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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조례의 방향으로 가야된다고 생각해요. 경기도교육청에서 준비하고 있는 게 옳은 얘기거든. 그런데 말예요. 내가 들어보니까. 이게 무척 어려운 문제 같아요. 쉽지가 않아. 보수 쪽에서 우려하는 얘기에도 좀 일리가 있더라고."

 

신용승 민족문제연구소 경기남부지부 고문이 1일 기자에게 한 말이다.

 

신 고문은 올해 78세다. 고희를 훌쩍 넘겼지만, 최근 학생인권조례를 비롯한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다. 도교육청에서 열리는 각종 공청회에도 종종 참석한다. 지난달 열린 학생인권조례 공청회에서는 3시간 넘도록 자리 한번 뜨지 않았다.

 

손자들보다도 더 어린 중고생들이 '당당하게' 스스로의 권리를 얘기하는 모습을 본 느낌이 어땠을까. 학교인권조례에 대한 신 고문의 생각은 미묘하다. 굳이 표현하자면 '비판적 지지'라 할 수 있겠다.

 

신 고문은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며, 옳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난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좀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들'이란 표현에서 그의 나이가 느껴진다. 도대체 어떤 아이들을 일컫는 걸까. 그 예로 신 고문은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어른이 있건 없건 큰소리로 말끝마다 '쌍욕'을 쓰면서 떠드는 학생들"을 꼽았다.

 

"나 자신은 진보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학생인권조례 토론회를 보면서 내 자신을 다시 평가하게 됐거든. 나도 보수적인 데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김상곤 교육감이 하는 공교육 정상화나 인권조례 이런 걸 옳은 길이라 여기면서도 맘 한 구석에 그런 게 남아 있더라고. 아마 내 나이 또래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열이면 아홉은 반대한다고 할 거요."

 

신 고문은 34년 정도를 공무원으로 지냈다. 그중 27년은 초등학교 평교사였고, 나머지 7년은 수원시청 공무원이었다. 교장이나 교감한테 알랑거리기 싫어 지내다보니 평교사로만 지내다 1997년 은퇴했다. 교사 생활 때 경험도 털어놨다.

 

"내가 교직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이 아무리 잘못을 저질러도 절대로 구타를 하지 않는 교사도 봤어요. 그런데 반대로, 때릴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때리는 교사들도 흔히 봤어요. 뭐 옆에서 보기에도 눈살 찌푸려지게 이성을 잃고, 자기감정도 못 이겨가며 어린이들을 정말 개 패듯 사정없이 때리는 교사들도 있거든."

 

기성세대들에 대해 신 고문은 "맞아가면서 자랐고, 그걸 당연시 여기던 사회에서 지내온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랬다. 그 시절은 학교에서 구타를 당하고 집에 와서 부모에게 억울하다고 징징거려도 "네가 잘못했으니 선생님이 때리지, 네가 잘했어도 선생님이 널 미워서 때렸겠냐"고 하던 시절이었다.

 

"기성세대는 늘 자기들보다 어린 세대들이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

 

신 고문은 "어린이에게 폭력을 쓴 사람은 교사가 아니라 마부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학생이 어떤 길로 가건 말건 잘못을 보고도 모르는 척 방관하는 건 정말 나쁜 거예요. 교사의 직무를 포기한 거니까."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우려는 한 마디로 "학생은 미성숙한 존재"란 규정에서 시작된다. '왜 기성세대는 자라나는 세대들을 못미더워 하는 것 같느냐'고 물었다.

 

"사실 기성세대는 늘 자기들보단 어린 세대들이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자기들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거지. 그건 조선시대 때도 그랬고 내가 어릴 때도 그랬어. 역사 이래 늘 그런 거예요. 하지만 그건 착각이지. 어린 세대들이 자라면서 역사가 더 발전해 왔잖아요."

 

최근 시국선언 교사 징계를 미뤘다고 고발까지 당한 김상곤 교육감에 대한 검찰 소환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건 너무 어처구니없어 말할 가치도 없는 일이에요. 조금 이라도 생각해 볼 가치가 없는 일. 검찰이 이명박 정권에 아첨하느라고 떼거지 쓰는 거지. 뭐."

 

요즘 신 고문은 회고록을 마무리 중이다. 글은 거의 다 썼고, 교정과 편집 작업만 남았다. 제목은 <선무당, 역사의 작두 위에서 80년>이다. 사실 책으로까지 낼 생각은 없었고, 글 쓰는 게 치매 예방에도 좋다고 해 시작한 일이다.

 

"그냥 살아온 얘기를 기억나는 대로 솔직히 썼어요. 내가 조작된 월북기도사건에 휘말렸던 일, 군대서 도망 나와 학교 다닌 얘기, 노사모 했던 거까지. 내 글 읽어 본 사람이 재밌다고 해요. 그래서 주위 사람들 권유로 책 내게 됐어요. 너무 고맙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학생인권조례, #경기도교육청, #신용승, #김상곤, #민족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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