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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 구성은 화장품의 품질을 평가하는 명확한 기준이다. 화장품에 함유된 모든 성분을 표시하는 제도는 유럽, 미국,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해왔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화장품 구입비용과 사용량은 외국과 견주면 월등히 높지만 이제껏 이런 제도가 시행된 적은 없다. 또 소비자들의 화장품에 대한 관심과 소비량은 높은 반면 화장품에 대한 올바른 지식은 거의 없는 편이다. 화장품에 대한 체계적은 정보는 없고 편향되고 단편적인 지식만 있을 뿐이다. 새로운 지식보다는 오래전에 떠돌던 정보만 계속 유포될 뿐이다.
- <깐깐한 화장품 사용 설명서> 중에서

2008년 10월 18일부터 '화장품 전성분표시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모든 화장품의 포장이나 용기에 그 화장품의 모든 성분을 기재하는 제도이다. 몇 가지 대표적인 성분을 기재하던 예전과 달리 그 화장품에 쓰인 모든 성분을 기재함으로써 소비자들의 화장품 선택을 돕겠다는 취지로 생긴 것이다.

이 제도를 좀 더 설명하면, ①가장 많은 성분부터 먼저 표시해야 한다 ②향을 내는 성분은 성분명 대신 '향료'라고 표시할 수 있지만, 알레르기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아밀신남알 등의 26개 성분은 성분명 그대로 표시해야 한다 ③50미리리터 이하 제품은 용기가 작아 전성분표시가 어려운 경우 타르색소나 보존제 등 일부 성분만 표시하되 홈페이지나 전화번호를 표시하거나 전성분이 표시된 책자를 매장에 늘 비치해야 한다.

이젠 조금만 신경 쓰면 자신에게 맞는 성분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제도를 주변 사람들에게 묻자 "알고 있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알고 있다는 사람 중에는 "알아봤자 어떤 성분이 좋고 나쁜지 그 성분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으니 크게 도움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대답한 사람도 있었다.

<깐깐한 화장품 사용 설명서>는 화장품의 품질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화장품의 성분을 깐깐하고 현명하게 따져보게 하는 책이다.

<깐깐한 화장품 사용 설명서> 겉그림
 <깐깐한 화장품 사용 설명서> 겉그림
ⓒ 전나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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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국제적으로 금지 되었거나 종종 논란이 되고 있는 성분을 포함, 전세계의 화장품들에 쓰이는 2000여 가지 성분이 실려 있다. 130여 페이지(408p~545p) 가량의 많은 양이다.

우리 가족들이 쓰는 화장품은 어떤 성분으로 이뤄졌을까? 어떤 성분들이 화장품에 적합하며 어떤 성분들이 위험할까? 확인하는데 좋은 자료가 될 것 같다.

책은 모두 6부. 우리들이 흔히 기초제품이라고 부르는 스킨케어(로션이나 영양크림 등), 보디케어(샴푸 등), 색조화장품(화운데이션 등)의 성분, 그 진실과 배합 규칙, 제대로 된 선택과 사용법 등을 각장에서 조목조목 설명한다.

아울러 화장품 회사들의 이윤극대를 위한 거짓말 및 마케팅 전략, 화장품의 부작용에 대한 설명,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노력 등을 각각의 장에서 집중 소개한다.

부록까지 545페이지이니 어지간한 단행본 2권 분량이다. 이 두꺼운 책에 자꾸 손이 가는 이유는 화장품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우리가 알아야 할 화장품 이야기들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

아몬드 오일 한 방울이 첨가되었다고 보통의 샴푸가 부드러운 천연제품으로 탈바꿈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샴푸에 사용된 계면활성제가 어떤 종류냐에 따라서 품질의 차이가 벌어지는 것이다. 제조사들은 순한 계면활성제와 거친 계면활성제를 두루 사용한다. '순한' '거친'이라는 뜻은 세정력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매우 순한 계면활성제는 세정력이 뛰어나지만 대신에 거품이 잘 나지 않는 단점이 있다. - 책 속에서

샴푸와 같은 보디케어 제품이나 세제는 거품이 많이 나야 세정력이 좋은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샴푸, 거품이 세정작용을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글에서 이처럼 '거품'의 진실을 들려준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은 화장품 거품이 많아도 너무 많았구나. 우리들의 화장품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현명하지 못한 선택도 화장품의 거품 형성에 한몫 했구나'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 "사은품을 펑펑 퍼주고도 70%의 이익이 남는다"던 한 화장품 영업사원의 말도 떠올랐다.

최근 몇 년, '화장품을 제대로 알고 제대로 쓰자'는 취지의 책들이 여러 권 나왔다. <화장품, 얼굴에 독을 발라라>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화장품에 대한 50가지 거짓말> 등이다. 그동안 우리가 몰랐던 화장품의 진실을 다루고 있는 책들이다.

<깐깐한 화장품 사용 설명서>는 이들 책들이 다뤘던 것들을 좀 더 광범위하게 다룬다. 이 책은 독일에서도 인기를 얻었지만 화장품 최고의 선진국인 프랑스 여성들에게 특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단다. 그녀들에게 이 책은 올바른 화장품 선택과 사용 지침서로 유명하다고. 프랑스에 천연 유기농 화장품 붐을 일으킨 책이기도 하다.

-대다수 사람들은 화장품 제조사들이 오랜 연구를 거듭한 끝에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다고 믿는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수많은 제품 구성성분을 보면 90퍼센트 이상이 똑같은 유탁액을 사용한다. 유탁액이라는 기본 복합체를 재료로 하여 클렌징크림, 로션, 자외선 차단 크림, 헤어 제품 등 수 만 가지 제품이 탄생한다.

-프랑스에서는 우리가 흔히 '영양 크림'이라고 부르는 화장품에 대해서도 과대광고라는 판결을 내렸다. 화장품이 피부에 영양을 준다는 것은 피부 과학적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므로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라는 취지에서였다.

-화장품 광고를 보면 '즉각적인 효과', '주름 깊이의 60퍼센트를 줄여줍니다' 등과 같은 문구를 앞세우며 선전하는 특별한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이러한 화장품은 파운데이션처럼 주름의 골을 메우는 효과를 낸다. 그러한 제품들은 주름을 감추어 매끈한 상태로 만들어 생기가 도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일종의 투명 파운데이션이다. 따라서 한 번의 세안으로 감춰진 주름이 드러나기 때문에 외관상 일시적인 효과만 낼 뿐이다.

평소 "비싼 화장품이 좋은 화장품이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아침저녁으로 30여 가지의 화장품을 바른다는 어떤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어 밑줄을 그은 부분들이다.

내가 만난 '화장품전성분표시제도'

이 책을 읽는 중 몇몇 화장품 전문매장에 가봤다. 판매원들에게 화장품전성분표시제도에 대해 물었더니 거의 모든 판매원들이 이 제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매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거의 모르고 있었다.

50미리리터 이하 제품은 용기나 포장재가 작아 전성분을 표시할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전성분이 표시된 책자를 매장에 비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찾았던 매장 몇 곳 어떤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제도에 대해 알리는 문구도 쉽게 볼 수 없었다.(잘못 봤나?)

"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어떤 성분이 좋고 나쁜지 알 수 있을까?"라고 묻자 "위험한 성분은 식약청이나 소비자원에  문의하거나 홈페이지에 가면 알 수 있다"고 답하는 사람도 있었다. 참고로, 2010년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 화장품 관련 홈페이지(http://cosmetics.kfda.go.kr)에 배합금지성분정보 등 일부 성분에 대한 안내는 있지만 화장품성분 전반 안내는 없는 것 같다. 한참 두리번 거리며 여러 메뉴들을 클릭해봤지만 찾지 못했다. 한국소비자원(http://www.kca.go.kr/)에서도 화장품전성분제도에 대한 한 소비자의 제안을 읽었을 뿐 더이상의 자료는 찾지 못했다. 취지를 살리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화장품 효능의 80%를 죄우하는 것은 보형제, 하지만 대부분의 화장품 회사들은 극소량이 함유된 활성 성분만을 과대평가하는 광고를 한다? ▲'안티에이지' 제품의 성분은 일반 화장품과 거의 동일하다? ▲피부를 재생할 수 있는 화장품은 존재할 수 없다? ▲거품의 양과 세정의 차이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화장품의 향은 효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깐깐하게 화장품을 선택하고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우리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다.

화장품, 무엇에 신경 써서 선택해야 할까? 안전한 성분은 무엇들이며 좋지 않은 성분들은? 화장품은 어떻게 쓰는 것이 바람직할까? 내게 맞는 성분은?… 주변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제품이나 대중매체에 실린 광고 문구를 보고 선택했던, 성분은 확인하지 않고 지갑을 열었던, 안전한 화장품을 갈망했던 화장품 소비자들에게 꼭 필요한(할) 책이다.

덧붙이는 글 | 깐깐한 화장품 사용설명서|리타 슈티엔스(지은이)|신경완(옮긴이)|전나무숲| 2009-09-08|25000원



깐깐한 화장품 사용설명서 - 광고에 속지 말고 성분으로 선택하라!, 개정판

리타 슈티엔스 지음, 신경완 옮김, 전나무숲(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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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화장품, #화장품전성분표시제도, #스킨케어, #색조화장품, #보디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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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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