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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사법부 때리기에 골몰해온 한나라당이 이제는 법관에 대한 '사상 검증' 필요성까지 제기했다. 판사의 정치 성향을 따져 형사재판 배당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사들을 직접 '손보겠다'는 의도를 한층 더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정치권력의 사법부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영철 감싼 한나라당 "법원장 사법 행정권 강화해야"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5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 성향이 강한 법관은 형사재판에서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원내대표는 또 "법관의 근무평정을 엄격히 해서 10년이 지나면 철저한 심사를 통해 법관의 자질을 검증한 후 재임용할 필요가 있다"며 "법원장의 무력화된 사법 행정권을 강화하고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들은 능력 있는 법관에게 배당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촛불재판 밀어주기 배당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던 신영철 대법관(당시 서울지방법원장)의 행위를 사실상 합리화한 셈이다. 또 법원 내부의 강한 반발을 샀던 법원장의 재판개입을 공식화해 앞으로는 이른바 '코드 법관'을 내세워 재판을 좌지우지하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친 모양새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초래한 잇단 무죄판결 사태를 '좌편향 판사들의 튀는 판결이 문제'라며 법관에 대한 이념 공세 거리로 활용해 왔다. 그러면서 판결과는 상관없는 법관인사제도 손보기와 판사 연구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해체 등을 요구하면서 사법부 흔들기 공세를 펴왔다.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옹호해 왔다.

 

이런 태도로 미루어볼 때 한나라당의 '정치 성향 강한 판사 형사재판 배제' 주장은 보편적인 원칙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진보 성향' 판사들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미네르바 박대성씨, 정연주 전 KBS 사장, 시국선언 교사들, MBC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무죄 판결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비판여론 옥죄기의 추한 맨얼굴을 드러낸 법관들에게 '빨강' 딱지를 붙여 물갈이하겠다는 것이다.  

 

이념 공세에서 한 발 더 나아간 판사 정치 성향 검증

 

하지만 개인에 대한 사상검증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데다, '정권의 코드'가 판사 성향을 따지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황희석 변호사는 "(안상수 원내대표의 발언은) 신영철 대법관이 했던 것처럼 권력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사들을 사전에 솎아내겠다는 의도"라며 "나치가 법원을 통제했던 사례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황 변호사는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도 특정 판사를 특정 재판에서 배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못했다"며 "여당의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하는 것 자체가 놀라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보수 성향인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도 "판사의 정치 성향을 검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라며 "설사 정치적 판결이 나왔다고 해도 항소심, 상고심에서 바로잡는 견제장치가 있는데 정치권이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치 성향 검증이 국민의 기본권인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인의 정치 성향을 판단할 객관적 기준 자체가 없을뿐더러 누구도 (타인의 정치 성향을) 재단할 권한이 없다"며 "양심과 사상의 자유는 국민의 기본권인데 판사의 정치 성향을 판단해 재판 배당에 반영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 침해"라고 강조했다.

 


태그:#한나라당, #사법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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