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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도매유통업체는 96년 유통시장 개방으로 1차 강제퇴출 당한 뒤, 이듬해 발생한 IMF경제위기로 10%정도만이 살아남고 나머지는 다 문을 닫아야 했다. 어렵사리 빚을 갚고 극복을 한 도매업자들도 이젠 SSM확산에 다시 언제 밀려날지 모르는 신세가 돼버렸다.
▲ 인천도매유통연합 인천도매유통업체는 96년 유통시장 개방으로 1차 강제퇴출 당한 뒤, 이듬해 발생한 IMF경제위기로 10%정도만이 살아남고 나머지는 다 문을 닫아야 했다. 어렵사리 빚을 갚고 극복을 한 도매업자들도 이젠 SSM확산에 다시 언제 밀려날지 모르는 신세가 돼버렸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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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IMF 경제위기 발생 직후 한 방송사 개그프로그램에 "이래 뵈도 나도 왕년에는 잘나갔다"는 대사가 자주 등장했다. 그렇다. 왕년에는 다들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적어도 그 일이 있기 전 까지는. 그 후 잘나가던 사장님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은 어떤가?

"IMF당시 이 일대(부평시장)에 식자재 도매업을 하는 대리점이 50여개 있었다. 그중 4~5개 빼고 다 폐업했다. 96년 유통시장 개방 후 대형마트 들어서면서 1차 쓰나미를 맞았다. 그 뒤 IMF를 맞으면서 부도 맞아 떠날 사람 떠나고 그렇게 5명 남도록 도매유통시장이 구조 조정된 후 다시 카드사용을 계기로 이렇게 버티고 있다"

그랬다. 유통시장 개방 후 도매유통업자들은 한번 정리되고 IMF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완전히 정리됐다. 그러다 카드사용이 일반화되면서 도매유통업자들이 다시 늘어 부평시장 인근에는 현재 60여개의 중소도매유통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곧 떠밀려갈 처지에 놓였다.

대형마트 등장과 IMF, 그리고 카드 사용이 어떤 영향을 끼친 것일까? 살아남은 5명 중 한 사람인 인천도매유통연합회 조중식 회장은 "부평에 처음 들어선 게 이마트다. 그땐 정말 몰랐다. 이렇게 (우리를) 망하게 하리라곤. 이마트가 들어서면서 그 일대 갈산시장은 물론 슈퍼까지 거의 다 문을 닫았다. 우리가 주로 물건 공급하는 데가 시장과 슈퍼, 식당 등인데 공급할 때가 없어진 거다. 그런데 그냥 없어졌나? 외상대금 한 푼도 못 받고 없어졌다. 시장은 시장대로 무너지고 외상은 외상대로 쌓였다"고 말했다.

당시 도매상인들은 97년 IMF 경제위기 전까지도 가계수표를 최대 1억 5000만원까지 발행했다. 이는 은행에서 발행을 장려하기도 한 측면도 있다. 조 회장은 "경기가 좋으니 식품회사들이 물건을 외상으로 가져다주곤 했는데, 한 번에 물건 값을 많이 주면 물건을 더 주고 그랬다. 그러니 너도 나도 수표를 발행했다. 그 때 갈산타운 아파트 32평이 8000만원 선 할 때니깐 1억 5000만원이면 엄청난 돈이었던 셈"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그 상황에서 대형마트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우리가게만 해도 갈산동에서 월 매출이 1500여만원이 났고, 산곡동에서만 약 2000만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마트 들어서고, 한화마트(현 롯데마트) 들어서니 그대로 주저앉았다. 거기에 IMF 딱 터지니 순식간에 빚이 6억원 되더라. 정말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도매상인들은 조 회장과 똑 같은 과정을 겪어야만 했다. 살아남은 5명 중 또 한사람인 인천도매유통연합회 김천수 운영위원장은 "자고 일어나면 가게가 사라지던 시절이었다. 규모를 크게 한 사람일수록 피해가 컸다"며 "보통 슈퍼마켓 하나당 미수금이 50만원 내외다. 10개면 500, 100개면 5000만원…. 그런데 슈퍼만 있나? 시장점포도 있었고 식당도 있었다. 그게 다 부도가 나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운영위원장은 또 "게다가 대형마트가 들어서니 식당들이 도매상인을 이용하지 않았다. 우린 배달도 해줬지만 자신들이 보기에 대형마트가 저렴하다며 거길 이용했다. 사실 지금 돌이켜보면 지역의 같은 자영업자들이 스스로 제살 깎아 먹기 했던 거다. 여하튼 그렇게 근근이 버티던 중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건 정부의 카드사용 대중화였다"고 덧붙였다.

이유인즉, 식당에서 손님들이 카드를 사용하니 식당의 매출이 다 노출된다. 그런데 식자재를 구입한 대형마트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는다. 식당 입장에서는 매출은 있으나 매입이 없는 것. 그래서 카드사용이 대중화되면서 식당들이 다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도매업자를 찾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조 회장은 "그땐 세금계산서 끊자(발행하자)고 하면 안 맞는 게 다행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역전돼서 세금계산서 오히려 끊어(발행해) 달라고 한다. 게다가 우린 가게 앞 까지 직접 배달까지 해주니 이젠 반겨한다"며 "우리도 이제 두 차례의 큰 아픔을 겪어 보니 안다. 지역에서 우리끼리 선순환구조를 만들어야한다는 것을. 그런데 이젠 다시 SSM(=Super supermarket: 기업형슈퍼마켓)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SSM은 공포의 대상...스스로 살길 열기 위해 인천도매유통연합회 발족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SSM 확장 사업이 사업조정 신청 제도에 묶이자 이를 프랜차이즈(=가맹점) SSM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현행 법상 프랜차이즈 SSM은 유통재벌이 운영하는 SSM사업임에도 불구 사업신청이 어렵게 돼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프랜차이즈 국내 1호점으로 떠오른 갈산동 SSM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 갈산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SSM 확장 사업이 사업조정 신청 제도에 묶이자 이를 프랜차이즈(=가맹점) SSM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현행 법상 프랜차이즈 SSM은 유통재벌이 운영하는 SSM사업임에도 불구 사업신청이 어렵게 돼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프랜차이즈 국내 1호점으로 떠오른 갈산동 SSM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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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중소도매유통상인과 다시 중소도매유통을 시작한 상인에게 SSM은 공포의 대상 그 자체다. SSM이 들어서면 어떤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는지 누구보다 뼈저리게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 살길을 열기 위해 인천도매유통연합회를 발족한 것.

이상열 사무국장은 "SSM 1개면 슈퍼50개가 문 닫는다. 그 뿐인가? 슈퍼만 문 닫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빵집․떡집․야채가게… 줄줄이다. 이들이 문 닫으면 다른 자영업자들도 매출이 준다. 소비여력이 그 만큼 감소하기 때문 아닌가?"라며 "벼랑 끝에 섰다. 이젠 더는 물러날 곳도 없다. 현실이 우리를 모이게 만들었다. 이젠 우리도 우리의 목소리를 낼 것이고, 우리(상인)들을 거리로 내 몬다면, 거리에서 투쟁할 각오가 돼있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도매유통연합회는 주로 부평시장 인근 도매상인 50여명을 중심으로 구성돼있다. 가입률은 약 80%정도다. 여기에 최근 삼산농산물시장의 도매상인들이 적극적인 가입의사를 밝혔으며, 남동구와 서구, 남구, 계양구에서도 발족 취지에 공감하며 가입의사를 전하고 있다.

인천도매유통연합회는 발족과 더불어 정확한 목표를 밝혔다. 대형마트와 SSM이 더 이상 확산되는 것을 막고, 근본적으로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도매유통상인들의 단결과 자영업자간 연대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방정부차원의 자영업자 보호와 육성대책 마련을 적극적으로 촉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조중식 회장은 "그래도 김영삼 정부 전에는 중소기업과 중소상인을 보호하기 위해 '중소기업고유업종'이라는 영역을 둬 대기업들의 진출을 제한했다. 그런데 그걸 김영삼 전 대통령이 풀어줬다"며 "서민들을 거리로 내몰게 하는 정치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옥련동과 갈산동, 부개동의 SSM 입점을 둘러싼 싸움을 보면서 많이 놀라기도 하고 자신감도 붙었다. 결국 우리 문제는 우리가 해결할 수밖에 없다. 정치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으면, 우리를 거리로 내 몬다면, 이젠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한편, 중소도매유통업체의 최소 월 매출은 약 1억원 내외다. 최고 3억원의 실적을 달성하는 업체도 있다. 종사자는 평균 4~5명 내외로 50곳일 경우 2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셈이며, 이들의 평균 월 매출은 약 100억원 규모다.

100군데일 경우 규모는 2배에 달하게 된다. 만일 대형마트와 SSM의 확산으로 이들이 다시 10년 전처럼 10분의 1로 강제퇴출을 당할 경우 고스란히 그 부는 유통재벌의 몫이 되고, 지역에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 대형마트에서 소비한 돈이 그 지역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겨우 4시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월 100억원 이상을 움직이는 도매상인들의 모임인 인천도매유통연합회의 발족으로 최근 부각되기 시작한 상인들의 '지역경제의 선순환구조 회복'운동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www.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유통산업발전법, #중소상인, #대형마트, #SSM, #인천도매유통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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