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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세상을 살면서 문화생활은 꼭 필요한 것이지만 직장인이건 대학생이든 간에 언제나 재정적인 부담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광활한 인터넷 세상을 조금만 살펴보면 돈을 들이지 않고 '공짜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생각보다 많이 존재한다.
 

네이버 시사회 이벤트와 같이 개봉 예정인 영화에 대한 무료 시사회 이벤트가 1년 내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연극, 뮤지컬 등의 무료 공연과 스포츠 경기 무료입장권까지 다양한 무료 문화 컨텐츠들도 있다. 이런 무료 시사회 이벤트를 제공하는 사이트로는 네이버·다음 등의 포털사이트, 인터파크·YES24 등의 쇼핑몰, 맥스무비·무비스트 등의 영화 전문 사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시사회 초짜가 표를 구하기까지

 

여자 친구와 저렴하게 데이트를 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찾아보다가 네이버의 시사회 이벤트 페이지를 찾게 되었다. 로그인을 하고 시사회 이벤트를 신청하였지만, 추첨 형식임에도 노하우가 없어서인지 당첨까지는 어려움이 있었다.

 

 

네이버 시사회 페이지에는 '티켓 나눔터'라는 게시판이 있는데, 자신이 당첨되었지만 가지 못하는 시사회 표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목적으로 형성되어있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다양한 글들이 올라온다. 크게 세 가지 종류의 글이 올라오는데 개인의 사정으로 못가서 표를 양도하실 분을 찾는다는 글(드림), 다른 영화나 공연과 교환해달라는 글(교환), 아니면 보고싶은 표를 구하는 글(구함)이다.

 

시사회 표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사회 표를 구하기 위해 '표를 양도하실 분(드림)'이라는 글에 댓글을 달아보았다(글 '30일 시사회 나인 표 양도합니다'). 일반인에게 양도를 한다는 글이었는데, 댓글을 가장 먼저 달았지만 표는 다른 사람에게로 돌아갔다. 결국 일곱 차례의 시도 끝에 표를 양도받을 수 있었다.

 

표를 양도 받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댓글을 먼저 달고, 시사회에 참석해서 참석했다는 증명을 위한 포토 문자 메시지를 꼭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마지막으로 글을 게시한 사람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메일이나 문자메시지로 양도 받는 사람에게 보내주는 일련의 과정으로 양도가 이루어진다.

 

마침내 시사회 표를 양도 받아 지난 30일 서울극장에서 있었던 영화 <나인(Nine)> 시사회에 다녀왔다. 양도해준 사람의 개인정보로 티케팅을 하고, 영화를 보기 전에 티켓을 휴대전화 사진기로 찍어 포토 문자 메시지를 보내 시사회에 참석했다는 것을 알렸다.

 

 

시사회 게시판에서 발견한 권력의 모습

 

여자 친구와 즐겁게 영화를 보고 와서 시사회 표를 얻기까지의 과정을 곰곰이 살펴보았다. 시사회 표를 양도받는 과정이 단순하게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막상 겪어보니 무언가 복잡함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이유는 '티켓 나눔터'에는 선착순의 원리만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네이버 시사회 '티켓 나눔터' 게시판은 오랜 기간에 걸쳐 엄청나게 거대해졌다. 하루 종일 각종 거래 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현재 115만 건 이상의 글이 올라와 있다). 이미 네이버 자체 시사회 티켓 교환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운영하는 시사회들과 공연, 스포츠 티켓이 교환되는 등 누리꾼들 사이에서 대표적인 티켓 교환 게시판으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게시판이 거대해졌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규칙은 필요할 것이다. '티켓 나눔터'에서는 누리꾼들 나름대로 이용자들을 (자신의 기준으로) 보답과 지인, 일반, 이렇게 세 가지 등급으로 구분한다. '보답'은 기존에 자신에게 표를 양도하는 등의 도움을 줬던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고, '지인'은 이 게시판에서 활동을 하면서 눈에 많이 띄는 사람들을 말한다. '일반'은 전혀 상관이 없는 그냥 일반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곳을 이용하는 누리꾼들을 살펴보면 이미 단순한 구분을 넘어서서 집단화된 권력 구조가 형성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게시판에는 시사회에 잘 당첨되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포털사이트에 여러 개의 아이디를 만들어놓고 시사회에 중복 응모를 한다. 그리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해서 얻은 정보로 포털사이트 외의 다른 시사회 이벤트 사이트들에도 응모를 한다.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에 하나의 영화 시사회에 4~5개씩 당첨되는 사람을 보는 것은 익숙하다.

 

이렇게 당첨이 된 시사회 표들은 이 '티켓 나눔터' 게시판에서는 곧 권력이 되고 인맥 형성의 바탕이 된다. 위의 방식으로 알게 된 사람들은 인터넷 메신저로 서로를 등록해 정보를 교환한다. 그리고 게시판을 통해 표를 양도할 때 일반인들이 아닌 자신들의 아는 사람들 위주로 '선별하여' 우선적으로 표를 양도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시사회에 당첨이 되고도 가지 않으면 차후에 페널티가 있기 때문에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표를 양도했다가 피해를 볼 수 있기도 하다. 게다가 이 공간은 분명 자유로운 공간이기 때문에 시사회 표들을 어느 정도 독점하고, 인맥을 형성함으로써 개인적으로 좀 더 편리하게 티켓 나눔 게시판을 이용하려는 시도에 대해서 법적인 문제를 제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나눔'이라는 목적이 있는 '티켓 나눔터'에서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권력을 형성함으로써 순수한 마음으로 게시판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을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30일 서울극장 시사회장에서 만난 최아름씨(29)는 "'티켓 나눔터'는 언제나 좋은 정보를 주는 좋은 공간이다"라며 티켓나눔터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이어 "하지만 아는 사람이 없으면 우선 순위에서 밀리기 떄문에 가끔씩 티켓 교환을 위해서 불필요한 인맥을 만들어야하는 불편이 있다"며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태그:#이수환, #시사회, #시사, #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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