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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고등학교 신입생'을 '군대에서 군기잡듯' 대한다.

광주에 사는 L양(17)은 전화를 받자마자 고등학교 입학 후 일주일동안 있었던 일을 봇물 터지듯 쏟아냈다.

"시험도 시험이지만 자꾸 주위사람들이 '대학 이야기' 해요. 부담되게 담임이랑 오늘 상담도 했는데 보통 '상담'이라면 서로 함께 이야기를 하고 소통하는 건데 자기 혼자 계속 '고1때가 중요하다'면서 '서울권 대학은 가야하지 않겠니?'그러고 또 '널린 게 대학인데 너가 어떻게 하느냐에 어디를 갈지 정해진다'고 그러고...만나는 선생님들마다 '대학대학대학대학!' 휴... 저 입학한 지 이제 1주일 됐어요. 학교 늦게 끝나는 건 참을 수 있는데 제발 알아서 할테니깐 부담 좀 그만줬으면..."

L양은 벌써 고3인양 자신을 겁주는 듯한 선생님들의 태도에 속이 상하고 짜증난다고 했다.

대한민국 일반 고등학교에 걸려있는 비인권적인 학벌주의 급훈. 좋은 대학 진학만이 유일한 가치로 여겨지는 한국의 교육 현실. 사진 속 급훈에는 대부분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심정이 반영돼 있다.
 대한민국 일반 고등학교에 걸려있는 비인권적인 학벌주의 급훈. 좋은 대학 진학만이 유일한 가치로 여겨지는 한국의 교육 현실. 사진 속 급훈에는 대부분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심정이 반영돼 있다.
ⓒ 바이러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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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도 충분히 알고 있고 스스로 할 수 있는데 '부담100만배'로 가중시키니까 오히려 스트레스만 쌓이고, 오히려 그런 것 때문에 학업에 집중하기 더 힘들다며, '학교에서 너무 그러지 말았으면'한다는 하소연을 했다. 그리고 L양은 중학생일 때는 몰랐는데 고등학교에 들어와 1주일을 겪어보니 '중학교 때가 완전 행복했구나'하는 것을 새삼 체감했다고 한다. 지금은 그저 빨리 '학교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L양의 반은 얼마 전 야자시간에 대대적인 상담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건 상담이 아니라 '입시 컨설턴트' 또는 '좋은 대학가라는 명령'이었지 '상담다운 상담'은 아니라고 했다. 가희양과 상담할 때 담임 선생님은 자신의 아들이 경찰대에 입학한 것을 은근히 자랑으로 내비쳤고, 자신과 비교를 하면서 무시하기도 했으며, 밑도끝도 없이 수학비법을 언급하며 상담시간에 억지로 '수학수업'듣기도 했다며 어이없는 '상담 아닌 상담시간'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여태까지 '꿈'도 없이 뭐하고 살았냐?

기자가 가장 어이없단 생각을 했던 대목이 있다. 바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꿈이 없느냐며 되물었다는 것'이다. 아직 야자에 익숙하지도 않은 신입 고등학생들인데 심화반은 11시반까지 자습을 강행하고, 사실상 여러가지로 '대학 아닌 것에 관심두지 말고' 오직 '빡세게 입시공부해라'는 식으로 계속 '주입 세뇌'를 시켜놓고선 '꿈이 왜 없느냐?'라고 말한 것이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밤늦게까지 '야자'를 하는 학교. 공식적인 법으로는 금지된 '야자'지만 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는 공공연히 시행되고 있다. 사실상 '야간강제학습'이란 칭호가 더 적합하다.
 밤늦게까지 '야자'를 하는 학교. 공식적인 법으로는 금지된 '야자'지만 우리나라 고등학교에서는 공공연히 시행되고 있다. 사실상 '야간강제학습'이란 칭호가 더 적합하다.
ⓒ 바이러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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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L양은 여러 '청소년/교육관련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생각이 남다른 청소년이다. 그러나 미래에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지 확실한 꿈이 없는 것은 보통의 대한민국 청소년들과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렇게 될 수밖에 없게 만든 곳'에서 '그 이유'를 물으니 L양은 '할 말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학교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학교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지금의 교육현실이 잘못됐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 청소년들이 생각하는 '내게 학교란?'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학교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학교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지금의 교육현실이 잘못됐다는 것을 반영하고 있다
ⓒ 바이러스 박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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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대한민국 고등학생은 '대학가기위한 성적'만을 생각하고 그것을 잘 수행해야 가장 '고등학생다운 고등학생'인 것일까? 설령 현실이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면 갓 올라온 신입생에게 그렇게 심한 부담감을 주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 대학진학이라는 목적'을 실현하는 데 효과적일까?

다른 '구조적이고 개혁적인 생각'을 제쳐두고 '대한민국 고등학교'라는 현실로 들어갔다고 생각해서, 일단 '교사와 학생'이 '현실적인 목적'에 '100%자발적인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상호동의를 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학교와 교사가 학생에게 '일방적인 강요와 부담전선'을 밀어붙이는 것이 정말 능률적인지 대한민국의 모든 교육자에게 '진지한 물음표'을 던져보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인터넷뉴스 바이러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청소년/교육 전문 언론 바이러스(1318virus.net)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새학기에 학교에서 일어나는 '청소년 인권침해'에 대해서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태그:#고등학교 새학기, #청소년인권, #새내기, #빡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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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에서 국회 출입 정치부 기자로 활동했고, 그 이후로는 광주로 내려와서 독립 언론 <평범한미디어>를 창간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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