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진영 쪽에서 밀양으로 가다 보면 창원시 대산면과 밀양시 하남읍을 가르며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을 만날 수 있다. 햇살 좋은 날 수산대교를 지나가다 강을 바라보면 명사십리도 부럽지 않을만큼 빛 고운 모래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위성 사진으로 이 곳을 살펴보면 마치 새 머리 모양을 하고 있어서 신비감마저 느껴지는 곳이다. ('새 머리 모양 모래톱'이란 말은 위성사진을 보고 기자가 붙인 이름이다.)
큰사진보기
|
▲ 밀양 수산대교 근처 '새 머리모양 모래톱' 밀양시 하남읍 수산대교 아래쪽으로 새 머리모양의 거대한 모래톱이 펼쳐져 있다. 그림은 Daum지도에서 복사한 것이다. |
ⓒ 다음 |
관련사진보기 |
그러나 4대강 공사가 시작되어 이제 자연이 만들어준 이런 아름다운 모래톱은 다시 볼 수 없게 되었다. 모래톱 뿐만 아니라 강과 어울려 강변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의 모습도 함께 사라지게 되었다.
4대강 공사가 시작된 지 두 달 남짓 지난 13일 오후 현장을 찾았다. 영하의 날씨에다 강풍이 불고 있었지만 공사 현장에는 중기계들의 괴음 소리가 뜨겁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큰사진보기
|
▲ 모래톱 제거 현장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모래톱 제거 현장에 중장비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중장비들이 모래를 파 내는 곳은 '새 머리모양 모래톱'의 목 부분이다. 오른쪽이 아래로 둥그런 머리 부분이다. |
ⓒ 이정호 |
관련사진보기 |
공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모래톱 가운데 물길이 생길 정도로 모래 제거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퍼낸 모래는 트럭에 실려 강변 한 곳에 쌓아두고 있었다. 한 곳에서 나오는 모래 양만 해도 저렇게 엄청난데 낙동강 전 구간에서 퍼낸 모래의 양은 상상하기도 어렵거니와 그 모래들을 어떻게 처리하려는지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큰사진보기
|
▲ 모래산 모래톱에서 퍼낸 모래가 강변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트럭들이 부지런히 모래를 실어나르고 있다. |
ⓒ 이정호 |
관련사진보기 |
눈을 돌려 강변 농지로 향했다. 밀양쪽엔 아직 철거되지 않은 비닐하우스들이 남아 있었다. 비닐하우스가 철거된 자리에는 중장비가 땅을 골라놓았는지 커다란 바퀴자국이 굵게 패여 있었다.
큰사진보기
|
▲ 철거된 비닐하우스 밀양쪽 강변농지에는 대다수 비닐하우스가 철거되었으나 일부는 철거를 기다리고 있다. |
ⓒ 이정호 |
관련사진보기 |
그러나 창원 쪽 강변엔 농업시설물들이 대부분 철거되고 황량한 벌판만 남아 있었다. 일부에서는 인부들이 비닐하우스를 제거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하였다.
큰사진보기
|
▲ 철거된 강변농지 창원시 쪽 낙동강변에 있던 농업 관련 시설물들은 대부분 철거되고 땅을 고른 상태였다. |
ⓒ 이정호 |
관련사진보기 |
큰사진보기
|
▲ 기울어진 4대강 사업 간판 4대강 사업을 알리는 간판이 휘어지고 기울어진 채 강둑에 서 있다. |
ⓒ 이정호 |
관련사진보기 |
창원쪽 강둑 위에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홍수, 가뭄예방, 수질개선 및 생태계 복원, 친수 친환경적인 생태하천을 조성하는 사업입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간판이 긁히고 휘어진 채 기울어져 있었다.
큰사진보기
|
▲ 수산대교에서 바라본 공사현장 '새 머리모양 모래톱'은 올겨울 완전히 해체되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
ⓒ 이정호 |
관련사진보기 |
개발론자도, 개발반대론자들도 모두 환경을 위하는 일이라고 한다. 누구 말이 정답인지는 선뜻 말하기 두렵다. 누가 거짓이었는지는 세월이 흘러 역사가 되었을 때 명확히 밝혀지겠지만 그 때는 이미 책임질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다만 무거운 책임을 감당할 후손들에게 말하고 싶다.
"수산다리 밑에 하늘에서 커다란 새 한마리가 낙동강 물 한모금 먹으려고 내려왔던 적이 있었단다. 그 새가 얼마나 컸는지 아니? 학교 운동장보다 큰 머리를 가지고 있었고, 날개를 펼치면 ...." 덧붙이는 글 | 다음 아고라 이야기 게시판에도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