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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힘을 실어주던 <조선일보>가 "'세종시(市)라는 과거'로부터 탈출해야 한다"며 세종시 출구전략에 시동을 걸고 나서 주목된다.

 

<조선>은 28일 '대한민국은 '세종시(市)라는 과거'로부터 탈출(脫出)해야 한다'는 제목의 통사설을 통해 "나라의 명운(命運)이 걸려 있기라도 한 양 매달려 있는 세종시 문제는 8년 전 '노무현 대통령 후보라는 정치인'이 선거용으로 출제했던 과거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세종시 허허벌판에 정부 부처를 옮겨 세우자고 주장하는 어느 누구도 그래야만 정부가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된다고 감히 말하지 못한다"며 "다만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라는 말로 세종시 원안 추진 세력을 우회적으로 힐난했다.

 

<조선>은 "미래의 문제가 쏟아지는데 과거의 문제에 붙들려 더 이상 국력을 낭비하고 국론을 분열시키고 나라를 언제까지 과거로 끌고 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에서 해안포 수십  발을 발사한 일, 실업자 400만 명을 넘어선 한국의 고용(雇傭) 상황, 동(東)아시아 3국의 운명을 건 선두경쟁 등을 열거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말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 프로그램에서 말한 "세계 모든 나라가 경제 전쟁인 상황에서, 9개 부처를 세종시에 옮겨놓고 나면 경제 부처 장관들이 서울에 6개월 와 있어야 한다. 이래서 정말 되겠느냐"던 주장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조선> 사설의 결론은 시작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조선>은 "원칙과 원리가 아니라 때로 현실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는 게 정치의 한계이고 숙명"이라며 "한나라당의 당론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박근혜 전 대표가 정부안에 반대하고 있고, 야당도 반대하고 있다"며 현실론을 제기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은 이제 박근혜 전 대표와 야당 지도자를 만나야 한다"며 "그 자리에서 충청도민이 그렇게 절실히 원한다면, 충청도민이 원하는 것을 충청도민이 결정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그렇게 해서라도 대한민국은 '세종시(市)라는 과거'로부터 탈출해 현재와 미래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해 풀어나가야 한다"는 말로 끝을 맺고 있다.

 

즉 세종시 원안 추진 세력에 대해 국가 장래를 도외시한 한가한 얘기를 하고 있다고 훈계하면서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현실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면 충청도민이 결정하도록 하라'고 훈수하고 있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없다는 현실적 표 계산에 따라 적당히 발을 빼는 출구전략과 함께 향후 국가대사를 그르친 책임을 박근혜 전 대표와 야당, 충청도민에게 돌리려는 <조선>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태그:#조선일보, #세종시, #박근혜, #이명박, #수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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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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