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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행은 여러 목적을 품고 있다. 그 여럿 가운데 하나는 제주 전통 초가를 만나는 것인데,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힌 편리를 위한 국가적 행사 덕이 가장 크다. 그렇다고 그것을 막무가내로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 전통 초가집에 들어와 사는 것은 그 편리와 담쌓은 '수도자'급의 마음가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높지 앉은 천정은 그리 크지 않은 내 키에도 구부정한 자세를 요구하고, 바람을 제대로 막지 못하는 문들은 겨울나기를 힘들게 한다. 매케한 연기를 밖으로 뽑아내지 못하여 눈물 콧물 범벅이 되는 정지(부엌) 살림은 또 어떠한가.

이런 불편한 살림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전통 초가가 사라지고 있다고 아쉬운 척들 하고 있는 것은 먹물이요, 백면서생임을 드러내는 지름길이다.

또 하나는 초가 지붕을 다스리기가 까다롭다는 것이다. 지붕을 두툼하고 포근하게 덮어 놓은 풀은 두 해쯤 지나면 삭고, 그것을 고정시키는 줄인 이엉도 삭는다. 마을마다 집단노동으로 해결했다는 지붕 수선행사는 별로 남아 있지 않은 몇 가구의 초가를 위해 모여들 이유가 될 수 없다. 한창 때는 이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지금 찾기엔 하늘에 별따기일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뒤로하고, 지나다 만나는 초가에 눈도장을 찍는다. 사진도 찍어 둔다.
열에 아홉, 아니 백에 아흔 아홉은 검은 천막으로 지붕을 덮어버린다. 지붕의 노화(?)를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것이다. 가끔 만나는 그 하나는 거의 무너져내려 사람이 살지 않는, 이른바 방치된 집이다.

이번에 만난 초가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제주 전통 초가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동네사람들 말을 따르면 올해 세들어 살던 사람이 떠난 모양이다. 몇 달 안 된 것이다. 안쪽 천정 일부는 이미 무너져내려서 더 살기엔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다른 이유가 있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낮은 돌담과 뒷모습의 초가, 그리고 올렛길
▲ 초가 전경 낮은 돌담과 뒷모습의 초가, 그리고 올렛길
ⓒ 이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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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과 저쪽 돌담 사이로 난 길로 들어가면 입구가 있다. 이 사잇길이 '올레길'이다.
집은 저 너른 마당을 바라보고 있다.

집으로 가는 설레는 공간
▲ 올레길 집으로 가는 설레는 공간
ⓒ 이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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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가 보면 이렇게 생겼다. 돌담의 상태를 보면 최근에 다시 쌓은 것이 분명하다.
돌담 아래 바닥에도 돌들이 깔려 있다. 채송화 따위의 식물을 심어 흥취를 돋우곤 한다.

대문이 필요없다
▲ 올레와 입구 대문이 필요없다
ⓒ 이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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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들어와서 본 장면이다. 바로 보이는 오른쪽 빈 공간이 입구이다. 대문이나 정낭 따위는 없다.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뭐 들렁 갈 거 있덴..(들고 갈 것 있다고)"가 그 답의 대부분이다.

넓은 마당은 텃밭으로 썼다
▲ 초가집 정면 넓은 마당은 텃밭으로 썼다
ⓒ 이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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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와서 텃밭으로 쓰는 마당에서 정면을 본다. 빨간 플라스틱 막이시설이 부실헤 보인다. 비나 햇살을 막는 구실을 하는데, 옛 초가는 저 지붕도 띠 따위의 풀을 얹어 놓는 걸로 알고 있다.

가까이서 본 모습
▲ 초가 가까이서 본 모습
ⓒ 이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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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가 보면 이렇다. 이쪽에서 보면 바닥에 1차로 돌을 낮게 깔아 흙지대와 구분하였다. 그보다 높은 시멘트 지대가 안쪽에 보인다.(하얀 플라스틱통을 얹어 놓은 곳) 전통 초가에서는 이 부분이 나무로 된 좁은 마루이다. 걸터앉기도 하고, 따스한 날엔 드러누워 낮잠을 즐기기도 하는데 사진의 것은 높이가 너무 낮다.

내부 공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 초가의 문들 내부 공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 이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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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본다. 맨 왼쪽은 수도(목욕), 그 다음은 방, 또 그 다음엔 마루로 통하는 문이다. 사진 밖 오른쪽 공간에 문이 하나 더 있는데 부엌으로 통하는 문이다.

왼쪽옆에서 본 모습.
▲ 초가 왼쪽옆에서 본 모습.
ⓒ 이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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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옆면에 달린 문 하나. 여기는 창고(고팡)이다. 고팡은 건물 하나를 따로 지어 쓴 경우가 많다. 붉은 항아리가 눈에 띈다. 사진밖 왼쪽 앞에 화장실이 있다. 달랑 푸세식이다. 옛날로 치면 통시, 돼지우리를 겸하면 돗통시가 놓인다. 주로 사람 눈에 쉽게 닿지 않는 구석 쪽에 자리한다.

뒷쪽 모습.
▲ 초가 뒷쪽 모습.
ⓒ 이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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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가 본다. 나무로 기대어 놓은 곳이 부엌(정지)로 통하는 문이고, 그 다음에 작은 창은 마루에서 부엌으로 통하는 좁은 복도길에 볕이 들게 하는 창이다. 그 다음 문은 마루와 이어지는데, 이 문으로 이 곳에 있는 텃밭(우영)으로 드나든다. 전통적으로 보면 여성들이 주로 드나드는 공간이 된다. 그 다음 창문도 역시 왼쪽 창처럼 좁은 복도로 되어 있다.

집 뒷 공간에 텃밭을 둔다. 귤나무 따위의 나무를 심기도 한다.
▲ 우영 집 뒷 공간에 텃밭을 둔다. 귤나무 따위의 나무를 심기도 한다.
ⓒ 이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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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우영)으로 꾸며진 뒷 공간. 사진 찍은 지점은 수돗가. 귤나무 따위의 나무를를 심어
놓기도 하며, 장독대가 놓이기도 하는 공간이다.

오른쪽 옆을 본 모습.
▲ 초가 오른쪽 옆을 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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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옆면. 지붕아래에 놓은 왕대. 지붕을 고정시키는 이엉(여기서는 검은 고무줄)을 여기다 단단하게 묶어놓아 마감한다. 지금 보이는 흙벽이 원래 초가짓는 방식. 가까이 보면 짚과 함께 진흙을 발라 놓았는데 견고성을 높인다. 벽 가운데에 두 개의 나무가 위아래로 놓여 있다. 원래 이 자리에 구멍이 있어 안쪽의 부엌 채광과 공기 정화를 맡았던 것으로 보이나 확인 못하였다.

사라져가는 제주전통 초가에 대한 관심과 살림집으로서 바람직한 모습은 어떤 것인지, 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태그:#제주전통초가, #초가집, #제주도, #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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