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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과 함께하는, 낙동강 공사현장 답사기를 시작하며

 

4대강 사업의 속도전이 지금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토건 정권' 안에 모든 것을 해치워야 한다는 강박이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 밀어붙이기에 급급하고 있다는 인상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습니다. 공사현장에서 새까만 오니층이 나와도, 가물막이가 터져서 공사장의 흙탕물이 강으로 흘러들어도, 오탁방지막이 끊어져도 그대로 공사를 강행하는 등 곳곳에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이른바 미친 '삽질'이 춤사위를 벌이고 있는 형국입니다. 오죽하면 지난 8일 천주교 사제 1100여명이 4대강 사업의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 사제선언문까지 발표를 했겠습니까? 이런 기막히는 형국을 맞아 4대강에서 가장 미친 속도전을 보여주고 있다는 낙동강을 따라 가면서 그 현장의 모습을 생생히 담아보려 지난 8일부터 낙동강 답사를 떠났습니다.

 

이 답사는 사실 지금 상주에서 '낙동강 숨결 느끼기 순례'를 혼신의 힘으로 진행하고 계신 지율 스님의 제안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지율 스님은 4대강사업의 첫 기공식이 안동에서 거행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난 직후에 직감적으로 낙동강의 현재의 모습을 기록해둬야 한다는 생각이 "섬광처럼 들었"고, 그때부터 수차례나 낙동강을 따라 걸으면서 낙동강의 살아있는 모습을 담아왔습니다.

 

따라서 이번 현장답사에서는 4대강 사업 공사 이전과 공사 이후의 낙동강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확인해 보고 이 사업이 왜 터무니없는 사업인지, 이 사업의 실체가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그 첫날 일정을 우리는 구미보에서부터 잡았습니다. 낙동강 공사 전 구간에서 공사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인 구미보에서부터 저 아래 함안보 일대까지를 강을 따라 가면서 현장의 풍경을 담았습니다.      

 

 

구미보 건설현장에서

 

"감천이에요. 이곳의 모습도 지금 담아놓으세요. 아마 곧 사라질 겁니다" 하며 차에서 내리자마자 지율 스님은 말한다. 감천, 선산 쪽에서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지천으로 이름 그대로 아름다운 강이다.

 

이 감천이 낙동강과 만나는 바로 경계 위가 구미보 건설현장이다. "보가 만들어지는 현장 아래엔 꼭 이런 지천들이 있어요.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니 구미보뿐만 아니라 강정보도, 합천보도 지천을 끼고 있다.

 

낙동강 지천의 하나인 감천에서부터 우리는 구미보 건설현장 쪽으로 방향을 틀어 올라간다. 주변의 논밭들은 이미 붉은색 노란색 깃발이 휘날리면서 거의 공사장이 되어 있고, 강변을 따라 자연스레 형성된 갈대숲이 우거진 멋진 오솔길(그러나 곧 사라질)을 따라 저 앞으로 구미보 건설현장이 가깝게 잡힌다.

 

 

오탁방지막 뜯겨나간 채로 공사 강행

 

우리는 공사장 인근에 차를 세우고 도보로 공사현장 쪽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난데없이 작업모를 질끈 눌러 쓴 공사현장 관계자들 4명이 검은색 4륜구동차를 타고 오더니, 우리를 제지한다. 가장 덩치가 좋은 한 사람이 나서더니 "왜 마음대로 사진을 찍어요. 이곳에 들어오려면 반드시 현장사무소에 가서 허가를 받고 와야 한다는 거 모르세요" 한다. 

 

"시민이 낙동강을 구경하러 왔는데, 허가를 받아야 한다니, 어디 그런 공문이 있으면 한번 보여주세요. 시민들이 보지 못하게 하는 공문이 있으면, 보여 달라니까요?" 지율 스님이 따진다.

 

스님을 알아본 그 관계자는 "지율 스님이세요?, 스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하면서 따라오면서 계속 제지를 한다. 그런데 저 강 한가운데 오탁방지막이 떨어져나간 모습이 눈에 그대로 들어온다.

 

"아니 제가 공사를 방해하러 온 것이 아니잖아요? 저는 기록을 하러 왔을 뿐이에요. 지금은 공사를 하고 있지만, 우리가 다른 선택을 해서 다시 강을 원상으로 돌려놔야 할 때가 오면, 그때 이전 강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제가 기록을 하는 것이에요."

 

스님은 현장 관계자에게 따지고는 이내 떨어져 나간 오탁방지막을 가리킨다.

 

"그런데 저런 모습은 뭐예요? 비가 내린 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오탁방지막을 복구도 하지 않고 그대로 공사를 하고 있어요?"

"저 위에서부터 복구를 해오고 있습니다."

"저 위 어디에요? 제가 낙단보에서부터 내려왔는데, 그곳도 일주일이 다 되어가도 복구가 안되어 있더군요."

 

할 말이 궁색해진 그 관계자들은 그냥 안 된다고 할 뿐이다. 자, 이쯤 되면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다. 벌써 수도 없는 이런 과정을 반복한 스님의 판단에 따라 그 현장을 빠져나왔다. 그래도 그들은 우리 차가 있는 곳까지 따라온다.

 

"위치추적이 되나? 이곳은 구미보 건너편이라 현장 관계자들이 잘 들어오지 않는 곳인데, 현장에 가면 꼭 저렇게 사람들이(관계자) 어느새 따라와 있다니까" 하며 스님은 그들의 처사에 헛웃음을 흘린다.

 

그렇게 구미보 건설 현장을 빠져나와서 우리는 낙동강 제방을 따라 내려갔다. 제방 너머는 농경지고, 봄철을 맞아 트랙터로 밭을 갈고 있는 농촌과 제방 안쪽의 공사현장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제방 안쪽으로는 엄청난 모래가 메워지고 있다.

 

"이곳에 아마 뭔가를 세울 거에요. 그리고 지금 모습을 잘 봐두세요. 저 제방 너머의 논밭들이 곧 다 사라질 거예요. 사실은 이들이 노리는 것이 이 편의 논밭들이거든요. 이 너른 평야를 개발하기 위해서 저 사람들이 지금 저러고 있는 거거든요."

 

계속해서 눈물이 나요

 

스님의 말을 듣고 바라보니 정말 제방 안쪽에서 벌어지는 모습들이 반대편 농경지에도 그대로 투사된다. 스님은 계속해서 말한다.

 

 

"지금 제가 기록을 해두려는 것이 이런 모습들이에요. 제가 지난번(공사 전)에 이곳을 걸어서 다니면서 이쪽을 다 (카메라로) 담아뒀거든요. 정말 아름다운 그 모습들이 지금 이렇게 바뀌고 있는 거거든요. 저 모래밭을 좀 보세요. 저렇게 아름다운 모습이 지금 이렇게 변해있는 것이거든요."

 

아직 공사가 다 진행이 되지 않아서 비교 가능한 그 모습은 천국과 지옥의 경계에 서있다. 그 모래를 파내어서 제방 쪽에서부터 땅을 강쪽으로 돋우어오고 있는 것이다.

 

아직 손을 대지 않은 모래밭에는 온통 새들과 짐등들 발자국이다. 이곳이 누구의 영역인가를 잘 말해주는 흔적들이다. 제방을 따라 쭉 내려가면서 본 현장은 똑같다. 모래밭의 흙을 파서 땅을 돋우는 광경이 계속해서 지겹게 펼쳐져 있다.

 

 

"이 숲이 얼마나 아름다운 숲이었는데요. 저 베어진 나무들 좀 보세요. 제가 지난번에 이 숲에 들었다가 길을 잃어버렸는데, 그럴 정도로 숲이 울창했는데, 지금 이렇게 변해있네요."

 

표정이 어둡다.

 

"오늘 따라 날씨가 굉장히 차네요. 찬바람을 맞으니 눈물이 흐르네요. 그런데 이거 날씨 때문이 아닌 것 같아요. 왜 계속해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네요."

 

그랬다. 이날의 일정은 이후로 계속해서 눈물의 현장이었다. 더 아래 구미 지산동에서 본 풍경은 더 끔찍했다. 이른바 고수부지로 불리는 곳, 그래서 예전엔 넓은 보리밭들이 펼쳐져 있었다는 그곳엔 지금 터딱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몇 개의 운동장을 비롯해서 대규모 '생태공원 및 생활체육시설' 건설계획이 잡힌 바로 그 현장이다. 정말 끝도 없이 펼쳐졌던 그 고수부지가 지금은 '롤러차'가 돌아다니면서 꾹꾹 다지고 있었다.

 

<계속>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 앞산꼭지'(http://apsan.tistory.com)에도 동시에 게재 됩니다. 


태그:#4대강사업, #지율 스님, #낙동강, #현장 르포, #구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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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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