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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가장 많이 먹었던 생선은 아마도 꽁치로 기억된다. 친정엄마는 다른 생선에 비해 싸면서도 맛도 괜찮은 꽁치를 자주 구워 주셨다. 넉넉하지 못한 집에서는 아주 고마운 반찬이었다.

 

난전에서 떨이로 사온 꽁치를 통째로 굵은 소금을 훌훌 뿌린 후에 구멍 숭숭 뚫린 석쇠에 얹어 연탄 화덕에 앞뒤로 구워냈다. 소금 맛이 약간 심심하게 배어든 꽁치구이를 우리들은 한 마리씩 차지하고 게 눈 감추듯 먹으면서 헛헛한 배를 채우곤 했다.

 

냉동이 되지 않은 생선의 살은 입 안에서 퍼석거리지 않고 목으로 술술 가볍게 넘어갔다. 하긴 한창 클 때였으니 무엇인들 맛없는 것이 있었겠는가. 꽁치는 잔가시가 적어서 아이들이 먹기 좋았고 생선 비린내도 적어 담백했다. 고기로 동그랑땡하기가 버거웠던 시절에는 꽁치를 도마에 놓고 다짐육을 만들어 꽁치 동그랑땡을 해 먹은 적도 있었다.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지역특산요리 방송을 본 적이 있었는데 다진 꽁치에 갖은 양념을 한 후 동글동글 빚어 무슨 국에 넣어 먹는 것을 보았다. 어렸을 때 먹어본 경험으로 해서 그렇게도 먹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지금도 꽁치는 그렇게 비싼 생선은 아니지만 식구들이 즐겨 먹지를 않아 상에 잘 오르지 못했다.

 

그런 꽁치가 어느 날 다른 이름으로 나타났다. 그 다른 이름의 꽁치를 먹어본 것은 몇 년 전 그때가 처음이었다. 시댁 어른 한 분이 과메기라며 맛보라고 주셨다. 꽁치를 말린 것으로 김에다 싸 먹으란다. 그런데 처음 맛본 과메기의 맛은 목구멍으로 넘어간 후에 입안에 남는 김과 생선의 비릿함이 있어 달가운 맛은 아니었다.

 

 

과메기는 청어의 한문 표기인 '관목어'가 변하여 '과메기'가 되었단다. 원래 과메기는 청어를 반으로 가르지 않고 통째로 해풍에서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하며 반 건조로 꾸덕꾸덕 말린 음식이다. 지금은 청어가 거의 잡히지를 않아서 많이 잡히는 꽁치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그렇게 통으로 말린 청어나 꽁치를 먹을 때 내장, 껍질, 뼈를 분리했다는데 요즘은 그렇게 하지 않고 이미 말릴 때 모든 손질을 마친다고 한다. 그렇게 알맞게 말려진 꽁치는 과메기로 재탄생되어 겨울철 별미 음식으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주로 경상북도 포항근처에 집중되어 있는 지역특산품이다. 단백질과 여러 영양소의 함량이 풍부한 과메기는 성장기 아이들에게도 좋은 음식이라고 한다.

 

지난 주말에 두 번째로 과메기를 먹어볼 기회가 왔다. 가깝게 지내는 지인의 동생이 포항에 사는데 과메기를 보내왔다며 나누어 먹자고 한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나는 별 감흥이 없었지만 남편은 입맛을 다셨다. 낮에 모였으니 가볍게 산행을 한 후에 내려오면서 그곳에서 먹자고 한다. 추운 산 속에서 어떻게 먹느냐고 의견이 분분하다.

 

그래도 강력하게 추진하는 사람들 때문에 할 수 없이 다들 따랐다. 그 산은 오르는 사람들에게 다리쉼도 하고 간식도 펼쳐서 먹으라고 한 곳을 지정해 나무 식탁을 여러 개 만들어 놓은 곳이 있다. 펼쳐 놓으니 꽤나 푸짐해 보인다. 지인의 동생은 과메기하고 먹을 일체의 등속을 모조리 함께 보내왔다.

 

 

모습을 드러낸 과메기는 붉은색과 적당히 촉촉해 보이는 기름과 건조 되면서 생긴 육질의 결이 그대로 보여 눈을 자극했다. 모인 사람들 중에는 과메기라는 것을 처음 맛본 사람도 있었는데 못 먹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생각보다 고소하고 맛있다면서 잘 먹었다.

 

김보다는 생물미역에 쪽파와 마늘을 얹고 과메기에 초고추장을 듬뿍 찍어 싸서 먹으니 생선의 비린 맛 보다는 육질의 쫄깃함과 고소함이 더했다. 특히 산 속의 적당히 쌀쌀한 바람이 과메기의 육질 안에 녹아있는 기름을 녹이지 않고 그대로 보존 하게 해서 그 맛을 끝까지 유지시켜 주었다.

 

혹시 과메기의 참맛과 친해지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더운 집 안 보다는 선선한 밖에서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비린내도 덜하고, 그 비린 맛이 오히려 고소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로 먹어본 과메기는 좋은 입맛들이기에 성공적이었다.


태그:#과메기, #포항, #꽁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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