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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하루 전인 12일 아침부터 귀성객에게는 반갑지 않은 눈이 내렸다. 귀성길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KTX 대부분 좌석이 매진되는 등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의 수가 상당하다. 영남과 충청도 일부 강원도 지방으로 연결되는 서울역에는 고향을 찾고자 하는 귀성객들로 설 연휴 하루 전부터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매일 많은 사람들이 찾는 서울역이지만 명절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귀성객도 귀성객이지만 매년 언론에 빠짐없이 나오는 정치인들과 시민들과의 만남 장면도 여기서 이루어진다.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회원들도 모이기 때문에 서울역은 요즘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빨리 알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설에도 여전히 세종시 세종시 세종시!

 뉴라이트전국연합 외 4개 보수단체가 세종시 국민투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국민투표 촉구" 뉴라이트전국연합 외 4개 보수단체가 세종시 국민투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새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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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제법 내린 아침 9시,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서울역을 찾았다. 서울역 버스 환승센터와 1호선 4호선 환승지하철역이 연결된 서울역 대합실 앞 광장에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목소리가 울렸다. 약 30명의 사람들이 "세종시 문제 국민투표 결정하라 결정하라 결정하라"라고 외쳤기 때문이다.

뉴라이트전국연합 외 4개 보수단체들이 정부의 지지부진한 세종시 문제에 대해 '국민투표'를 요구하고 나섰다. 눈이 제법 오는데도 불구하고 그 눈을 맞으며 큰 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서선호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총장은 "국가 대사를 결정할 능력을 상실한 기성 정치권에 대해 이제 세종시 문제를 현명한 국민에게 직접 물어서 결정하는 '세종시 국민투표' 방안을 강력히 주문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이어 그는 앞장서서 15만장의 '한국의 힘' 전단지를 시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약 11시 30분에는 서울역 대합실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대학생 나이로 보이는 사람들이 다른 전단지를 나누어주었다

"어디서 오셨어요?"
"조치원이요."

말을 아끼는 남학생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전단지를 나누어주었다. 받은 전단지에는 "'원주민이 뿔났다' 세종시는 조속히 건설되어야 합니다"고 적혀있었다. 세종시 원주민 생계 및 재보상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나온 지역 주민들이었다.

잠시 후에는 세종시 문제가 당파 내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한나라당의 정몽준 대표가 서울역을 찾았다.

정몽준 대표와 강기갑 대표 잠깐 만나

오전 10시 30분부터 갑자기 서울역 대합실 안과 밖에 의경들이 줄을 맞춰 서기 시작했다. 전단지를 주는 것 때문에 그러나 싶었지만 11시가 되자 서울역 서쪽 출구에 한나라당 당원들이 띠를 두르고 정책홍보물을 나누어주었다. 그 줄이 문밖을 나가 계단까지 이어져 있었다. 흡사 외국의 유명인사가 오는 듯 한 풍경이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12일 오전 11시에 서울역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12일 오전 11시에 서울역을 방문해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 김새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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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서울역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서울역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김새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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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가 한명 한명과 악수를 하며 서울역 대합실로 들어섰다. 이어 이계진 의원, 안상수 원내대표, 정양석 의원이 차례로 들어섰다.

"야 정몽준이야!"
"신기해 신기해."

소리가 들리더니 시민들이 핸드폰 카메라나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 정몽준 대표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정 의원은 서울역 대합실에서 어린 아이들을 안거나 들어 올리면서 아이 부모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더불어 대합실 내 상점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찾아 악수도 나누면서 약 30분 정도 서울역 2층과 3층을 돌았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가 12일 서울역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가 12일 서울역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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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간에 서울역 2층 대합실 한나라당 의원들 반대 쪽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와 홍희덕 의원이 동쪽 출구를 시작으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11시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서울역을 찾은 홍희덕 의원은 민주노동당 당원들과 '이명박 정권 기획수사 야당탄압 중단하라'라는 내용이 담긴 전단지를 준비했다. 그는 웃으며 "귀향 인사차 찾아왔습니다"라고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서울역 대합실 양 쪽 문에서 시작한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당 대표들은 대합실 가운데서 우연히 만났다. 양 대표들은 만나자 늘 그렇듯 악수를 나누었다. 오랜만에 만난 두 당 대표는 할 말이 많을 것 같아 보였지만 악수를 하고서는 곧바로 가던 길을 향했다. 1분도 안 되는 잠깐의 회동이었다.

강기갑 대표와 포옹을 나눈 초등학생 남자아이는 자신과 강기갑 대표를 찍는 카메라가 신기한지 카메라에 얼굴을 대곤 "저 티비에 나와요?"라며 즐거워했다. 그 모습에 강기갑 대표를 비롯해서 주변 사람들이 아이를 보고는 한바탕 크게 웃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가 서울역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가 서울역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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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대표 일행은 좀처럼 다가가기 힘들었다. 많은 카메라와 기자들 그리고 수행 보좌관들 때문에 얼굴 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나 정몽준 그 사람 봤다."

한 여성은 정몽준 의원을 보고 신기한 듯 전화를 걸었다. 인기 연예인 2PM의 인기와 비슷한 정몽준 의원이다.

고향에 가는 대학생 김주연(25)씨는 "신기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웃기다는 생각이 들어요. 명절에 일부러 사람들 많은 곳만 골라가는 듯 보여서요"라며 정치인들의 방문을 비꼬았다.

MBC 엄기영 사장 사퇴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문제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일행이 서울역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 일행이 서울역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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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살려야해. MBC 내꺼야, 다 내꺼야 KBS도 내꺼야 조중동은 원래 내꺼야"

누리꾼 모임 진알시가 이명박 대통령을 패러디한 퍼포먼스를 하고있다.
▲ 진알시 퍼포먼스 누리꾼 모임 진알시가 이명박 대통령을 패러디한 퍼포먼스를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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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내린 눈이 더 심했던 오전 10시에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역을 찾았다. 삽 모양의 놀이기구를 타다가 넘어지기도 하고 심지어 시민들을 향해 소리치기도 했다. 그 모습에 지나가던 시민들도 하나둘씩 모여 사진을 찍기도 하면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사실 그 남자는 이명박 대통령을 흉내 낸 누리꾼이었다. 그 누리꾼 뒤로 20대의 텔레비전이 KBS뉴스 방송을 내보내면서 탑 모양으로 쌓여 있었다. 이어 시민들이 색색의 고무공을 분장한 누리꾼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그 누리꾼은 고무공에 맞아 아픈 듯 한껏 움츠렸다.

진보성향의 누리꾼 단체 '진실을 알리는 시민들'(진알시)에서 준비한 퍼포먼스다. 이 행사는 지난 1일 조계사 앞에서 열기로 한 행사지만 국정원과 KBS의 외압 의혹에 의해 진행되지 못한 행사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 진알시는 비슷한 퍼포먼스를 KBS앞에서 지난 1일에 열었다.

언론시민단체가 서울역 대합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언론시민단체가 서울역 대합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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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자회견과 행사는 지난 해 설과 추석에 이어 세번째 열리는 행사로 지난 8일 MBC 엄기영 사장의 사퇴와 관련해 MBC 노조원들도 참여해 꽤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87년 권력싸움에도 MBC는 (그것을) 극복했다"라며 "노동 자유를 위해 언론의 독립을 위해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30분 정도의 기자회견이 끝나고 TV를 쌓아둔 탑은 그 자리에 둔 채로 아침 9시부터 전단지를 돌리는 뉴라이트전국연합 외 4개 단체와 같은 장소에서 언론소비자주권캠페인, 진알시,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참여 시민단체 사람들이 <한겨레21> 특별판과 함께 관련 전단지를 배포하였다. 민주노동당은 이들과 함께 이번 경찰과 검찰의 표적수사 의혹과 관련한 전단지를 함께 돌렸다.

시민언론단체들과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전단지 배포를 준비중에 있다.
 시민언론단체들과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전단지 배포를 준비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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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앞에서 여러 시민단체들이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다.
 서울역 앞에서 여러 시민단체들이 전단지를 배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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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들과 함께 고향에 내려가는 이정문(43)씨는 "추운데 고생하시잖아요. 언론을 통해 MBC문제를 접했습니다. 빨리 좋게 끝나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장의 전단지를 가지고 있었다.

각자 손에든 전단지의 성격은 달랐지만 시민단체들은 일렬로 서서 백화점에 오는 고객을 맞이하듯이 지하철에서 올라오는 시민, 버스에서 내리는 시민 등 서울역을 찾는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누어주었다. 몇몇 사람들은 관심 없는 듯 그냥 지나쳤지만 대부분 받아주었다.

덧붙이는 글 | 김새롬 기자는 오마이뉴스 11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서울역, #설 귀성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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