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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TV 수목 드라마 <추노>, "언니"란 호칭이 화제가 되고 있다
 KBS2TV 수목 드라마 <추노>, "언니"란 호칭이 화제가 되고 있다
ⓒ KBS <추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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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비 추격자의 이야기를 다룬 KBS 2TV  수목드라마 <추노>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첫 회부터 22.9%(TNS 미디어 코리아)를 기록하며 산뜻한 출발을 하더니, 방송 3회 만에 27.2%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높은 인기의 중심에는 멋진 몸매와 무술까지 잘하는 추노꾼 패거리 이대길(장혁), 최장군(한정수), 왕손이(김지석)가 자리 잡고 있다. 대길을 중심으로 뭉친 이들은 제각각의 남성미를 뽐내며 드라마 속 여성들은 물론 드라마 밖의 시청자들까지 열광하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 <추노> 속, 이들의 대화를 듣다보면 이상한 점이 한 가지 눈에 띈다, 근육 우락부락한 남자들이 쓰기엔 뭔가 상당히 부담스런(?) 호칭을 말하는 것이다. 주인공 대길이가 또 다른 추노꾼 패거리 천지호(성동일)와 시비가 붙었을 때 했던 대사를 가만 들어보자. 주먹이 오가는 험난한 장면에 난데없이 '언니'란 말이 불쑥 튀어나온 것이다.

"그거야, 언니가 잘 가르쳐준 덕 아닙니까."

언니,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는 '남남끼리의 여자들 사이에서 자기보다 나이가 위인 여자를 높여 정답게 이르는 말(네이버백과사전)'을 일컫는 것이 아닌가. 그런 말이 <추노>에서 버젓이 남자들끼리의 서열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형님도 아니고, 형도 아니고 언니라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추노 패거리를 보고 있자니 괜히 웃음이 나온다. 그것도 농담조가 아니고, 진지하게 윗사람을 부를 때 쓰고 있으니 신기하기까지 하다. 가령 이런 식이다.

"언니, 그 비결이 뭐요?"
"언니, 대길이는 둘째치고 저것부터 타작해야 되지 않겄소?"

그들의 '언니'에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KBS2TV 수목 드라마 <추노>, "언니"란 호칭이 화제가 되고 있다
 KBS2TV 수목 드라마 <추노>, "언니"란 호칭이 화제가 되고 있다
ⓒ KBS <추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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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들의 "언니" 타령에는 이유가 있었다. 알고보니 언니는 당시 조선시대에 사용했던 용어였다. 제작진이 자막을 통해 '언니는 동성의 손위 형제를 가리키는 조선시대 용어'라고 단어의 뜻을 밝힌 것이다.

사전적으로도 '동성(同性)의 손위 형제를 이르는 말(네이버백과사전)'이니 현대에도 언니가 꼭 여성 윗사람을 지칭하는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그렇기에 어색하긴 해도 틀린 표현은 아닌 '언니', <추노> 제작진이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길 패거리의 '언니'란 표현은 시청자들에게 특별한 매력을 준다.

만약 '형'이나 '형님'으로 호칭했으면 못 느꼈을 묘한 매력이 자리 잡고 있다. 대길의 추노꾼 무리 중, 제일 막내인 왕손이의 대사가 특히 그렇다.

"언니, 우리도 침모 하나 구합시다."
"대길언니가 내말을 안 들어도 장군이 언니말은 잘 듣지 않소."
"언니, 장사는 잘 됐소?"
"언니, 아이구 언니... 이게 무슨 꼴이유."

이대길(장혁)을 향해 언니라고 말하는 왕손이는 영락없이 여성의 말투 그대로다. 대사만 듣고 있으면 여성이 하는 말인지, 남성이 하는 말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그런데 곱상한 왕손이(김지석)의 언니 타령은 그렇다 쳐도, 이대길(장혁)과 최장군(한정수)까지 언니타령을 하니 재밌는 일이다.

"상놈은 나이가 벼슬이오. 앞으로도 언니 대접은 해드리지."

추노꾼 패거리 중 험상궂기로 유명한 천지호(성동일)가 이대길을 향해 "나, 언니야!"라고 외치는 부분에서는 참았던 웃음이 픽 하고 터졌다. 언니란 단어가 갖는 특별함 때문일 것이다.

'언니'란 단어는 <추노>의 거친 대사를, 극 전체를 감싼 마초적인 느낌을 중화시켜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현대에는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언니'란 단어를 사용해 극의 분위기를 바꾼 드라마 <추노>의 재치가 돋보인다. 단어 하나의 적절한 선택으로 드라마는 화제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태그:#추노, #언니, #이대길, #최장군, #왕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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