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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주말드라마 <수상한 삼형제>.
 KBS 주말드라마 <수상한 삼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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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드라마 시청률 1위. 끊이지 않는 막장 논란.

KBS 주말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의 현주소다. 전작 <조강지처 클럽>을 통해 막장 작가의 대열에 합류(?)했던 문영남 작가의 신작으로 방영 전부터 막장이냐 아니냐를 두고 화제를 모았던 <수상한 삼형제>. 지금 이 드라마는 가족 드라마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펼쳐지는 이상한 캐릭터들의 향연과 황당한 이야기 전개로 시청자와 언론으로부터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는 혹평을 들으며 뭇매를 맞고 있다.

"가족은 멍에인가, 안식처인가? 피를 나눈 부모 형제라고 늘 위안이 되고 좋기만 한가. 때론 남보다 못하고, 때론 내 인생의 짐이 되기도 하고, 가끔은 원수 아닌 원수로 평생 인연까지 끊고 사는 가족도 있다. 그래도 결국은 가슴으로 품게 되는 존재. 그 이름 가족. 그런 가족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수상한 삼형제>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드라마의 기획의도다. 기획의도대로, 이 드라마의 초점은 가족 간의 '갈등'에 맞춰져 있다. 전과자(이효춘 분)는 큰아들 건강(안내상 분)만 끼고 돈다. 경제력을 떠안고 부모를 모시며 사는, 실질적으로 가장인 둘째아들 현찰(오대규 분)은 언제나 뒷전이다. 현찰은 그런 어머니가 섭섭하고, 어머니와의 갈등 때문에 아내인 우미(김희정 분)와의 사이도 매끄럽지 못하다.

시청자 공감 사지 못하는 캐릭터와 이야기 전개

현찰이 집안의 바깥살림을 지탱하는 한 축이라면, 우미 역시 집안의 안살림을 책임지는 다른 한 축이다. 김순경(박인환 분)네 집은 이렇게 현찰과 우미 부부가 그 역할을 분담해 꾸려나가고 있다. 문제는, 과자가 그런 현찰과 우미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아들인 현찰에게는 물론이고, 며느리인 우미에게 과자가 하는 행동을 보면 '요즘에도 저런 시어머니가?'하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그 패악이 만만치 않다.

음식 먹은 설거지는 물론이고 일체 집안 살림에서 손을 뗀 과자는 툭하면 우미를 달달 볶는다. 우미가 조금이라도 힘든 기색을 내비치면 "집안에서 편하게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림만 하는 주제에 무슨 소리냐"며 타박하기 일쑤. 심한 복통으로 새벽에 홀로 병원 응급실까지 다녀온 우미에게 걱정은커녕 돈이 남아 도냐며 면박을 주는 과자의 모습에서 이 드라마가 근본적으로 어딘가 뒤틀려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아마도 문영남 작가는 과자가 우미를 구박하고 홀대할수록, 그리하여 고부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질수록, 훗날 그것이 봉합되어 과자와 우미가 화해하고 가족 간에 화합을 이루게 되었을 때, 더욱 드라마틱해질 것이라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갈등이 변변찮으면 그 화합의 장면 또한 뜨뜻미지근할 테니 말이다. <수상한 삼형제>의 주제는 가족의 화합이고, 그것을 가로막는 갈등이 부각될수록 주제의식은 더욱 극명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갈등이 제아무리 폭발력 있게 그려진다고 해도, 그것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대다수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내지 못한다면 말짱 헛수고가 된다는 것이다. 드라마 작가가 작품을 쓰면서 언제나 생각해야 하는 점은, 작품 속 인물들의 행동이 상식의 테두리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근본적으로 뒤틀려 있는 가족관계

KBS 주말드라마 <수상한 삼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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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안내상은 <수상한 삼형제>의 제작발표회에서 이 드라마에 '막장' 딱지가 붙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현실에서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을 그려내는 것을 막장이라고 생각했고, <수상한 삼형제>가 그려내는 가족 간의 갈등 따위는 현실에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막장이 아니라고 했다.

물론 과자와 같은 캐릭터는 현실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드라마는 수많은 대중이 시청하는 TV 프로그램이고, 따라서 드라마를 쓰는 작가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보편적인 이야기와 인물을 그려내야 할 의무가 있다. 아파서 병원에 다녀온 며느리에게 돈 타령하는 시어머니, 계란프라이 하는 것을 배우기 싫어 프라이팬 위에 계란을 껍질째 집어던지는 손윗동서의 행동 어디에서도, 보편과 상식을 찾아보긴 힘들다.

가족 드라마에서 가족은 서로 믿고 의지한다. 말하지 않아도 알고 보이지 않아도 믿는 가족이기에, 그들의 갈등은 언제나 사랑과 신뢰라는 토대 위에서 봉합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수상한 삼형제>의 가족 관계에서는 그것들이 결여되어 있다. 막내아들 이상(이준혁 분)이 가족 내에서 유일하게 밝고 명랑한 캐릭터로 구성원 사이의 가교 역할을 이따금 해보려 하지만, 그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건 시청자라면 누구나 공감한다.

현찰은 밖에서는 사업의 어려움으로 압박받고 안에서는 어머니의 돈 요구와 아내와의 냉전으로 힘들어한다. 우미는 우미대로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채 집안에서 표류하고 과자는 그런 우미가 못마땅하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도처에 널려있는 김순경네 집. 그것으로도 모자라 이제 그곳에 메가톤급 핵폭탄이 두발 더 떨어질 예정이다. 엄청난(도지원 분)과 주어영(오지은 분)이라는 이름의 폭탄이 말이다.

문영남 작가의 스타일대로라면 이 폭탄들은 결코 불발될 가능성이 없다. 모두 뻥뻥 화려하게 터지고 집안은 초토화가 될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폭발로 폐허가 된 김순경네 가족이 그 상처를 어떻게 딛고 일어서 봉합하고 서로 화해할 것인지, 기획의도대로 가슴으로 품게 되는 가족을 어떻게 그려낼 것인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사실 큰 기대는 없다. 이미 가슴으로 품기에는 너무 삐뚤어지고 뒤틀려버린 까닭이므로.


태그:#수상한 삼형제, #안내상, #오대규, #이효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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