앗긴 꿈을 되찿을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희망의 끈을 잇기 위해 시민종교단체들의 연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그 연대의 끈은 너무 미미하다.

 

평생 농사만 짓던 이들이 요즘은 '왜 4대강 사업을 멈춰야 4대강이 사는지'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아는 전문가들이 되었다. 흙을 일구며 살아가던 이들이 투사가 되고, 경찰서에 드나들고, 공부하지 않아도 되었던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현실이 마음 아픈 날이었다.


태그:#팔당유기농단지, #4대강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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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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