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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어르신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까지 드라마 속 어르신들의 모습은 집안의 중심으로서 위엄이 있는 모습이거나 며느리를 구박하는 시어머니, 혹은 대가족 제도의 모습을 맞추기 위해 병풍처럼 존재하는 것이 전부였다.

특히 드라마 속에서 어르신들은 권위적이며, 인자함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현실 속에서 어르신들이 그래야만 했던 것처럼 드라마 속 어르신들의 캐릭터도 천편일률적으로 그려졌다. 혹여 권위적이지 않거나 인자한 모습이 아닐 때 시청자들은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그래서일까, 제작진도 색다른 어르신들의 캐릭터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드라마에서 조차 어르신들의 캐릭터를 발전시키지 않았고, 어르신들의 삶을 조명하거나, 집중적으로 이야기의 한 축으로 다루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드라마 속 어르신들도 변화하고 있다. 그럼, 그 변화가 어떠한 캐릭터로 발전했는지, 어떠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지 알아보자.

젊은이들의 청춘과 다를 바 없다!

노년이지만 자신의 욕망을 감추치 않는 어르신들이 등장하고 있다.
 노년이지만 자신의 욕망을 감추치 않는 어르신들이 등장하고 있다.
ⓒ i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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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엄한 어르신들은 이제 없다고 할 정도로 파격적으로 캐릭터가 변화하고 있다. 우선 그 변화는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부터 등장했다. 한방병원 원장 이순재는 근엄함보다는 자신의 삶에 있어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캐릭터였다. 자신의 성적인 욕망은 기본으로 돈에 대한 집착과 집안에서의 위치 등에 거침없이 드러냈다.

특히 성적인 본능은 '야동순재'라는 애칭까지 얻어내며 이제까지 집안을 잘 다스리며 욕망을 억제하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다양한 캐릭터로 발전했다. 그 대표적인 캐릭터로 <보석비빔밥>의 결명자와 백조 할머니들이다.

결명자(김영옥)와 백조(정혜선) 할머니는 사돈지간이자 친구로서 보통 어르신들이 아니다. 물론 결명자 어르신의 캐릭터는 보통 어르신들과 다를 바 없는 캐릭터이다. 가난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어 평생 몸빼바지를 입고 아끼고 아끼며 살아간다. 반면 백조 어르신은 멋을 내고 싶어 하며, 수영, 춤 등 자신의 삶을 즐기며 살아가려 한다.

이 상반된 캐릭터로 두 사람은 종종 견원지간처럼 티격태격 싸운다. 서로 다른 가치관 때문이다. 하지만 종종 이들은 오랜 세월을 함께 해서일까, 찰떡궁합처럼 마음이 맞기도 하다. 그리고 마음이 맞아  TV 경연대회를 나가기 위해서 신세대 춤을 배우기 시작한다.

그것도 요즘 유행하는 브아걸의 '아브라카타브라'를 맹연습하고는 가족들에게 TV경연대회를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물로 안타깝게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혀 꿈을 이루지 못한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 두 어르신이 아브라카타브라 춤을 배우고, 가족들 앞에서 자신들의 기량을 뽐내는 모습에서 이제까지 자신의 욕망을 감추고 살아갔던 어르신들의 모습은 더는 찾아볼 수가 없다.

자신들도 나이가 들었지만 청춘 남녀들처럼 활기차게, 재미나게 살아가고 싶은 욕망이 살아있음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특히 매번 백조 어르신은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과 욕구를 종종 부르짖었다. 수영과 댄스 등 자신이 즐기고 싶은 것에 대한 욕망을 곧잘 드러낸다. 물론 드라마 상에서 그러한 모습을 가족들이 주책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드라마 상에서 전체적으로 비난하는 목소리는 아니다. 오히려 매회 다소 엉뚱하다고 할지도 모르는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생각하는 소위 '어른'은 그래야만 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늙어서 일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더는 안방에서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노년이 아니다. 당당하게 일하며 경제권을 쥐고 있는 어르신들이 등장했다.
 더는 안방에서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노년이 아니다. 당당하게 일하며 경제권을 쥐고 있는 어르신들이 등장했다.
ⓒ i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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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드라마 속 어르신들은 집에 가장이지만 일하는 노년의 모습이 아니다. 그럼에도 경제권을 지고 있지만 그것은 재산형성이 어느 정도 되었을 때 이야기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노년들도 일하는 모습이 곧잘 등장하고 있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한방병원 원장으로 일하는 이순재 어르신이 등장했다. 이어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는 이순재 F&B의 중소기업 CEO를 맡고 있는 이순재가 등장한다.

또한 <찬란한 유산>에서도 진성설렁탕 대표 장숙자 어르신이 있었고 <그대 웃어요>에서도 카센타를 운영하는 강만복 어르신이 등장한다. <보석비빔밥>에서도 결명자 어르신은 평생 일을 해야 한다는 신조로 살아간다.

이처럼 드라마 속 어르신들이 여전히 현역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제까지 노년이 되면 일을 그만두고 여생을 보내야 한다는 암묵적으로 약속이 된 듯한 생각은 고정관념일 뿐이다.

오히려 남은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함을, 경제권으로 쥐고 있어야만 어른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물론 이들이 젊은이처럼 생업을 위해서 돈을 버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보석비빔밥>에 경우 80이 다 된 어르신이 한시도 쉬지 않고 일하는 모습을 가족들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행여 몸에 무리가 오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하지만 결명자 어르신의 생각은 다르다. 평생 일하며 살아온 세월이 힘들지만 몸이 성할 때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또한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이순재와 <그대 웃어요>의 강만복 어르신은 현업에 뛰어들어 일을 하면서 집안의 경제권으로 행사한다. 일례로 자신의 애인 김자옥에게 3천 만 원짜리 이벤트를 벌인 탓에 집안 식구들을 모아 놓고 생활비 긴축정책을 선언한다. 가족들은 반발하지만 경제권을 쥐고 있는 이순재 어르신의 선언을 어쩔 수 없이 따르는 모습이 등장한다.

그만큼 어르신들이 일을 해야 하는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을 하는 노년에 대한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라마 속에서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상, 환갑을 지난 60대에게 어르신이라고 말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수명이 연장되었기에 이른 나이에 은퇴한 어르신들이 자신의 일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노년기에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왜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보다 진지하게 드라마 속에서 이야기했으면 한다.

늙었다고 사랑의 감정이 없는 것은 아냐!

늙었다고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지붕 뚫고 하이킥>과 <보석비빔밥>.
 늙었다고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지붕 뚫고 하이킥>과 <보석비빔밥>.
ⓒ i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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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드라마 속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여주는 것은 젊은이 못지않은 로맨스에 빠진 어르신들의 등장이다. <엄마가 뿔났다>에서 황혼 로맨스를 다루며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는 본격적으로 황혼 로맨스를 다루고 있다.

극중에서 이순재와 김자옥의 연애는 젊은이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벌이며 '네버 엔딩 스토리' 세레나데를 부르기도 하고, 방귀를 참다못해 실수해 망신살이 뻗치기도 한다. 또한 가족의 반대에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고하기도 하고, 비오는 날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못해 집 밖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줄리엔에게 질투를 느껴 때때로 심술을 부리기도 한다.

마치 황혼로맨스는 우아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사랑은 사랑임을 알려주고 있다. 나이가 젊고 늙었다는 것에 따라서 사랑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의 모습은 누구나 똑같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이들의 사랑이야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알콩달콩 사랑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보석비빔밥>에서도 결명자에게 노래방 박 사장이 도시락 안에 금팔지를 선물로 보내는 장면이 방송에 등장했다. 평생 멋을 낼 줄도 모르는 그녀지만 친구 백조에게 은근슬쩍 자랑하며 좋아하는 모습에서 여느 젊은 여성이 남자에게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극중에서 두 사람은 친구하기로 한 뒤 서로 반말을 하지만 서서히 애정관계로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또한 친구 백조는 그 모습을 질투하며 삼각관계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역시 몸이 늙었을 뿐 마음은 젊은이들 못지않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이러한 변화는 보는 시각에 따라서 불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모든 욕망을 감추고 살아가던 시대는 지났고 오히려 자시들의 삶을 스스로 즐기고 살아가는 모습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한 것이 아닐까. 비록 아직도 수많은 어르신들이 탑골공원에서 하루를 보내지만 가까운 복지관을 찾아 젊어서 해보지 못한 취미를 갖거나 평소 해보고 싶었던 일을 찾거나, 홀로 된 어르신들이 곱게 단장하고 미팅을 하는 등 新 노인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 다음 블로그에 송고합니다.



태그:#지붕 뚫고 하이킥 , #보석비빔밥 , #그대 웃어요 , #노인 , #황혼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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