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로드킬 당할 뻔한 도롱뇽이 두 준을 내리깐 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다.
▲ 도롱뇽의 슬픈 눈망울 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로드킬 당할 뻔한 도롱뇽이 두 준을 내리깐 채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다.
ⓒ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도롱뇽의 슬픈 눈망울이 뇌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그녀는 시멘트 포장길 한가운데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녀는 바로 로드킬을 당할 뻔한 것이었습니다.

오늘(6일) 아침이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모처럼 산책길에 나서서 뒷산을 가볍게 한바퀴 돌아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산을 다 내려왔는데, 아내가 갑자기 놀란 표정으로 말하더군요. 길가에 개구리가 한 마리가 죽어있다고 말입니다.

"웬 개구리?" 하고는 그곳을 응시해봤더니 정말 뭔가가 시멘트 포장길 한가운데에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녀는 도롱뇽이었습니다. "아, 이런 도시에 웬 도롱뇽이란 말인가"란 탄성이 절로 나오는 순간 이내 그 탄성은 잦아들고, 그녀의 슬픈 눈망울을 응시합니다.

뒷다리가 차바퀴에 살짝 치여 망가지고,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 채로 오도 가도 못하고 널브러져 있는 그녀는 그 큰 두눈을 내리깔고는 체념의 표정을 짓고 있었습니다. 그 슬픈 눈망울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응시하는 있는 듯했습니다. 너무나 슬픈 풍경이었습니다. 

아마도 개구리가 잠을 깬다는 경칩에 그녀는 땅 속에서 겨울잠을 자고 일어난 첫날, 굴에서 기어 나오다가 차에 치인 듯했습니다. 도랑으로 들어가 수영도 한번 못 해본 채, 잠을 깨자마자 죽음의 경계에 서게 된 것이지요. 그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우면서 한편으로 와락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경칩날, 차에 치인 도롱뇽이 시멘트 포장길 위에 널브러져 있다
 경칩날, 차에 치인 도롱뇽이 시멘트 포장길 위에 널브러져 있다
ⓒ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하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동차 문명에 대해 반성해야

문명이란 것이, 특히 자동차문명이란 것이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됩니다. 경칩이 지나고, 비오는 봄날 시골길을 가보면 도로 곳곳에 개구리들의 납작해진 주검들이, 창자가 터지고 뇌수가 튀어나온 개구리들의 주검들이 널려있는 모습을 흔히 목격합니다. 그 자동차 바퀴에 치여서 죽어가는 개구리의 수가 그 얼마일까를 생각하면 너무나 아득해집니다.

그런데도 경제성장이란 허울 좋은 명분으로 벌이는 것이 도로포장입니다. 온 국토를 아스팔트로, 시멘트로 포장해서 자동차가 생생 다닐 수 있게 만드는 일이 '그들만의 경제성장'을 위해서 오늘날 그들이 벌이고 있는 일입니다. 지금도 이 일은 멈춤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지금은 강마저 '야만의 길'을 내기 위해서 파헤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같은 날 본, 너무나도 다른 풍경인 인드라망을 연상시키는 물망울들의 향연
▲ 산책길에서 만난, 인드라망 같은 날 본, 너무나도 다른 풍경인 인드라망을 연상시키는 물망울들의 향연
ⓒ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그 길에선 수많은 개구리들이, 도롱뇽이, 고라니가, 삵이, 뱀이, 새가, 고양이가 차에 치여서 날마다 날마다 죽어갑니다. 더 슬픈 것은 그들은 죽어서도 또 계속해서 차에 치이고 치여서, 살갗이 산산이 분해되어 다 날아갈 때까지 그대로 방치된 채 죽어간다는 것입니다.

불교의 윤회는 말합니다. 오늘의 네가 내일의 개구리로, 고양이로, 뱀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러면 그것은 나의 다른 모습일진데, 인간의 다른 모습일진데 우리는 그들의 죽음을 방치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래도 되는 일인가요? 천벌을 받을 일이지요. 천벌을 받을 문명입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천재지변의 소식은 하늘의 경고일 것입니다. 우리 문명의 길을 바꾸라는 하늘의 목소리일 것입니다. 우리는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반드시.

경칩날 만난 도롱뇽의 슬픈 눈망울이 들려준 가녀린 그러나 준엄한 목소리에 이렇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그녀를 살짝 건드려 보았습니다. 다행히 꿈틀꿈틀 합니다. 아직 살아있습니다. 그녀를 나뭇잎 위로 고이 모시고 도랑으로 내려가 살짝 놓아줍니다. 그녀는 축축한 낙엽더미 속으로 파고 들더니 이내 그 슬픈 얼굴을 감춥니다. 더 이상 이 세상으론 절대로 절대로 나오지 않으려든 듯이 말입니다.

경칩의 슬픈 풍경이었습니다. 인간임이 부끄러워지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블로그 '앞산꼭지'(http://apsan.tistory.com)에도 동시에 실린 글입니다.



태그:#경칩, #도롱뇽, #개구리, #로드킬, #자동차 문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