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10년 1월 22일 밤 9시 22분 난 배꼽 위에 올려놓은 책을 읽으며 에프엠을 들었다. 유영석이 자신의 20주년 기념앨범을 홍보하고 있었다. 오래된 음악이 세월을 느끼게 하듯 사춘기 시절부터 나의 성장과 함께 해 온 음악들이 20주년 기념음반이란 이름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언더그라운드 가수와 LP판이 존재하던 시절

 

90년대 가수들이 속속 20주년 헌정 앨범을 발표하고 있다. 윤상의 20주년 앨범인 <SONG BOOK>과 이승환의 20주년 기념 앨범인 <환타스틱 프렌즈>그리고 이번엔 유영석이다.

 

주말 오후면 20대의 딸이 집안에서 음악을 듣고 있었고 그런 모습을 본 엄마는 '너도 나가서 데이트도 하고 좀 그래라'라고 말씀하신 기억이 난다. 난 집안에 있는 것을 좋아했고 집안에서 음악 듣는 것을 더 좋아했다. 그래서 20년 전의 음악이란 나의 젊은 시절과 함께 기억된다.

 

우체통, 공중전화박스 그리고 레코드사. 언제부터인가 우리 곁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춰가기 시작한 것들이다. 난 그 시절 공테이프에 좋아하는 음악을 선곡해 레코드사에 갖다 주곤 했다.

 

음반구입을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들을 수 없었던 음악들을 그렇게 해서 들었다는 사실을 지금의 젊은 친구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지금은 레코드사라는 이름을 걸고 음반을 파는 곳은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또한 80년도엔 '언더그라운드 가수'라는 말이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TV에 출연하는 가수나 공연을 주로 하는 가수와는 다르게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채 음악이 알려진 가수를 일컫는 말이다. <회상>을 부른 김성호나 <세월이 가면>의 최호섭 등이 그에 속하는 가수가 될 것이다.

 

사람들은 그들이 궁금해서 음반을 구입했으며 언더그라운드 가수의 음반판매량이 더 많을 수도 있는 시대였다. 그리고 그들의 곡은 지금 30대들에게 아직 노래방 애창곡으로 불리고 있다.

 

대중가요가 음반 중심의 시장에서 음원 중심의 시장으로 바뀌면서 지금의 언더그라운드 가수라 불리는 홍대 인디밴드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그 시대와 다른 현실 때문일 것이다.

 

1988년 '푸른하늘로' 데뷔해 6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했으며 그 이후 '화이트'란 이름으로 5장의 앨범을 발표한 유영석은 그 시절 <7년간의 사랑>, <네모의 꿈>,<우리 모두 여기에><사랑그대로의 사랑>,<자아도취>,<오렌지 나라 앨리스>등 수많은 히트곡을 발표한 대표적 언더그라운드 가수 중 한 명이었다.

 

인순이, 김건모, 유희열, 조규찬 등 참여

 

유영석의 20주년 기념음반은 참으로 많은 가수들이 참여했다. 인순이 김건모 등의 기성 가수들은 물론이고 유희열 이수영 박기영 조규찬 김연우 유리상자 김범수 이적 김광진 나윤권 김형중 개그맨 박지선 슈퍼쥬니어의 규현과 재즈그룹 원터플레이 아나운서 정지영과  인도네시아그룹인 모카 등이 앨범에 함께했으며 유영석 자신이 프로듀서했다.

 

'헌정앨범'이 아닌 '기념앨범'이라 붙인 것은 자신이 15살에 만든 곡 <겨울바다>를 부른 선배가수 인순이가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 시절 최단기간 많이 팔린 앨범이었다고 하는 <자아도취>란 곡은 토이남이라고도 불리는 유희열이 불렀으며 섭외하기 힘든 가수 중 한 명이었다고 말했다.

 

전성기 때 성대 결절로 활동을 중단했던 2년의 공백 기간 동안 그는 뮤지컬 음악에 심취했으며 <오렌지나라 앨리스>와 <화이트>란 곡을 만들었다. 이 두 곡은 내게 공연이 아닌 음악만으로도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들게 할 수 있었으며 지금 들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은 감각적인 멜로디를 지녔다. 

 

세월은 빠르게 흐른다. 그리고 음악은 시대를 대변한다. 주말이면 집에서 음악을 듣는다고 잔소리 하시던 엄마도 이젠 나이든 여자가 되었고 난 지금 이십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어른이 되었다.  난 지금 내게 다시 돌아온 그들의 음악을 듣고 있다. 또다시 나와 시대와 세월 사이를 흘러갈 음악을. 또 언젠가는 기억하게 될 모습으로 말이다.


태그:#유영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