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영조 위원장이 영문책자의 배포를 중단시킨 사실을 보도한 호주 언론 <시드니모닝헤럴드>.
 이영조 위원장이 영문책자의 배포를 중단시킨 사실을 보도한 호주 언론 <시드니모닝헤럴드>.
ⓒ 시드니모닝헤럴드

관련사진보기


이영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번역오류'를 이유로 영문책자 배포를 중단시킨 데 반발해 번역자들이 이 위원장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오마이뉴스> 보도로 알려진 가운데, 외신들도 이번 사태를 잇달아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진실화해위에서 발간한 영문책자 <Truth and Reconciliation>의 번역을 감수했던 원어민들도 번역자들이 준비하고 있는 명예훼손 소송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져 이영조 위원장의 영문책자 배포 중단 사태의 파장이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드니모닝헤럴드> <AgoraVox> 등 보도... "진실이 위험에 처했다"

지난 23일 호주 언론인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진실이 위험에 처한 한국'이라는 장문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는 <시드니모닝헤럴드>의 아시아 태평양 담당 에디터인 하미쉬 맥도날드가 쓴 기사로 진보 성향의 전임 위원장이 물러나고 뉴라이트 성향의 신임 위원장이 취임하면서 진실화해위의 활동이 위협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는 진실화해위의 활동이 위협받고 있는 구체적인 근거의 하나로 '영문책자 배포 중단' 사태를 들었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이 기사에서 "진실화해위의 신임 위원장이 번역오류를 근거로 자신의 전임자가 펴낸 영문책자의 배포를 중단시켰다"며 "(하지만) 논쟁적인 책자를 읽어보면 영어번역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명확해진다"고 보도했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이영조 위원장이 영문책자의 배포를 중단시킨 배경으로 진보 성향의 전임위원장(안병욱)이 영문책자에 쓴 서문을 들었다. 이 신문은 안병욱 전 위원장이 '일본 국수주의의 극우사상과 미군의 정교한 조작기술에 영향을 받은 박정희 쿠데타 정부는 한국사회를 극우 파시스트 정권으로 이끌었다'고 서술한 대목을 구체적인 예로 들었다.

이어 <시드니모닝헤럴드>는 "그러나 영문책자는 한국군과 미군은 물론이고 북한군에 의해 저질러진 민간인 학살도 포함시키는 등 대체로 사실에 입각해 있다"며 "한국의 과거사 정리작업은 한국의 신뢰를 크게 높여왔다"고 평가했다.

또한 프랑스의 시민언론인 <AgoraVox>는 <오마이뉴스>의 보도를 직접 인용해 영문책자 번역자들이 이영조 위원장을 상대로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AgoraVox>는 "이영조 위원장이 영어번역의 오류를 근거로 영문책자의 배포를 중단시켰지만 번역자들은 이를 부인했고 위원회는 잘못된 영문번역의 어떤 사례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AgoraVox>는 "독립기구가 불편한 진실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새로운 위원장 아래에서 자신들의 역사를 다시 쓰려고 하는가?"라며 이영조 위원장의 영문책자 배포 중단 지시를 "검열행위(an act of censorship)"라고 표현했다.

주한 외국인들이 주로 읽고 있는 <코리아타임즈>는 번역에 참여한 한 인사가 "뉴라이트는 과거 정권의 경제적 성과에 주목한 반면 위원회의 영문책자는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를 강조하고 있다"며 "번역 오류를 거론하는 것은 이데올로기 전쟁을 호도하기 위한 계책일 뿐"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원어민 감수자 "번역에 문제 있었다면 왜 당시에 얘기하지 않았나?"

 이영조 위원장이 배포를 중단시킨 진실화해위의 영문책자.
 이영조 위원장이 배포를 중단시킨 진실화해위의 영문책자.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또한 영문책자를 감수했던 원어민 A씨는 <오마이뉴스>와 진행한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영어번역 감수는 정교하게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저 외에) 세 명의 원어민 친구들이 그 영문책자를 읽었다"고 말했다.

그는 "(진실화해위 영문책자 감수는) 내가 했던 작업 중 가장 철저하게 이루어졌다"며 "다른 원어민 감수자들까지 포함하면 책이 출간되기 전까지 10~12번 정도의 감수가 이루어졌을 것"이라고 위원회의 '번역오류' 해명을 반박했다. 

A씨는 "진실화해위는 잘못된 영어번역의 어떤 사례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당시 위원들이 영문책자를 읽어볼 수 있었는데 (위원회의 해명처럼) 영문책자에 문제가 있었다면 왜 당시에 그것을 논의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소송 참여 가능성과 관련, "법적인 이유 때문에 직접 얘기할 수 없지만 감수자들이 이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만 얘기해 두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진실화해위의 한 관계자는 "이영조 위원장이 영문책자의 번역 오류를 찾아내라고 지시했다"며 "번역상의 오류 때문에 영문책자의 배포를 중단시켜놓고 이제야 그걸 찾아내라고 지시한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일"이라고 말했다. 


태그:#진실화해위, #이영조, #영문책자, #시드니모닝헤럴드, #AGORAVOX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