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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정오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900회 수요집회에서 위안부 할머니들과 여성단체 참가자들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13일 정오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900회 수요집회에서 위안부 할머니들과 여성단체 참가자들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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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1992년 1월 8일 1회를 시작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열리던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집회가 오늘(13일)로 900회째를 맞았다. 이들은 18년 동안 진행된 집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한국 정부에도 문제 해결을 위한 신속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 주관하는 이날 집회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러 시민단체들과 시민들, 그리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4명이 참석한 상태로 진행됐다.

사회를 맡은 강주혜 정대협 사무처장은 "1회차 수요집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계속 희망을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계속 희망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해, 그리고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평화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다짐한다"는 말로 집회를 시작했다.

이어 윤미향 정대협 사무대표의 인사말이 있었다. 윤 대표는 "수요집회가 900회까지 오게 되었지만 1000회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지금 세계 곳곳에서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연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문제는 계속해서 국제 사회에 퍼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현재 정대협은 일본에서 120만, 한국은 50만 명의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캠페인을 통해 국제적으로 연대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이날 수요집회에는 48개의 시민단체들이 참가하거나 연대서명했다. 그 중 한 단체인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의 김명훈씨는 "지금까지 싸워오고 계신 할머니들께 존경심을 표합니다. 이 싸움은 할머니들 혼자서 싸우는 게 아닙니다. 할머니들의 명예가 회복되고 정의가 회복되는 그 날까지 싸우겠습니다. 할머니 힘내세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명훈씨의 말이 끝나자 집회에 참석한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82)는 "힘이 납니다, 힘이 나요"라고 고마움의 표시를 전했다.

"우리보다 더 불쌍하고 창피한 일본정부"

13일 정오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900회 수요집회에서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13일 정오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900회 수요집회에서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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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이어 길원옥 할머니의 인사가 있었다.

"여러분들, 이 끔찍한 일을 세계만국이 다 알아가지고, 다른 데는 몰라도 우리 한국은 우리 나이까지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다 알아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열심히들 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발언 중간에는 간단한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연대에 동참하며 더 큰 연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담아 나비 모양 종이에 각자 이름을 적어 매달았다. 또한 'STOP' 게시판과 'GO' 게시판에 이제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것들과 앞으로 계속 해나가야 할 것들을 각각 써넣는 퍼포먼스였다. 그러나 이 퍼포먼스는 수많은 취재진들에 의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집회가 끝나고 남아있는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먼저 간 분들도 보고 싶고. 먼저 가신 분들의 가슴 아픈 일이 아직도 너무 생생해. 이 싸움? 언젠간 승리해요. 왜냐면 정의는 결국 살게 돼 있으니까. 일본 정부가 사과 안한다고 그 죄가 저절로 없어지나? 사과를 하고 우리가 용서를 해야 그 죄가 없어지지.

옛날에는 나만 창피하고 불쌍한 줄 알았어. 근데 그게 아니야. 일본정부가 창피한 거지. 우리보다 더 불쌍하고 창피한 게 일본정부야.

900회가 뭐고 18년이 뭐야. 지금까지 한 마디 대답도 없는데 우리가 왜 여기 계속 나오겠어. 지금 젊은이들이 앞으로 이런 일 당하지 말라고 나오는 거야. 우리 후손들이 전쟁 없이 평화롭게 살게 하려고." - 길원옥 할머니

"우리가 어느 나라 딸이여. 한국나라 딸이여. 그럼 한국이 나서서 해결해야지. 왜 할머니들이 길에 나와서 주먹질하게 만들어. 나는 옛날에 일본군 2명한테 강제로 끌려갔어요. 그런데 어떻게 우리가 하는 말이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어. 너무 억울하잖아, 억울해." - 이옥선 할머니, 82)

"1000회차 수요집회는 절대 열려선 안 돼"

13일 정오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900회 수요집회에서 위안부 할머니들과 여성단체 참가자들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13일 정오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900회 수요집회에서 위안부 할머니들과 여성단체 참가자들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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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정오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900회 수요집회에서 위안부 할머니들과 여성단체 참가자들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글을 나비 모양의 종이에 적어 끈에 매달고 있다.
 13일 정오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900회 수요집회에서 위안부 할머니들과 여성단체 참가자들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글을 나비 모양의 종이에 적어 끈에 매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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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정오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900회 수요집회에서 여성단체 참가자들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글을 나비 모양의 종이에 적어 끈에 매달고 있다.
 13일 정오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900회 수요집회에서 여성단체 참가자들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글을 나비 모양의 종이에 적어 끈에 매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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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집회는 올 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영하 15도의 날씨에서 진행됐다. 집회가 열리는 동안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장갑 속에 핫팩으로 추위를 버티고 있었다. 오류동 예수수녀회에서 온 빈첸시오 수녀는 "할머니들 때문에 여기에 오게 됐다"면서 춥지 않느냐는 질문에 "할머니들의 억울함에 비하면 이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했다.

집회에 참석한 일본인 하라다케 히로미(39)씨는 2년 반전부터 한국에 살고 있으며 나눔의 집에서 자원 활동을 하고 있다. 히로미씨는 "일본에 있을 때 책으로 위안부 문제를 접했는데 그게 사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었다. 한국에 와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면서 "빨리 일본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많은 일본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위안부 피해자 김순악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이제 남아있는 할머니는 총 87명이다. '살아있는 역사의 증인들'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이대로 수요집회가 계속되면 2년 후면 1000회차 집회가 열린다. 수요집회가 1000회까지 이어지지 않으려면 시민들의 연대가 필요하다. 2년 뒤에는 할머니들이 추운 길거리가 아닌 따뜻한 방 안에서 편히 쉴 수 있을까?


태그:#위안부, #수요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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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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