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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이 산신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산신제가 끝나는 순간 마을 사람들은 나무에 묶어둔 산신의 몸이라고 여기는 줄을 끊어서 떨어뜨립니다. 왼쪽 뒤에 달집이 보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산신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산신제가 끝나는 순간 마을 사람들은 나무에 묶어둔 산신의 몸이라고 여기는 줄을 끊어서 떨어뜨립니다. 왼쪽 뒤에 달집이 보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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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몸과 마음으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몸과 맘 사이에 틈이 있어서 늘 사람은 초자연적인 힘에 의지하여 현실과 몸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노력해왔다고 합니다. 구체적으로 인간은 자신을 낳아준 조상을 조상신으로 섬겨왔고, 초자연적인 힘에 의지하여 신을 만들어 믿어왔습니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새로운 시간, 시가켄 고가시 고난초 모리시리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자신이 믿어온 산신에게 한해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고 새로운 시작을 허가받는 산신제를 거행하고 있습니다.

이곳 시간켄 고가시 고난초 모리시리 마을에서는 매년 1월 1일 마을 사람들이 산신제를 거행하고 있습니다. 이곳 모리시리 마을은 전 주민 48세대가 힘을 합해서 마을 동쪽 산기슭에 있는 야사카 진자를 마을 사람의 힘으로 운영하면서 산신제를 올리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줄을 꼬아 만들고 있습니다. 줄은 말의 갈기를 닮았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이것을 말이라고 합니다. 축제나 제의에서 볏짚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활용하는 것은 벼농사 문화권의 일반적인 특징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줄을 꼬아 만들고 있습니다. 줄은 말의 갈기를 닮았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이것을 말이라고 합니다. 축제나 제의에서 볏짚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활용하는 것은 벼농사 문화권의 일반적인 특징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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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 아침 일찍 마을 사람 10여 명이 미야모리 집에 모여 산신제를 준비합니다. 이곳 모리시리 마을 48세대 사람들은 해마다 마을에서 미야모리를 한 명씩 선출합니다. 선출된 미야모리는 이 마을의 제사장으로서 마을 동쪽 산기슭에 있는 야사카 진자를 직접 관리하고 마을에서 행하는 종교행사의 제관이 되어 이를 주관합니다. 미야모리는 주로 마을 안에서 부부가 같이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연장자 순으로 선출됩니다. 미야모리가 선출되면 미야모리를 도와 마을 행사를 같이 준비할 도우미도 10명씩 선출합니다.

산신제 준비는 남자들 10여 명이 둘로 나누어서 준비합니다. 남자 한 팀은 미야모리 집 창고에서 산신제에 사용할 제사 용품을 만듭니다. 막 잘라온 대나무를 자르고 쪼개고, 깎아서 제물을 올려놓을 받침대를 만들고, 산신제가 중간에 음복할 때 사용할 나무젓가락을 만듭니다. 그리고 볏짚으로 꼬아서 시메나와라고 하는 줄을 두 개 만듭니다.

산신제에 올려질 찹쌀떡을 만들고 있습니다. 산신제 준비와 진행은 모두 남자들의 몫입니다. 남성 중심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 일만은 여자들이 손을 떼고 쉬라고 하는 배려일 수도 있습니다.
 산신제에 올려질 찹쌀떡을 만들고 있습니다. 산신제 준비와 진행은 모두 남자들의 몫입니다. 남성 중심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 일만은 여자들이 손을 떼고 쉬라고 하는 배려일 수도 있습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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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제를 준비하는 남자 두 팀 가운데 나머지 한 팀은 부엌에서 산신제에 사용할 찹쌀떡을 두 가지로 만듭니다. 하나는 순수한 찹쌀떡이고 하나는 찹쌀떡에 으깬 팥을 버무려서 만듭니다. 옛날에는 찹쌀을 직접 찧어서 만들었지만 지금은 자동 찹쌀떡 기계에 불린 찹쌀과 물을 넣고 조작 스위치를 눌러서 만듭니다. 찹쌀떡 기계에서 나온 찹쌀떡을 적당한 크기로 잘라 타원형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팥을 삶아서 찧은 다음 이것을 찹쌀떡과 버무려 산신제에 쓸 찹쌀떡을 만듭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음복할 때 먹을 음식을 따로 준비합니다. 이 음식은 각 일인용 접시에 가다랭이 회, 잔멸치, 귤 등이 차려집니다.

산신제 준비물 준비가 끝나면 미야모리 집 다다미방 도코로마에 제물을 펼쳐 놓습니다. 제물은 긴 판자 위에 흰 찹쌀 떡 위에 팥 찹쌀떡을 포개서 여섯 개 놓고 이 찹쌀 떡 위에 귤을 올려놓습니다. 그리고 곶감, 다시마, 새우 두 마리, 쌀, 물, 술 등을 놓습니다. 제물 준비가 끝나면 마을 사람들은 점심 식사를 합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면 마을 동쪽 산기슭에 있는 야사카 진자에 가서 마을 사람들이 음복할 공간을 정리하고 불을 펴두고 다시 미야모리 집에 옵니다.

  한 해 동안 임시 제사장을 담당하는 미야모리를 앞세우고 제물을 든 마을 사람들이 마을 동쪽 야사카 진자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모리시리 마을 사람들은 야사카 진자를 자신의 힘으로 운영, 관리하고 있습니다. 앞쪽 긴 지붕이 하이텐으로 마을 사람들이 앉아서 음복을 하는 곳입니다.
 한 해 동안 임시 제사장을 담당하는 미야모리를 앞세우고 제물을 든 마을 사람들이 마을 동쪽 야사카 진자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모리시리 마을 사람들은 야사카 진자를 자신의 힘으로 운영, 관리하고 있습니다. 앞쪽 긴 지붕이 하이텐으로 마을 사람들이 앉아서 음복을 하는 곳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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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리 집에서는 미야모리가 중심이 되어 집에서 산신제를 지냅니다. 먼저 마을 사람들이 제물이 차려진 다다미방에 모두 자리를 잡으면 미야모리가 산신제 축문을 읽고 산신제를 지냅니다. 그리고 산신제가 끝나면 제물을 모두 담고 열을 지어 마을에서 관리하는 야사카 진자를 향해서 갑니다. 이때 열의 앞에는 미야모리가 대나무에 종이를 끼운 지전을 앞세우고 뒤이어 제물을 담은 통이 가고, 뒤이어 말이라고 하는 줄을 매고 갑니다. 이때 열 앞에서 '에토에토야'라고 선창을 하면 뒤에서 '이힝'이라고 후창을 합니다.

미야모리 일행이 모두 야사카 진자에 도착하면 진자의 하이덴에 이미 도착해 있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나이 순서대로 자리를 잡고 앉아서 두 시간 동안 담소를 하고 음복을 하고 새해 일할 새로운 미야모리를 선출합니다. 이때에 바나나, 밀감, 잔멸치, 다시마 등을 안주로 정종을 마십니다. 이 음복이 끝나면 다시 미야모리를 앞세우고 야사카 진자 남쪽 산 속에 있는 산신단에 갑니다. 이때에도 미야모리가 '디타이니 디타이니'하고 선창을 하면 뒤에 따라가는 마을 사람들이 '에토에토'하고 후창을 합니다. 산신단에 도착하면 제물을 차려놓고 산신제를 지냅니다. 산신단에는 별도의 신앙 대상은 없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가지고 간 긴 줄(시메나와)을 길게 펴서 나무에 묶어놓고 그 아래에 제물을 펼쳐놓습니다. 제물은 처음 미야모리 집에서 산신제를 지낼 때와 똑같이 차려놓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산신제에 올려진 밥을 음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밥을 나누어 주는 것을 ‘니타’라고 합니다. 이 밥은 불린 쌀을 뚜껑이 있는 사기 그릇에 넣고 직접 지은 것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산신제에 올려진 밥을 음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밥을 나누어 주는 것을 ‘니타’라고 합니다. 이 밥은 불린 쌀을 뚜껑이 있는 사기 그릇에 넣고 직접 지은 것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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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제는 제물을 차려놓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단정히 서고 미야모리가 산신제 축문을 읽고 절을 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산신제가 끝나면 산신당 앞에 갈대와 시누대를 엮어서 세워둔 달집을 태웁니다. 산신제 제물은 모두 마을 사람들이 음복으로 나누어 먹습니다. 찹쌀떡을 길게 썰어서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면 마을 사람들은 달집을 태우는 불에 구워서 먹습니다. 그리고 산신제 제물로 올린, 밥, 곶감, 귤, 다시마 등을 모두 나눠서 먹습니다. 이 때 나누어 먹는 밥은 '니타'라고 합니다.

산신제를 마치면 마을 사람들은 산에 들어갈 수 있고 농사일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수리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았던 때 농사를 짓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비에 의존하여 농사를 짓던 옛날, 숲은 일시에 내린 빗물을 모아 두고, 숲의 낙엽은 농사의 비료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때 생겨난 숲에 대한 신앙은 지금까지 이어져 인간의 마음과 몸의 사이를 메워주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태그:#산신제, #모리시리, #고난초, #미야모리, #야사카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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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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