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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근원지로 하는 모든 생명들에게 인간으로 인해 받는 고통을 반성하다
▲ 수륙제 강을 근원지로 하는 모든 생명들에게 인간으로 인해 받는 고통을 반성하다
ⓒ 하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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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8일,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이다. 기온이 영하 12도라고 하지만, 정작 체감 온도는 그보다 훨씬 밑일 것 같다. 그것도 아침 일찍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가만히 서 있어도 찬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여주의 이포나루터는 예전부터 중요한 수상운송수단의 요지이다.

여주군 금사면 이포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파사와 천령국이란 부족국가가 있어 싸움이 잦았던 곳이라고 한다. 강원도 태백산 정선, 영월. 청청도 제천, 단양, 충주 지방에서 목재와 농산물, 약재를 싣고 가던 뗏목이나 배들이 쉬어가던 곳이기도 하다. 이포나루터는 한양에서 올라오는 생활용품이나 소금이 이곳에 부려지기도 했다.

눈물어린 이포에는 사연도 많아

영월로 귀향을 가던 노산군(단종)도 이곳에서 배를 내려 쉬어갔다. 이포는 상권의 중심지였다.
▲ 이포나루터 영월로 귀향을 가던 노산군(단종)도 이곳에서 배를 내려 쉬어갔다. 이포는 상권의 중심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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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로 유배를 가던 단종임금이 이곳에서 배를 내려 파사산성을 거쳐 영월로 향했다. 배를 타고 이곳까지 와서 육지로 영월로 간 단종은 얼마나 이곳이 아픈 기억 속에 남아있을까? 이포는 참 사연이 많은 곳이다. 소금을 한 배 가득 싣고 온 선주들은 이곳 이포나루 객주집에서 며칠씩을 묵는다. 소금을 팔았으면 되돌아 가야하는데, 객주집의 아가씨들에게 빠져버린 것이다.

"그년 소금 한 배를 다 먹고도 짜단 말도 없네."

선주가 아가씨에게 빠져 소금 한 배를 판돈을 다 탕진하고 돌아가면서 하는 말이란다. 그 속이 오죽했을까? 이래저래 이포는 사연도 많고 눈물도 많은 포구였다. 이 이포에서 올 들어 가장 춥다는 18일에 수륙제가 열렸다.

강에 대한 죄스러움을 말하다

수륙제는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고혼이나 바다와 육지를 헤매는 고혼들을 위하여 나라에서 올린 '재'이다. 고려 광종(光宗) 21년(서기 970년)에 수륙재를 올린 기록이 있다. 여주에는 '태종 14년 9월 4일(갑진)에는 내시별감을 보내어 이포의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고, '태종 14년 9월 14일(을묘)에는 내시별감을 보내 여강의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보인다. 이포는 이렇게 중요한 곳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생명을 위한 여강 수륙제'는 이포나루터 옆 공터에서 열렸다. 원래 '재(齋)'와 '제(祭)'는 뜻이 다르다. 원래 불가에서 행하는 것은 '수륙재'이다. 이는 몸과 마음을 닦아 업장을 소멸한다는 뜻이다. 제는 신령이나 망자에 대한 제사를 말한다. 조상, 망자, 그리고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제사를 드린다는 뜻으로 '수륙제'라고 했다. 과거 비명횡사한 망자들을 위한 '여단제'가 있었다. 그와 같이 강을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이, 그 강에서 죽은 모든 생명들을 위한 제사를 올린 것이다.  

예전 땟목을 상징하는 띠베를 만들어 여강에 띄었다.
▲ 띠배 예전 땟목을 상징하는 띠베를 만들어 여강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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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에도 충남 연기군 용주사의 지광스님을 비롯한 20여 명의 스님들이 주도한 생명의 강을 위한 '여강 수륙제' 예전 고려시대에 황려현이란 명칭으로 불렸던 여주. 황려와 강을 상징하는 황룡과 흑룡을 무대에 올리고, 강에 대한 경외스러움과, 자연을 해하는 인간들의 죄스러움을 함께 반성하는 제의는 이렇게 행해졌다.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에. 남한강을 오르내리던 떗목을 상징하는 띠배를 강에 띄우는 것으로 막을 내리면서.


태그:#여강, #수륙제, #황려, #이포,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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