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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부산에 내린 대설. 좀처럼 눈을 구경하기 힘든 아이들에게 설국은 신세계와 다름이 없다. 학교도 휴교조치를 내렸으니 아이들에게 오늘은 기분 좋은 날이다.

 

 

푸른 뱀의 전설이 서린 청사포엔 눈이 쌓였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에도, 이름 모를 들꽃들에도 눈은 하염없이 내렸다. 불편하고 우울한 사건을 잠시 잊고 눈의 제국 속으로 작은 여행을 떠나보았다. 순결한 눈처럼 우리네 모두 순수하게 살았으면. 저 푸른 바다처럼 밝고 희망차게 살았으면.

 

 

 

함박웃음을 지으며 눈싸움을 하는 아이들 위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엄마의 머리 위로도 작고 하얀 눈은 조금씩 내리고 있다. 처연하도록 녹이 슨 동해남부선 위에도 눈은 어김없이 쌓였고, 우렁우렁한 파도소리는 쉴 새 없이 철로로 다가든다.

 

 

남해를 바라보는 작은 소나무 하나. 먼 바다를 응시하며 나무는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혹시 떠나간 님의 흔적을 찾는 것은 아닐까. 혹시 그리운 님의 발길을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 하얀 눈의 세계를 담아보았다. 바다와 눈의 앙상블은 그 자체로 예술이 아니던가. 내년 그 봄에도 다시 청사포에 눈이 내렸으면......

덧붙이는 글 | 국제신문에도 송고함


태그:#청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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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스토리텔링 전문가. <영화처럼 재미있는 부산>,<토요일에 떠나는 부산의 박물관 여행>. <잃어버린 왕국, 가야를 찾아서>저자. 단편소설집, 프러시안 블루 출간. 광범위한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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