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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돈한테 선물받은 화장품 ..
ⓒ 정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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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요즘 얼굴 마사지 받으러 다니지. 얼굴이 몰라보게 고아졌는데. 그리고 굉장이 뽀얘졌네."
"정말 고와졌다. 뭐야, IPL 한 거야?"
"난 마사지도 안 받으러 다니고 IPL이 뭔지도 모르거든. 내가 얼굴에 그렇게 신경 썼으면 지금쯤 양귀비가 되어 있겠다. 그리고 나 피부가 원래 하얗거든."
"아냐 아냐 하얗긴 한데 그렇게까지 하얗지는 않았어."

그러니 옆에서 다른 친구가 "그래 얘 말이 맞아"라고 말한다.

친구들이 하도 정색을 하고 말을 해서  남편에게도 물어봤다. 한참 내 얼굴을 들여다본 남편도 "그러게 얼굴에 핏기가 없어서 그렇지 정말 고와졌는데"라 한다.

평소 관심사가 다른 곳에 있는지라 미용이나 외모에는 신경을 조금 덜 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예쁜 것을 모르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관심사가  다르다는 것 뿐이다. 한두 사람이 그러는 것이 아니라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보면서  가만히 생각을 해봤다. 내 피부가 변했다는데 그 이유가 뭘까?

2주전 쯤인가 안 사돈께서 선물로 보내준 화장품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도 손자를 만나러 딸아이 집에 갔을 때였다. 딸아이 집에 도착할 때쯤 딸아이한테 전화가 왔다. 화장대 위에 있는 분홍색상자 가지고 가라고. 시어머니가 엄마 갖다 드리라고 보낸 것이라면서. 열어보니 고급화장품이었다.

웬 화장품을 보냈느냐고  물었다. 딸아이가 전하는 말에 의하면, 해마다 김장도 해주시고 우진이 우협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옆에서 살면서 많이 도와주고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딸아이한테도 사위한테도 엄마한테 잘하라고 하면서 신신당부하시더란다.

새삼 민망한 마음이 들었다. 결혼한 딸도 자식이고 사위도 자식이거늘. 또 그 애들이 잘 살아보겠다고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는 것이 그저 고마운 마음이다. 성실한 그 모습에 조금이라도 거들어 주고 싶은 마음은 사돈이나 나나 똑같은 마음이거늘. 딸아이한테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어쨌든 잘 바르겠다고 전해드려라" 했다.

사돈께서 보내준 화장품은 내가 평소에 쓰던 화장품보다 월등하게 질이 좋은 화장품인듯했다. 나도 화장품을 사러가면 '이번에는 좀 더 좋은 화장품을 사야지' 하고 가지만 매번 그러지 못하고 싸고 양이 많은 화장품을 사가지고 돌아온다. 거기에 샘플을 많이 주면 그것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곤한다.

화장품케이스도 예쁘고 냄새도 은은한 것이 좋아서  바르기도 아까웠다. 며칠 동안 화장대위에 그대로 놓여있는 것을 본 남편이 "이걸 이렇게 모셔만 놓고 안 쓰는 거야?" 하면서 묻는다. "이젠 발라야지." 큰 마음먹고 바르기 시작했다.

양질의 화장품이라 그런지, 아님 피부가 놀랐는지 로션을 바르면  피부에 쏙쏙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다. 바르면서도 '역시 좋은 화장품이라 그런가 흡수력이 아주 뛰어나네. 이래서 비싼 화장품을 쓰는가보다' 혼잣말로 하면 남편은 "사돈이 보내서 그런가 보지"라 했었다.

언젠가 언니가 내 화장대를 보더니  "니가  천성적으로 피부가 좋아서 그렇지 이 화장품 가지고 그 정도의 피부가 나오는 것을 보면 기적이다 기적이야" 했던 말도 생각난다. 내 화장대는 기초화장품이 전부이고 기능성 화장품은 전무하다.

그런데 17일 미용실에 가니 원장도 한마디 한다. "얼굴도 희어지고 고와지셨어요" 한다 .오랜만에 보는 사람이 그러는 것을 보면 변하긴 변한 모양이었다.

남편의 말처럼 양질의 비싼화장품에 사돈의 마음까지 보태어져서 그런가 보다.

"사돈 잘 바르고 더 많이 고와질게요."


태그:#화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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