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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근민 전 제주지사가 민주당에 복당을 신청하고 도지사 출마를 정식으로 선언하면서, 우 전 지사와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도덕성 논쟁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이 우 전 지사에게 복당을 요청하자, 3월 2일 제주지역 13개 시민단체가 그의 성추행 전력을 거론하며 민주당에게는 '복당 불가'를, 우 전 지사에게는 '불출마'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근민 "'13:1 맞짱토론'에서 의혹 밝히겠다" 

 

하지만 우 전 지사는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가진 직후 오히려 언론사에 보도 자료를 배포하여 "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들에게 성희롱과 도덕성을 주제로 '13:1 맞짱토론'을 벌이자"고 제안하며 역공에 나섰다.

 

우 전 지사는 "시민사회단체가 말하는 악의적인 주장과 왜곡된 사실"에 대해 토론에서 밝힐 것이니 "기자회견을 기획한 분들은 뒤에서 숨지 말고 떳떳하게 나서라"며 배후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우 전 지사와 민주당의 이 같은 행보에 전국 여성단체들이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전국 34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한국여성단체연합과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는 3일 성명을 내고 "우 전 지사는 사건 당시 자신의 잘못에 대해 뉘우치고 사과하기는커녕 피해자와 여성단체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등 적반하장으로 대응한" 인물이기에, 우 전 지사의 복당을 받아들인다면 "지방선거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민주당의 대국민 약속은 거짓말이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유권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 여성단체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우 전 지사의 복당 절차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우 전 지사는 3일 오전에 민주당 중앙당사에 복당신청서를 제출하고, 국회 '정론관'에서 복당과 관련하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우 전 지사는 "지난 2004년 지사직을 박탈당하고 민주당 당원자격도 자동 정지됐는데", "이는 TV토론에서 신문기사를 인용하여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간 "견딜 수 없는 시간"이었는데, "그 긴 시간 동안 힘이 되어준 제주도민과 민주당원들에게 감사한 마음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도 했다. 자신의 '성추행 전력'에 대해 사과하거나 반성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우 전 지사가 개선장군처럼 민주당에 돌아온 날, 마침 제주도에서는 국민참여당 제주도당 창당식이 열렸다. 그런데 이날 창당식은 마치 우근민 전 지사와 그에게 복당을 요청한 민주당을 성토하는 장이 되어 버렸다.

 

우근민 성토장이 되어버린 국민참여당 창당식

 

국민참여당 창당식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유시민 전 장관은 우근민 전 지사의 복당 논란과 관련하여 "우근민 전 지사의 복당과 공천 얘기가 사실이라면, 민주당은 당원도 없는 당인가, 당의 지도부에 있는 사람들이 당원이나 도민들, 시민사회의 의견도 묻지 않고 마음대로 결정하는 당이 아니냐"며 민주당 지도부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연대를 할 때 지켜야할 기본적인 원칙과 정신, 다른 파트너에 대한 배려 등이 전혀 없는 행동"이라고 비난하며, "연대를 올바르게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인물을 공천하라"고 촉구했다.

 

창당식에서 도당위원장으로 선출된 오옥만 전 제주도의회 의원은 당원들에 대한 인사말을 전하는 자리에서 최근 민주당의 행태에 대해 작심을 한 듯 비난을 쏟아냈다.

 

오옥만 도당위원장은 "최고위원이 내려와 제발 복당해 달라고 요청하는 기자회견은 처음 봤다"며 "그것이 지역당의 상무위원의 의견을 거친 것인지, 지역당 당원의 의견이나 시민사회단체 여론 등은 수렴한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해 우근민 전 지사 복당과 관련한 민주당 지도부의 행태를 비난했다.

 

한편, 지난 2일 우근민 전 지사가 보도자료를 통해 시민사회와 맞짱토론을 제안한 것에 대해 제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얼마든지 토론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시민단체 "토론은 얼마든지, 그런데 웬 배후설?"

 

4일 오전, 제주지역 13개 시민사회단체는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우근민 전 지사와 토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우근민 전 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사회단체의 악의적인 주장과 왜곡된 사실'"을 언급했고,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을 사전에 뒤에서 기획하고 주도한 분들이 있다"는 표현으로 시민사회단체의 공공성과 자율성을 훼손했다며, 토론에 나오기 전에 어떠한 근거로 이런 것들을 제기했는지 먼저 밝히라고 요구했다.

 

제주도지사 선거는 우근민 전 지사의 '성추행' 전력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후보 당사자들끼리가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들과 우 전 지사의 공방으로 초반부터 과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우 전 지사와 시민사회단체간 공방이 오고가면서 서로 공개토론에 응하겠다고 하지만, 현행 선거법상 언론기관이 주관하는 토론회는 선거일 60일 전인 4월3일이 지나야 가능하다. 이들 간의 성추행 공방은 당분간 토론회가 아닌 기자회견과 보도자료를 통해 오고갈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지사 1위 후보의 위용, 계속될 수 있을까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고수해온 우 전 지사가 초반의 우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아니면 시민사회단체들과의 공방에서 외상을 입게 될지 현재로는 짐작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우 전 지사의 전력을 빤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를 영입하려 공을 들여온 민주당 지도부에게는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오점이 남게 됐다.

 

한편, 이 같은 공방이 오가는 와중에도 우근민 전 지사는 선거 일정을 예정대로 착오 없이 밟아가고 있다. 우 전 지사는 4일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도지사선거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 자리에는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 과거 우 전 지사가 도정을 이끌 당시 함께 일했던 관료들, 일부 친노 인사들 등 그를 지지하는 많은 이들이 몰려들어 여론조사 1위 후보의 위용을 느끼게 했다.


태그:#우근민 성추행, #우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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